의대생이 되기 위한 시험과 레지던트가 되기 위한 시험이 끝이 아니고, 전문의가 되기 위한 시험도 따로 있으니 기왕 시험에 대해 설명하는 김에 보드 시험에 대해서도 소개하겠다.
미국에서 레지던시를 마치고 펠로우쉽(fellowship)에 들어가면, 마지막으로 기다리고 있는 관문이 바로 전문의 보드 시험(Board Exam)이다. 앞에서 살펴본 USMLE Step 1, Step 2, Step 3가 미국에서 의사로 일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을 확인하는 과정이라면, 펠로우 시절에 보게 되는 보드 시험은 특정 분야의 전문의로 인정할 수 있는 수준인지를 평가하는 최종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구조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먼저 기본 전문과인 내과, 소아과, 외과, 산부인과, 정신과 등에 대한 레지던시를 마친 뒤, 각 과의 보드 시험을 봐서 그 과의 전문의 자격을 얻는다. 예를 들어 내과 레지던시를 수료하면 ABIM, 즉 American Board of Internal Medicine의 Certification을 받기 위한 내과 보드시험을 봐야 하고, 소아과 레지던시를 마치면 ABP, 즉 The American Board of Pediatrics의 Certification을 받기 위해 소아과 보드 시험을 보는 식이다. 그 다음 심장내과, 소아심장과, 혈액종양 등 세부 전공을 위해 펠로우십 과정을 밟으면, 해당 분야에 대한 세부전문의(Subspecialty) 보드 시험이 또 한 번 기다리고 있다. 펠로우 시절에 본다고 할 때는 대개 이 세부전문의 보드 시험을 의미한다.
이 시험들을 주관하는 기관은 USMLE처럼 하나가 아니라 과별로 따로 존재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내과는 ABIM(American Board of Internal Medicine), 소아과는 ABP(The American Board of Pediatrics), 외과는 ABS(American Board of Surgery) 등 각 과의 보드가 해당 분야의 전문의로 인정할 기준을 정하고 시험을 만든다. 시험 형식은 대부분 컴퓨터로 치르는 객관식이고, 일부 과에서는 구술시험(oral exam)이나 수술·시술 건수, 지도전문의 평가 등 실무 기록을 함께 요구하기도 한다. 범위는 Step 3처럼 넓지 않고, 훨씬 좁고 깊게 한 분야만 다룬다. 예를 들어 심장내과 보드는 심부전, 부정맥, 시술 적응증, 최신 가이드라인 등 심장에만 초점을 맞춘다. 이 보드 시험의 목적은 점수 경쟁이 아니라 해당 분야에서 최신 지식과 충분한 전문성을 갖추었는지를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데 있다. 심장내과 보드시험에 합격하면 공식적으로 Board Certified Cardiologist(보드 인증 심장내과 전문의)로 부를 수 있게 되고, 이는 병원 채용, 보험회사에게 받는 의사 자격 인증, 대학병원 교수 임용 등에서 필수조건에 가깝다. 다시 말해 Step 3가 혼자 외래를 볼 만큼 안전한지를 확인하는 시험이라면, 보드 시험은 해당 분야의 전문의로서 환자와 사회에 책임질 수 있는 수준인지를 평가하는 시험이다.
시험을 보는 시점은 레지던시 종료 후 1–2년 안에 기본 전문과 보드를 치르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그 이후 펠로우십 마지막 해나 수료 직후 세부전문의 보드를 본다. 예를 들어 내과 3년 후 내과 보드, 이어 심장내과 펠로우 3년 후 심장내과 보드를 치르는 식이다. 그러므로 이 시기의 자녀는 이미 성인이자 의사로서 스스로 진로를 설계하고 공부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부모가 직접 개입해 도와줄 영역은 거의 없다. 하지만 앞선 칼럼들에서 강조했던 핵심은 여기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보드 시험에서도 결국 승부를 가르는 힘은 영어로 된 방대한 의학 정보를 빠르게 읽고, 핵심을 이해해 실제 진료 상황에 적용하는 능력이다. 그러므로 중·고교 시절과 학부 시절에 깊이 있는 글을 꾸준히 읽고, 글의 요지와 주장의 근거를 자기 말로 설명해 보는 습관은 MCAT을 넘어서 Step 1, Step 2, Step 3, 그리고 최종 보드 시험까지 이어진다. 시험 이름은 바뀌어도, 복잡한 정보를 이해하고 책임 있게 결정하는 의사를 길러내려는 목표는 변하지 않는다. 펠로우 시절의 전문의 보드 시험은 그 목표를 가장 높은 수준에서 확인하는 마지막 관문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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