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도 레지던시 매칭은 작년에 이어 USMLE Step 1 성적이 Pass/Fail로 보고된 두번째 사이클이라는 점과 더불어 이번에 도전한 의대생들이 의대 초반기에 팬데믹의 영향으로 병원봉사를 비롯한 임상경험에 제약이 있었다는 점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가 작용하지 않을지 우려하는 시각도 있었으나 큰 이변 없이 모든 면에서 작년과 유사하리라고 예상되던 진행과 결과가 나와서 다행이다. 하지만 의대생들과 사회 전체의 가치관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고 우리 한인학생들도 이런 변화에 적극적으로 합류하고 있으므로 이 점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스텝 2 성적이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는 점과 리서치와 봉사에 얼마나 적극적이었는지 그리고 얼마나 강한 추천서를 제출했는지 등은 작년 매칭에서부터 이미 예상되었고 확인된 매칭 성공을 위한 조건들이었는데 올해도 변화 없이 동일하게 적용된 사항들이었다. 그러므로 스텝 1 성적만 좋으면 거의 모든 것이 용인되던 재작년까지의 매칭 시스템은 전설로 남게 되었고 이제는 의대입시와 동일한 기준으로 레지던시 매칭을 준비하면 큰 이변 없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믿어진다. 그러므로 본인이 왜 해당 전공분야에 지원하게 되었는지를 합리적으로 보여줄 해당 분야에서의 경험과 그 경험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납득이 가게 적은 에세이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며 프리메드 시절부터 다양한 쉐도윙과 병원봉사를 경험한 학생들이 그만큼 유리한 입장이 되었으니 레지던시 매칭을 별개의 과정으로 보지 말고 의대입시의 연장선으로 간주하기를 권한다.
변화의 물결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은 크게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겠는데 그 첫번째는 전염병에 제대로 대처할 사회적 필요성과 젊은 의대생들의 책임감이 공존하므로 올해도 Infectious Disease나 Critical Care 등과 연관된 전공분야에 지원하는 인원이 늘었다고 하니 조만간 정확한 자료가 발표되면 소개하겠다. 두번째로는 병원의 명성도 중요하지만 가족이나 라이프 스타일도 중요하다고 느끼는 의대생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예를 들어 LA에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들이 살고 있는 학생이 동부에 있는 의대에서 지내고 나면 다시 LA로 돌아가서 가족과 함께 지내며 레지던시 트레이닝을 받고 그 지역에서 의사로 활동하고자 하는 성향이 예전에도 있었지만 이제는 병원의 명성보다 지역적 특성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으며 레지던시 프로그램 지원서인 ERAS(Electronic Residency Application Service) 지원서를 작성하다 보면 그 분위기가 느껴지는데 이런 변화는 약 5년전부터 시작되었으며 팬데믹이 불러온 긍정적인 사회현상이라고 봐도 좋을 듯 싶다. 다시 말해 창궐하는 전염병에 제대로 대처해야 한다는 의학의 사회적 역할에 공감하는 젊은 의대생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과 힘든 상황이 오면 가족과 함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요소라는 점을 우리 모두가 느끼며 살아가고 있고 이런 시대적 변화가 레지던시 매칭에서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아마도 이번 여름 의대진학 세미나에 초대될 게스트 스피커는 이런 맥락에서 동부에 있는 의대출신으로 가족이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의 오렌지 카운티로 돌아가려고 일순위로 UC Irvine 병원을 랭크하여 매칭에 성공한 의대생을 초대하여 그 학생에게 직접 그 여정을 들어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올해도 안타까운 상황에 처해 마지막 순간에 간절한 도움을 청하던 가정들이 있었지만 레지던시 매칭과정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면 재도전을 할 수도 있다는 것도 미리 알고 있기 바란다. 재도전을 하지 않을 거라면 경쟁이 덜 치열한 전공과로 바꾼다든가 아니면 같은 전공과라도 선호도가 많이 떨어지는 지역의 병원에 도전하여 해당 전공분야의 전문의가 되는 방법도 있으니 이는 학생의 전공과에 대한 의지와 열망의 정도에 따라 다른 결정을 하게 된다. 일례로 현재 뉴욕의 한 병원에서 일반외과 레지던트로 수련하고 있는 한 젊은 의사는 의대시절에 의사가 되지 않더라도 살아갈 수 있지만 수술을 하지 않는 의사로 살아가는 건 자신이 없고 의미도 없다고 말할 정도로 외과에 대한 강한 의지와 열망을 갖고 있었다. 그러므로 첫해에 매칭에 실패하고 나서도 SOAP(Supplemental Offer and Acceptance Program)을 통해 다른 전공과로 매칭을 시도할 생각도 하지 않고 재도전을 택했고 다음 해에 매칭에 성공하여 지금은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 있으니 일년의 시간을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좋다. 이런 점에서도 레지던시 매칭은 의대입시와 동일한 맥락으로 접근하는 것이 유익해 보인다. 하지만 특정 전공과에 그렇게 강한 의지와 열망이 없다면 경쟁이 덜 치열한 전공과로 변경하여 매칭이 안 된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SOAP에서 추가로 매칭하는 것도 전략적 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는 점도 잊지 말자.
이루고 못 이루는 차이는 자신의 기준에 대한 측정값이지 세상에 보여주는 절대 가치가 절대로 아니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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