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치대에 진학하고자 하는 많은 학생들과 부모님들의 고민사항 중에는 안타까운 사연들이 많이 있다. 인성이나 성품에 관한 문제라면 커리어를 바꾸는 것도 서슴치 않고 권하는 필자이지만, 특정과목의 성적때문에 고민하는 경우라면 딱히 어떤 답을 드려야 할런지 고민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오랜 세월동안 학생들의 의대진학을 돕는 의대진학 컨설턴트로 일해오며 아무리 열심히 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학생들을 만난 적이 분명히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심기일전을 시킬 만한 새로운 동기부여를 해주며, 다른 학생들보다 조금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유도한다면 학생 개개인의 한계로 보이던 문제들을 극복하고서 의대/치대에 입학하게 된 경우로 마무리 되곤 했으므로 특정과목의 성적때문에 평생을 좌지우지할 결정을 쉽게 내리게 하지는 말라고 권하고 싶다.
특정과목의 성적때문에 고민하는 자녀를 바라보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질문을 해주시는 많은 부모님들 중에 가장 최근에 필자에게 그 고민의 깊이를 잘 전달해 주신 어머님의 질문을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학생이름, 학교이름 및 전공에 대한 언급만 제외하고 원문 그대로 공개하며 이와 유사한 질문을 해주신 많은 부모님들 및 유사한 고민을 하고 계실지 모를 많은 부모님들께 이 지면을 빌어 그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아이는 지금 대학 3학년입니다. 대학 진학후에 pre-med프로그램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3학년 때 Bio과목을 들었는데 성적이 나쁩니다. 아이 말로는 재미도 없구 어렵다고 합니다. 3학년 1학기 성적이 좋지 못합니다. 2학기에도 Bio를 듣고 있다가 취소했다고 합니다.
성적이 나쁘다구… 아이는 자신감을 많이 잃었구, 의대 진학을 포기 하려구 합니다. 아이가 의사가 되고 싶어하기도 하지만 앞으로 만나게될 어려운 시험들에 자신이 없어 합니다. 그래도 계속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해야 할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다른 쪽으로 생각을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의대 진학을 위해서 방학때마다 의료와 관련된 봉사활동도 했습니다. 인턴도했구요.어떻게 아이에게 조언을 해줘야 할지 무척 고민됩니다. 도움을 요청합니다. 감사합니다.”
대학 3학년인 학생이 위해 봉사와 인턴 등의 활동을 통해 열심히 의대진학에 대비하고 있었으나, 생물이라는 과목의 벽을 넘지 못 하고 의대진학의 꿈을 접으려 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참고로 이 학생은 명문대학에 재학중인 학생이므로 기본적인 학습능력이 부족한 경우는 아니며, 이과계열의 전공을 하고 있는 경우이다. 필자가 이례적으로 질문의 원문을 공개하는 이유는 이 학생의 경우가 고교시절까지 열심히 공부하다 명문대학에 진학한 후 의대진학의 꿈을 접는 많은 학생들의 전형적인 모습이기 때문이다. 어림잡아 약 90%의 pre-med 학생들이 이 경우에 해당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 상황이다. 질문해 주신 어머님의 안타까운 마음은 필자가 거의 매일 접하는 질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이 글을 읽고계신 대학생 부모님들 중에 이런 고민을 모르고 지내시는 부모님이라면 아주 다행인 10%에 해당되거나, 자녀가 대학생이 된 이후에는 자녀의 성적표를 보신 적이 없어서 잘 하고 있겠거니 막연히 믿고 계시거나, 혹은 자녀와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여서 상황파악이 정확히 안 되고 계신 경우일 것이다. 아직 자녀가 대학생이 되기 이전인 부모님들은 아마도 “공부 잘 하는 내 아이와는 상관없는 일”로 여기고 계시리라는 것도 쉽게 예상된다. 아마도 고교생 부모님들의 대부분은 질문에 등장한 학생이 재학하는 대학수준의 대학에 자녀가 진학을 못 하는 경우일 것도 명백한 사실이다. 명문대학에 진학해서 학점관리하기가 절대로 쉽지 않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자는 의미이다.
학생이 의사가 되겠다는 의지 혹은 열망의 정도에 따라 부모님께서 해주셔야 할 조언이 달라지겠다. 그저 의사라는 직업이 주는 긍정적인 이미지가 좋고 고교시절까지는 학점관리도 잘 되는 편이었으므로 의대진학을 원하는 학생이라면, 굳이 마음 다쳐가며 의대진학준비를 계속해야 할 이유가 없겠다. 본인이 전공하는 분야를 열심히 한다면 직업적으로 다양한 기회를 접하며 만족스러운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의사가 되지 못 하면 인생의 낙오자라고 부를 것인가? 천부당 만부당한 말같지도 않은 얘기라고 누구나 동의할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의사를 천직으로 알고 진정코 의료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돕는 과정에서 세운 뚜렷한 목표라면 고민이 없다. 이런 학생이라면 반듯이 의대에 진학해야만 하겠다. 대학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Tutoring Service를 받거나 방학동안 집에 와서 그 과목에 대한 개인적인 보완책을 마련해서 재수강을 통한 학점향상을 시도해야 하겠다. 혹은 졸업 후에 Post Bacc Program을 통해서라도 해당 과목에 대한 이해도를 높히며 학점도 상향조정한 후 의대진학을 시도해야 하겠다. 투자될 시간과 돈이 아깝다면 그 열망도가 높지 않다고 본다. 이렇게 해도 안되면 어쩌나 고민하며 기회비용을 따지는 학생이라면 빨리 다른 목표를 세우게 하자. 무슨 일이 있어도 해내겠다는 의지가 있어도 쉽지 않은데, 그 정도 의지라면 안 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그동안 봉사 등에 투자한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의대만이 그러한 경력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일류기업에 취직을 하려해도 의대진학을 위해 준비하는 정도의 Extra Curricular는 당연히 요구되며, 꼭 진학이나 취업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학생 스스로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 봉사경험은 필요하므로 굳이 그간의 노력이 아까워서 의대진학의 미련을 잡고 있을 필요는 절대로 없겠다. 정당한 이유에 기인한 강한 의지만 있다면 의대진학은 그리 어렵지 않다는 사실과 의대진학만이 행복한 인생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 두가지 내용을 자녀들과 속 깊은 대화를 통해 나누시기 바란다.
남 경윤 / 의대진학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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