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소개했듯이 미국 의대에 성공적으로 진학한 한인 의대생들의 공통된 기본 성향은 인내심이다. 그 인내심이 실제로 힘을 발휘하려면 부모 역시 조급해 하지 않고 함께 기다려 줄 수 있어야 하는데 오늘은 이 인내심이 어떻게 의대 입시 성공으로 이어졌는지 한 학생의 사례로 다시 한번 보여주고자 한다.
홍 길동 학생은 2015년에 UCLA를 졸업했다. 이듬해인 2016년에 의대에 도전했지만 실패했고, 2017년 5월에 필자를 찾아왔다. 학점은 3.75로 당시 기준으로는 한인 학생이 의대를 노려볼 수 있는 최소한의 성적은 확보한 상태였다. 그러나 병원 봉사를 포함한 클리니컬 경험과 단체활동을 통한 팀 플레이 경험이 모두 부족했다. 게다가 MCAT 성적도 510이었지만 영어(CARS) 섹션이 124점이라 이 부분은 반드시 다시 시험을 봐서 점수를 올려야 했기에 다음 사이클에 지원하는 것은 무리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부모님의 생각은 달랐다. 시간을 끌면 긴장감이 떨어져 더 안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지원 시기를 앞당기고 싶어 했다. 반면 학생과 필자는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했다. 지금 상태에서 또 급하게 도전하는 것보다는 2년 정도 더 시간을 투자해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캘리포니아 주립 의대 진학을 목표로 장기 전략을 세우기로 했다. 이 결정은 부모님 입장에서는 답답했겠지만, 서두르지 않고 현실을 인정한 이 선택이 이후 긴 여정을 버티고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한 첫 번째 인내의 출발점이었다.
길동 학생은 이후 차분히 부족한 부분들을 보완해 나갔다. 병원과 지역사회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단체활동을 통해 팀워크 경험도 쌓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봉사를 마치고 단체로 이동하던 길에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6개월 동안 병원에 입원해 여러 번의 수술을 받았고, 퇴원 후에도 몇 년간 재활치료를 계속해야 할 정도의 큰 부상이었다. 이 과정에서 어떤 학생은 의대 진학의 꿈을 포기했을 수도 있지만, 길동 학생은 “의학의 도움이 없었다면 나는 이미 이 세상에 없었을 것”이라며 오히려 의사가 되고 싶은 마음을 더 다잡았다. 재활을 마치고 나면 다시 의대 입시를 준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었고, 필자는 그 의지를 믿고 용기를 주며 기다렸다. 3년이 흐른 뒤 길동 학생은 다시 의대 준비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 시점은 코로나 시기와 겹쳐 병원 봉사 기회도 줄었고, 면역력이 약해진 학생이 현장 활동을 늘리기도 어려웠다. 우리는 우선 MCAT 준비에 집중하기로 했다. 하지만 재활이 성공적이었다 해도 하루 10시간 이상 책상에 앉아 공부할 수 있는 컨디션은 아니었다. 그래서 또다시 시간을 길게 쓰는 전략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몸 상태를 세심하게 조절하며 3년에 걸쳐 천천히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MCAT 공부를 이어갔다.
“선생님, 저 ○○ 의대에 합격했어요. 선생님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 정말 진심으로 감사하단 말씀 드리고 싶어요.”라는 메일을 받았을 때의 감격은 필자의 답장에 잘 드러나는데 “이렇게 기쁜 소식이 있나. 너무 잘 됐구나, 길동아. 너의 인내심과 노력이 너를 네가 원하는 목적지로 잘 데려가고 있어서 너무 반갑다.” 였다. 이 사례의 핵심은 간단하다. 본인의 능력과 상황을 냉정하게 분석해 현실적인 목표와 타임라인을 세우고, 조급해 하지 않고 인내하며 시간을 투자하는 것. 이것이 미국 의대 진학의 정도이다. 무엇보다 부모가 먼저 이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자녀도 조급함에서 벗어나 차분하게 준비할 수 있다.
성공적인 의대 입시는 빨리 가는 사람이 아니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버티며 꾸준히 나아가는 사람에게 열려 있다는 사실을 이 사례를 통해 다시 한 번 전하고 싶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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