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부모님들의 최고 관심사는 자녀들의 직업 안정성인 듯 보이는데 그 이유는 불안정한 경제상황에 기인하는 듯 싶다. 안정적인 직업을 갖는 것에 주안점을 두며 하는 의대 졸업생들의 직업환경에 대한 질문을 자주 접하기 때문인데 아마도 대학 졸업생의 초봉이 20만불을 넘어간다는 초 우량 기업들이 많은 직원들을 해고하고 있다는 뉴스를 요즘 자주 접하다 보니 그런 가 보다. 오늘은 과연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은 얼마나 안정적인지에 대해 간략하게 나마 설명하여 궁금증이 해소되도록 돕고자 한다.

최근 들어 물가만 오른 것이 아니라 초 우량 기업이라고 불리우는 아마존이나 구글 등의 IT 기업 직원들의 월급도 상당히 올라서 얼마 전까지는 굳이 힘들게 의대에 진학하지 않고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초 우량 기업에 취업하면 수십만불의 초봉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매력적이라는 의견이 많이 들려왔다. 20대 초반의 대학 졸업생 젊은이가 25만불이라는 월급을 받는 일이 일반적이지는 않은 게 사실이지만 특히 이민 1세대 부모들에게는 그들이 젊었던 이민초기 시절에 꿈도 못 꿔 보던 일이다 보니 세상을 모두 얻은 듯한 만족감을 얻는 것이 잘못된 건 아니다. 하지만 굳이 초봉을 많이 받는다고 해서 해당 직업 종사자들과 의대에 진학하는 학생들을 비교하는 일은 옳지 않아 보인다고 강조해 왔지만 요즘은 점점 더 워라밸이라는 단어까지 써가며 의대생들을 가엽게 여기기 까지 하는 의견도 접해봤다. Work-Life Balance의 약자를 따서 일과 삶의 균형이 맞아야 한다며 요즘 많이 쓰는 표현인 워라밸을 기준으로 보자면 의대생들과 레지던트들은 좋은 않은 환경에서 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전쟁에서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고, 누군가는 화재현장에서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사투를 벌여야 하듯, 누군가는 우리 모두의 건강한 삶을 지키기 위해 길고도 힘든 준비기간을 거쳐야만 하는데 그런 고귀한 일을 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을 워라밸이 좋지 않은 직업을 택한 미련한 사람으로 치부하는 일은 옳지 않다. 우리 모두는 누구라도 질병과 사고에 노출될 수 있으며 나이가 들수록 의료혜택이 절실해 지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인데 내 자녀는 힘든 일을 하면 안되고 남의 자녀만 힘든 일을 해서 우리 모두를 돌보면 된다는 생각이 가당치 않은 일이므로 그런 사고방식을 잘못되었다고 지적해 왔던 것이다. 물론 우리 모두는 스스로의 의지로 원하는 커리어를 쌓아야만 하므로 누군가는 IT 기업에서 전화기도 만들고 컴퓨터도 만들며 언라인 쇼핑도 가능하게 해야만 한다. 하지만 굳이 내 자녀가 대학졸업 몇 년 만에 얼마를 번다는 사실을 두고 다른 집 자녀의 직업선택을 부러워할 필요도 없고 조롱해서도 안된다는 생각이다. 우리 자녀들 모두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만족하면서 최선을 다해 인정받으며 살아갈 때 그들 개인도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고 우리 한인사회도 건강하게 발전해 갈 수 있는 것이지 모두 의대 아니면 법대만 가거나 아니면 모두 IT 기업에 취업하기만 해서는 절대로 안될 일이다.

공교롭게 11월 들어 트위터나 아마존, 혹은 Facebook 이란 회사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Meta 등의 초 우량 IT 기업 들에서 대량 해고사태가 발생했더니 다시 의대 졸업생들의 직업 안정성에 대한 질문이 많아졌다. 부모의 자녀사랑인 줄은 잘 알고 있지만 동일한 가정에서 의대 진학에 관해 지난 달에 하던 표현과 이번 달에 하는 표현이 상당히 다르다 보니 씁쓸한 마음이 든다.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은 다른 업종에서 근무하는 직업군보다 상대적으로 더 안정적인 고용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사실이고 대부분의 초 우량 기업보다도 높은 연봉을 받고 있지만 그렇다고 마냥 안전한 평생 근무조건은 아니라는 점은 오늘 이 시간에 분명히 알리고자 한다. 의사들도 위치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정해진 기간, 즉 1년, 2년, 혹은 3년 계약을 하고 근무를 하는데 이는 의대를 막 졸업한 레지던트도 매년 계약을 갱신하며 전공의 트레이닝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학과장인 의대 교수도 그리 많이 다르지 않게 3년 계약을 갱신하며 근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거기에 더해 거의 모든 병원의 근로계약은 90일 통보 조건만 충족하면 특별한 이유 없이도 계약을 종료 시킬 수 있는 조항을 담고 있으므로 병원이 원하면 근무하던 의사의 계약 기간이 2년이 남았더라도 90일 내에 계약을 종료 시킬 수 있다. 물론 사용자인 병원만 그런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아니므로 노동자인 의사도 동일하게 원하지 않는 병원이라면 90일 내에 계약을 종료 시킬 수 있으니 그 점은 공평하다. 어떤 병원의 계약 조건은 조금 긴 120일 통보기한을 갖고 있고 어떤 병원은 단 30일이라는 짧은 통보기한을 갖고 있긴 하지만 90일 통보기한이 일반적이라고 하니 의사라는 직업도 철밥통은 아니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물론 숙련된 의사가 귀한 세상이므로 해고하는 것이 그리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제도적으로는 의대를 나와도 개업을 하지 않는 한 다른 근로자들과 마찬가지로 노사문제를 안고 살아간다는 의미이니 굳이 직업 안정성이나 초봉의 규모만으로 자녀들의 미래를 설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부분의 한인 대학생들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커리어를 고민하며 대학생활을 마치고 그 길을 성공적으로 가고 있다. 물론 시행착오를 거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조차 향후 커리어에 도움이 되면 됐지 해가 되는 경험은 없다고 보니 자녀를 믿고 그들의 선택을 존중하며 끊임없이 용기를 주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멘토
201-983-2851
kyNam@GradPrepAcade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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