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의대 입시에서 고교시절의 기록은 외형적으로는 아무 영향도 주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즉, 고교 졸업시의 최종 학점이 몇 점이었는지 묻지도 않고 SAT 성적이 얼마였는지 묻는 질문도 없다. 그러므로 겉으로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고교 성적과 의대 입시와의 상관관계는 전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도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하기는 무리가 있으므로 실제로 어떤 부분들이 연결되어 있는지 자세히 알아보자.
앞에서 의대 지원서에는 고교시절의 학점이나 SAT 성적을 묻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으나 어떤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그 이후에 어떤 대학에서 공부했는지는 당연히 밝히고 있으므로 그 상관관계를 유추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물론 고교시절에 뛰어난 성적을 유지했던 학생이 의도적으로 하위권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가 전혀 없지는 않지만 일반적이지는 않은 일이므로 실제로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 학생은 Secondary Application, 즉 2차 지원서에서 그 이유를 설명하기를 권한다. 특별히 따로 설명할 부분이 있다면 설명할 수 있는 선택적 질문이 2차 지원서에 포함된 의대가 거의 대부분이기 때문이며 만일 그런 설명이 없다면 자신의 능력에 맞는 대학에 진학했다고 유추할 것이다. 물론 명문대학 출신들만 의대가 좋아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명문대학 출신학생을 싫어할 의대도 없다. 명문대학 출신학생들은 고교시절부터 남들보다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는 의미이며 그것이 학습능력이든 아니면 뛰어난 리더쉽이든 분명히 매력적인 부분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이미 객관적으로 인정받았던 학생들이다. 물론 명문대학에 진학했더라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 학생, 즉 학점관리에 실패한 학생은 의대 뿐만이 아니라 그 어디에서도 환영 받지 못하겠지만 명문대학에서 학점관리도 잘 한 학생이라면 일차적인 검증은 통과한 셈이다. 물론 통과해야 할 관문은 아직 몇 개 더 남아 있으므로 학점관리만 잘 했다고 의대에 진학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고교시절의 학점을 확인하지 않는 이유는 충분히 설명되었다고 본다. 물론 간혹 하위권 의대 중에서는 고교시절의 학점이나 SAT/ACT 점수를 묻는 곳도 있지만 매우 드문 일이므로 일반적인 의대 입시에서는 무시해도 좋을 수준이다. 한국에서 고교를 졸업한 유학생이라면 내신등급에 연연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이긴 하지만 그 내신성적은 의대입시 이전에 미국 대학입시에서 활용되는 것은 잊지 말아야 하겠다.
그렇다면 고교시절의 학점이 뛰어나지 못한 학생은 의대에 진학할 수 있는 길이 원천적으로 차단되었다고 봐야 할까? 그렇지는 않다. 명문대학 출신이 아니더라도 의대에 진학한 학생들은 매년 존재하기 때문에 절대로 고교시절의 학점에 연연해서 미리 꿈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명문대학에 진학한 학생들 중에도 의대 진학에 실패한 학생들이 더 많다는 점을 감안하여 그들보다 훨씬 더 효율적인 대학생활을 해야만 포기하지 않은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평범한 주립대학 출신 학생들의 MCAT 성적은 명문대학 출신 학생들의 MCAT 성적보다 좋지 않다. 하버드 대학을 3.5로 졸업한 학생 중에도 MCAT 만점자는 나오지만 평범한 주립대학을 만점으로 졸업한 학생 중에도 MCAT 성적이 전혀 의대에 진학하지 못할 수준인 학생이 존재하는데 그들의 SAT 성적을 비교하면 그 결과가 그리 놀랍지 않기도 하다. 만일 고교시절에 최고의 학습능력을 갖추지 못한 학생이라면 절대로 서둘지 말고 대학시절에 학교성적을 잘 관리하는 것은 기본이고 대학 졸업 후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해서 MCAT 준비를 따로 더 하라는 조언을 주고 싶다. 스탠포드에서 3.5를 받은 학생이 Cal State LA에서 4.0을 받은 학생보다 MCAT 을 훨씬 더 잘 보는 일은 허다하기 때문이다. 하물며 어떤 학생들은 LACC 등의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좋은 성적을 받았으므로 UCLA에 편입하면 똑같이 좋은 성적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기도 하는데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일반적이거나 평범하게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유학생을 포함한 일부 학생들이 대학시절의 학비를 절약하고자 고교졸업 후에 일단 CC(Community College)에서 공부를 한 후에 4년제 대학으로 편입하는 과정을 거치며 의대 진학을 준비하고 있지만 그런 경우는 대학을 4년이 아닌 5년에 졸업하는 것이 가장 빨리 졸업하는 시간이라는 점부터 인지하고 전략을 세워야 하겠다. CC에서의 학점이 의대에서 100%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더 안전하기 때문이다. 특히 프리메드 필수과목들은 CC에서 혹시 수강했더라도 4년제 대학에서 다시 수강하는 것이 안전한 전략이 되겠다. 일부 의대가 CC 학점을 인정해 주기는 하지만 CC에서 배운 내용으로 MCAT 준비를 한다면 의대에서 요구하는 성적을 받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뛰어난 주립대학인 UC Berkeley 학생들도 학점관리가 굉장히 힘든 학교공부를 하고 있지만 UCB 3.9인 학생의 MCAT 성적보다 MIT나 CalTech 3.7 학생의 MCAT 성적이 평균적으로 더 좋은 이유를 모르고 있지는 않으리라 믿는다. 이미 대학입학시에 학습능력의 차이가 존재하는 상태에서 대학 4년을 지냈는데 남들보다 특별히 더 많은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 그 차이가 줄어드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게다가 의대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 대부분은 많은 노력을 하며 대학생활을 하므로 그 차이를 줄이기가 더더욱 쉽지 않은 일이므로 의대에서는 굳이 고교시절의 성적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도 능력 있고 매력적인 학생을 선발하는데 문제가 없어 보인다.
다시 말하지만 성적이 뛰어났지만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자발적으로 CC를 거쳐 4년제로 편입했거나 처음부터 학습 난이도가 높지 않은 대학을 선택했던 학생은 그런 특별한 사정을 2차 지원서에서 소상히 밝히면 굳이 명문대학 출신이 아니라는 불이익을 받지 않을 수 있지만 그러려면 본인의 원래 뛰어났던 학습능력을 대학학점 뿐 아니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도록 MCAT 고득점은 필수사항이라고 여기고 긴장을 늦추지 않는 대학생활을 해야만 그런 특별한 상황을 인정받아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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