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진학을 준비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모두 다 중요하지만 만일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코 일차 지원서인 AMCAS Application에 들어갈 Personal Statement(PS)을 들 수 있겠다. 5,300자 이내로 적어야 하는, 즉 편지지 한 장을 빼곡히 채우는 분량의 짧은 글이 학생의 의대 당락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므로 이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 의대진학의 핵심 중의 핵심이다. 많은 학생들, 특히 의대진학에 실패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의 경우에 이 PS에 미리 대비하지 않고서 원서접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쓰기 시작하며 본인의 Patient Oriented Heart를 보여주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5달 후면 2015년 8월에 입학할 의대 신입생들을 선발하는 원서접수가 시작되니 이번 겨울방학은 다음 사이클에 의대에 원서를 접수시키고자 계획하는 학생들이 PS 준비를 시작해야만 하는 시기이다. 부모들이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자녀들과 차분히 대화를 나누기 바란다.
간혹 아직 준비가 제대로 안 된 학생들이 쓸 내용이 부족해서 앞으로 남은 시간에 좀 더 많은 경험을 하고서 PS를 쓰기 시작하겠다고 부모에게 말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꼭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 학생의 의대진학 전망이 밝지 않은 것도 감안하자. 제대로 준비를 한 학생이라면 지금까지의 대학생활을 토대로 자신이 의대진학을 바라는 이유가 자신의 가치관에 어떻게 부합하는지에 대해 적기 시작해야 할 때다. 그래야만 본인의 글에서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스스로가 파악할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 이번 겨울방학에 PS를 완성시키라는 의미는 아니지만, 이번 겨울방학에 미리 고민을 시작하면 자신의 장단점을 파악하기에 도움이 될 것이고, 미흡한 점을 발견한다면 보완할 시간적 여유가 남아있기에 다음 사이클 의대입시에 계속 도전해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준비가 제대로 되어있는 지 여부를 알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초벌로 적어본 PS에서 Patient Oriented Heart가 보이는 지를 부모가 읽어봐 주면 좋겠다. 어려운 단어가 있으면 사전에서 찾으면서라도 읽어봐 주면 적어도 부모의 눈에는 보일 것이다. 중년의 나이가 준 삶의 지혜는 자녀의 글에서 환자를 위하는 가치관이 충분히 보여지고 있는 지 아닌 지 정도는 쉽게 보일 것이다. 물론 부모에게 그 글을 보여주는 경우에만 자녀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이 되겠다. 자립심의 정의를 제대로 모르고 젊은 패기만을 앞 세우는 자녀라면 부모에게 본인의 PS 초벌을 보여주기가 쉽지 않을 수 있으니 이런 경우라면 최소한 “네 글에서 환자를 아끼는 네 마음이 잘 보여지고 있니?”라고 넌지시 묻는 것이라도 하자. 우리 부모들도 젊은 날에 그랬듯 많은 자녀들이 부모의 애정과 관심을 간섭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니 수위조절을 해가며 PS 준비를 시키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PS 내용을 못 보는 경우에 예후를 활용하여 그 내용을 가늠하기 쉬운 방법으로 자녀가 대학시절 방학들을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를 돌이켜 보자. 예를 들자면, 고교를 졸업한 그 해 여름방학은 놀기만 한 학생이 있을 수 있고, 아니면 하이티 지진참사 현장에 봉사를 다녀온 학생이 있을 수 있겠다. 하이티 지진참사 현장에 봉사를 부모가 시켜서 간 학생도 있겠고, 자발적으로 다녀온 학생도 있겠다. 다녀온 후에 그곳에는 많은 봉사자들이 다녀갔으므로 본인의 의대진학에 도움이 안될 듯 하다는 학생이 있을 수 있겠고, 그곳이 아직도 많은 일손을 필요로 하고 있다며 재차 다녀온 학생이 있겠다. 각 경우 후자에 속한 학생이 행복한 의사가 될 확률이 높을 것이고, 그의 PS가 의대가 기대하는 글이 될 확률이 높다. 물론 가슴에 있는 것들을 글로 옮기는 과정에서도 많은 변수가 작용할 수 있으므로 미리 준비를 시작해서 필요한 조치들을 취해야 하지만 근본적 요소가 바뀔 수는 없다. 의료봉사에 참여하기를 싫어하는 학생이 의대에 가겠다면 말리자. 그의 삶이 피곤해질 수 있다.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취업을 하든 대학원을 가든 그들의 원서에서 보여져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해당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적이 있냐는 것이다. 즉 인턴쉽 성취도가 학점보다 더 중요시되며 해당분야에서의 성취도를 미리 가늠하는 합리적 기준이다. 의대가 가장 중요시 생각하는 것이 환자를 직접 만나서 어떤 경험을 했고, 그를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에 주안점을 두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만일 부모가 자녀를 의료봉사에 보내며 그 의미를 자녀의 내적 성장을 우선시하지 않고 의대진학에 미칠 파급효과만을 생각한다면 그 학생은 부모를 잘 못 만나서 의대에 진학하지 못 하거나 덜 행복한 의사로 살아가기 쉬울 것이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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