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는 의대에 진학하는 것보다도 훨씬 중요한 과정인 레지던시 매칭과정도 이번 코로나 사태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일단 의사면허시험인 USMLE도 시험일정이 정상적이지 않았으며 현 의대 4학년 학생들은 3학년 봄에 팬데믹을 맞이 했으므로 3학년 후반기 임상실습을 위한 수업들이 모두 취소됐다가 화상통화로 이루어 지는 등 우여곡절을 겪어야만 했다. 이제 그 학생들이 레지던시 매칭에 도전하는 시기가 되었으므로 많은 가정에서 아무도 가보지 못했던 길을 가야하는 의대생 자녀들 때문에 노심초사하고 있기에 어떤 변화가 있으며 무엇을 기대해야 하며 어떤 전략이 가장 도움이 될지에 대해 함께 알아보기로 한다.
대학입시에서 사용되는 공동지원서를 Common Application이라고 하고, 의대입시에서 사용되는 공동지원서를 AMCAS(American Medical College Application Service)라고 하는데 의대 4학년 학생들이 레지던시 매칭에 지원하는 과정에서 제출하는 공동지원서는 ERAS(Electronic Residency Application Service)라고 하며 대학입시나 의대입시와 마찬가지로 레지던시 지원과정에서도 에세이 파트와 경력소개 파트로 나뉜 자기소개를 하고 나면 매칭을 원하는 병원 프로그램을 나열하게 되는데 이 ERAS 원서접수 과정이 레지던시 매칭을 위한 첫 단계이고 올해도 예년과 동일하게 지난 9월 1일부터 접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예년의 경우라면 접수된 원서를 검토하기 시작하는 날이 9월 15일이지만 올해는 10월 21일부터 원서를 검토하기 시작하게 변경됐으니 한달 이상 타임라인이 늦춰진 셈이다. 이 혼란스러웠던 시기에 제대로 원서접수를 못 했을 수도 있을 의대 4학년생들을 위한 조치이다. 하지만 3월 중순에 모든 매칭결과를 발표해야 하는 병원들 입장에서는 여유가 없어진 상황이라는 점을 인지해야 하겠다. 추후에 어떤 조치가 있을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매칭결과 발표는 예년과 같은 3월 15일 주간에 이루어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예년의 경우에 9월 15일에 원서검토를 시작하면 9월이 가기 전에 인터뷰 초대를 받기 시작하는 학생들이 제법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10월 21일에 원서검토를 시작하면 10월말부터 인터뷰 초대를 받기 시작하고 바로 11월초부터 인터뷰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인터뷰는 의대생들과 마찬가지로 화상통화로 하게 될 확률이 상당히 높은데 이는 병원내에는 필수인력만 출입하게 한 현재의 정책과도 어울리고 이는 결국 환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이다. 물론 학생들이 항공여행을 하고 숙박업소에서의 머무는 일을 원천봉쇄해 학생들의 안전과 사회 전체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옳은 결정이라고 보지만 인터뷰 전날 갖는 디너 모임이나 칵테일 파티 등을 통한 인성 및 사회성 점검을 못 하게 된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일부 한인 의대생에게는 굳이 나쁜 영향이 아닐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보자면 백인학생들에 비해 일부 한인학생들이 그런 자리, 즉 디너 파티나 칵테일 파티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너 파티나 칵테일 파티는 말만 근사하지 실상은 밥 한끼 먹으며 대화하는 자리를 의미한다. 대부분 괜찮은 이태리 레스토랑이나 스테이크 하우스를 통째로 빌리거나 미팅룸을 빌려 지원하는 전공과의 교수와 레지던트들을 포함한 관계자들이 인터뷰에 참석하는 지원자들과 저녁을 먹거나 간단히 와인이나 칵테일을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시간인데 그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이라면 이 시간이 아주 고역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어린 자녀들과 근사한 식당도 자주 다니라고 권한 많은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 디너 자리에서 학생들이 어색하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요즘은 모임 자체가 자제되고 있지만 이 답답한 팬데믹이 지나가면 사람이 사람과 어울려 밥 먹고 대화하는 사람 답게 사는 시간을 자녀들이 즐길 수 있도록 돕자. 가끔 사춘기 시절 친구들을 초대한 생일파티를 한 번도 못 해 봤다는 명문대학에서 프리메드 과정을 밟고 있는 한인학생을 만나는 일은 가슴 아픈 일이었는데 그들의 사춘기 시절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그들이 이 험한 사회생활을 어떻게 해쳐 나갈 지에 대한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물론 그래서 목숨 걸고 의대에 가고자 할 지도 모르지만 그런 학생들을 의대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서는 별로 안 좋아한다는 사실을 전하니 아직 어린 자녀를 키우는 가정에서는 꼭 참고하면 좋겠다.
특히 이번 레지던시 매칭에서의 특징은 의대생들이 다른 의대부속병원에 방문하여 임상수업을 받는 Away Rotation의 기회가 거의 주어지지 않고 있으며 어렵게 그 기회를 잡더라도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실제로 의대생들을 교육시키는 의대교수들, 즉 Attending Physician들과 제대로 대화하며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과제물의 홍수에 빠져 시간을 보내다 마치는 일이 일반화되어 있어 안타깝다. Home Rotation, 즉 자신이 재학 중인 의대병원에서 하는 임상수업만 잘 하면 되지 굳이 다른 의대병원에서 다른 학교에 가서 수업 받는 과정이 왜 중요하냐고 반문하기 쉽지만 이 기회를 통해 해당 병원의 교수나 레지던트들에게 미리 오디션을 받는 기회이기도 하고 자신이 그 병원에서 향후 몇 년간 트레이닝을 받는 것이 좋을 지에 대한 검증을 미리 해보는 시간이 바로 Away Rotation의 의미이기 때문에 이런 기회를 제대로 못 갖는다는 점이 이번 팬데믹에 레지던시 매칭에 도전하는 의대생들에게 가장 쓰라린 부분이다. 당연히 예상되는 결과는 타 의대출신보다는 미리 만나본 재학생들 중에 더 많은 학생들이 본교 병원에 매칭되는 것이다. 의대들마다 벌써 이런 결과를 학생들에게 공식적으로 예고하고 있으니 여기서도 작금의 심각한 사회현상인 계층간 이동불가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다. 즉, 명문 의대생들은 명문 의대 부속병원에서 전공의 교육을 받을 확률이 더 커졌고, 비명문 의대생들이 명문 의대 부속병원에서 전공의 교육을 받을 확률은 줄어들었다는 의미이다. 아무튼 사회문제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의대 4학년생들에게는 조금 비현실적인 얘기이고 당장 매칭에 대한 전략을 어떻게 세울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먼저이겠는데 결론은 너무 당연해서 허탈하다. 본교 교수들 과의 관계형성에 힘쓰라는 것이다. 일단은 남은 시간동안 본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가능한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하겠다. 하지만 이 부분은 이미 지난 3년간 어떻게 지내왔는지가 결정적이겠다. 남은 시간동안 본교 병원에서 진행되는 Sub Internship, 즉 본인이 지원할 전공과에서 갖는 인턴쉽에서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과 인상을 주는 점이 가장 중요하며 이 과정에서 해당 전공과의 교수에게서 강력한 추천서를 받는다면 본교에 남든 아니면 희망하는 병원에 매칭될 가능성을 올리는 가장 확실한 전략이 될 것이다.
평소에 꾸준히 노력하는 학생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는 보편적 진리를 절감하는 시간이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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