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메드 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갭이어를 보내는 방법 중에 티칭을 선택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으며 이는 굉장히 고무적인 현상이다. 일부 학생들은 TFA(Teach For America)를 통해 정식 교사로서 교단에 서기도 할 정도로 제대로 된 티칭 경험을 쌓고 의대에 진학하고 있으니 이제 한인학생들의 정형화된 지원서도 조금씩 옛말이 되고 있어서 매우 반갑게 지켜보는 현상이다. 하지만 모든 학생들에게 TFA를 비롯한 티칭 경험이 도움이 되지는 않으므로 오늘은 티칭 경험이 의대 진학에 미치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일단 의사가 하는 일들을 찬찬히 생각해 보자. 어려운 의학이란 학문을 공부하고서 진료를 통해 질병을 찾아내고, 그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 환자에게 설명해 주는 직업이다. 물론 해결책이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경우도 존재하므로 그런 경우에 기존의 지식을 토대로 전문가적 소견을 제시하여 누구에게나 소중한 건강을 유지하게 돕는다. 교사, 변호사, 건축설계사 및 특공대원 등 한 분야의 전문가들은 모두 각자의 분야에 필요한 전문지식을 일단 습득하는 것으로 전문가로서의 삶이 시작되지만 그 전문지식을 그것이 필요한 이들에게 어떻게 전달하느냐는 것이 어떤 평가를 받는 전문가로 자리매김 하는지 관건이다. 특공대원은 말로 하지 않고 적진에 잠입하여 조용히 임무를 완수할 수도 있지만 의사가 갖고 있는 의학전문지식은 혼자 조용히 처리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그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는 대상이 자신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 알 권리가 있고 알아야만 치유를 위한 노력을 의료진과 함께 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인 너무나 당연한 이유가 존재하므로 진료행위는 지식을 전달하는 과정이 수반된다. 지식을 나누는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런 면이 바로 티칭 경험을 통해 지식을 전달하고 나누는 연습이 되어있는 학생을 의대가 선호하는 이유이다. 교사에게 가장 필요한 지식전달 능력이 의사, 변호사, 건축설계사뿐 아니라 세일즈맨이나 애프터 서비스 담당자에게도 필요하지만 잘못된 지식전달의 여파가 가장 클 수 있는 직업이 의료전문가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으니 티칭 경험이 의대 진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누구나 대학을 졸업하고 TFA 혹은 다른 방법을 동원해서 교사로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나서 의대에 진학해야 하느냐는 점은 좀 다른 얘기다. 첫째 티칭 경험은 꼭 학교 선생님이 되어야만 쌓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고, 둘째 티칭 경험보다 더 중요한 환자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쌓는 경험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과외선생을 하거나 방학동안 집 근처 학원에서 SAT를 가르치는 경험도 나쁘지 않다. 돈도 벌고 지식 나눔도 연습해 볼 수 있는 프리메드 학생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기본적인 활동이다. 하지만 더 효과적인 티칭 경험은 TA(Teaching Assistant)를 해보는 것이다. 일단 TA는 아무나 되지 못 한다. 해당 과목에서 좋은 성적을 받은 학생들 중에 선발되기 때문이다. 열심히 한 학기 동안 TA를 하면 아마도 강한 추천서를 해당 교수에게서 받을 확률도 높으므로 이 점도 매력적이다. 물론 TFA를 통해 2년 동안 교사생활을 해본 지원자에 비해 지식 나눔에 대한 전문성은 떨어져 보일 수 있지만 한 학기 TA 경험이면 의대에서 요구하는 지식 나눔의 성향은 충분히 보여줄 수 있다. 여기서 의대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이 절대로 간과하면 안 되는 점을 다시 짚고 가자. 지식 나눔 성향보다 더 중요한 것은 환자중심의 사고방식이다. 환자를 긍휼히 여기는 마음이 없는 지식 나눔은 지식질이 되어 버릴 수 있음을 잊지 말자. 병원봉사 시간은 100시간도 안 되는 학생이 TFA에서 2년간 교사로 티칭 경험을 쌓았다고 의대에서 환영하지는 않을 것이다. 마치 환자를 만나본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 학생이 실험실에서 세균만 연구하다 의대에 지원하는 경우와 유사하게 핵심이 빠진 지원자로 분류될 것이다. 특히 졸업학점이 3.7 미만에 클리닉컬 경험은 별로 없고 의학에 대한 확실한 동기부여 계기도 없는 학생이 주변에서 TFA를 통해 학생들을 가르치다 의대에 진학한 다른 학생들의 경우를 듣고는 본인도 TFA를 하겠다고 한다면 말려야 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그냥 말려서는 다 큰 자녀가, 그것도 프리메드씩이나 한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장성한 자녀가 따를 리가 없으니 대학시절 동안 환자와 함께 한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질문을 하며 차분히 설득을 하는 전략이 필요하겠다.
닥터가 되고자 하는 자녀에게 꼭 들려줄 얘기가 있다. 다양한 분야의 박사학위 소지자를 총칭하기도 하는 닥터라는 호칭은 특히 의사의 다른 이름으로 보편화되어 있지만 이 단어의 라틴 어원은 가르치는 사람을 뜻한다. 자녀에게는 “To Teach”라는 라틴 동사의 행동주체를 나타내는 명사(Agentive Noun)이니 찾아보라고 하자. 하지만 여기서 끝나면 안된다. 단순히 닥터라는 단어 뜻에 의하면 교사나 교수가 되면 되지 굳이 의대에 갈 이유가 없다. 의학이란 학문의 중심은 환자가 차지하고 있다는 단순명료한 진리를 강조하여 가르치는 기술보다는 왜 지식을 그들과 나누어야 하는 지에 대해 먼저 깨우치면 의대 진학은 당연히 이루어진다는 확신을 전달하기 바란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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