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열심히 노력해서 미국 의대에 입학까지 했으니 이제 자식걱정은 하지 않고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은 시기적으로 조금 이른 감이 있어 보이는 몇 주를 보내고 있다. 의대에 입학한 자녀가 특정과목을 Fail 했는데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되냐는 질문을 최근 들어 심심치 않게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 과목을 낙제했다고 바로 퇴학을 당할 확률은 크지 않지만 유급을 당한 이후에 다시 낙제를 한다면 퇴교조치를 당하는 것이 수순이므로 매 과목을 집중해서 공부해야 하겠고 만일 예기치 않을 일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미리 알고 대처하면 좋겠기에 몇가지 주의사항을 전하고자 한다.
하버드 의대처럼 신입생 시절부터 학과공부도 하고 실습도 시작되는 극소수의 의대도 있지만 대부분의 의대는 신입생들에게 나머지 시간동안 의대교육을 받는데 기초가 될 해부학과 생화학 등의 과목을 순차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예를 들어 8월 한달간 해부학인 Anatomy 과목을 공부하고 9월에는 혈액에 관해 공부하는 Hematology 과목을 공부하고 10월에는 근골격계를 공부하는 Integumentary and Musculoskeletal Systems 과목을 공부하면 약 2주간의 겨울방학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다음 학기에도 이런 식으로 뇌과학, 신장학, 심장순환기학을 공부하고 나면 일학년이 끝나고 2학년이 되면 호흡기, 소화기, 내분비학, 생식학, 행동과학 등을 공부하고서 의사면허시험의 첫 관문인 USMLE STEP 1 시험을 보게 되고 나서 3학년이 되면서 임상실습수업에 임하게 되는 것이다. 앞에서 설명한 과목들을 공부하는 건 대부분 의대들의 공통된 사항이지만 심장순환기학인 Cardiovascular 과목을 일학년 때에 가르치는 의대도 있고 2학년 때에 가르치는 의대도 있으니 이는 의대마다의 자체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다. 대학시절까지는 한 학기에 여러 과목을 동시에 공부하며 지내는데 거의 대부분의 의대에서는 한 과목을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그 다음 과목으로 넘어가므로 학기제라고 부르지 않고 Block 제도라고 불리우며 한 과목에서 F 학점을 받으면 과목낙제를 줄여 과락을 하게 되는 것이고 Block Fail 이라고 불리우기도 하는 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모든 의대가 자체적인 학사정책을 갖고 있으므로 한 과목을 Fail 하면 반드시 어떤 특정적인 일이 벌어진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해당 과목은 다음 해에나 수강할 수 있으므로 그때까지 학교에서 정학을 당한 상태로 다음 학년생들과 다시 해당 수업을 듣는 유급생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과락을 하면 즉시 정학을 당한다는 공식이 있는 것은 아니고 해당 학생의 다음 단계를 결정짓는 위원회가 모여 유급을 결정하든지 아니면 재수강없이 재시험의 기회를 주든지 상황에 맞는 결정을 내리고 되고 만일 과락이 반복된다면 퇴교조치를 결정하는 것도 위원회에서 공청회를 거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게 되니 나쁜 일이 벌어지더라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자신이 처한 상태에 대한 정확한 원인파악 및 자신에게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선택을 해서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위원회에 전달해야만 하겠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자신감 결여와 대인기피증이다. 큰 실패를 겪었으니 그 충격에 쌓일 수 있지만 중요한 건 한번의 실수가 자신의 인생 목표 전체를 부정적으로 바꿔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위기에 처할 수록 그 순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놓치지 말아야 하며 이런 경우라면 낙제한 과목을 정복하고 의대를 무사히 졸업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한 과목에서 낙제점을 받은 과락의 기록이 남아있을 것에 대한 우려와 의대 학장이 적어줄 추천서에 부정적인 내용이 들어갈 수도 있으므로 원하는 레지던시에 매칭되기 불가능 할 것이라는 불안감에 사로 잡혀서 그 시점에서 의대를 그만두고 다른 길을 가는 것이 더 나은 지를 고민하는 것은 좋은 판단이 아니라고 본다. 끝내 공부가 너무 어려워서 의대에서 퇴교조치를 당한다면 그 때는 고민없이 다른 진로를 찾아야 하겠지만 한번의 과락으로 의대에서 퇴학 당하지도 않을 뿐 더러 실수를 통해 더 열심히 노력하는 자신을 찾을 수 있다면 그런 모습을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보여 기대 이상의 매칭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고 확신한다. 일단 해당과목의 교수에게서 실패를 딛고 재기했다는 강한 의지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추천서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최우선이고 그를 위해서는 스스로 마음을 다잡고 다시 노력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수이다.
2024년에 입학한 의대 신입생의 숫자가 22,981명이고 10년전인 2014년에 입학한 의대 신입생의 숫자는 20,055명이었으니 먼 옛날이 아니고 불과 10년전과 비교하기만 하더라도 의대생의 숫자가 약 3,000명에 가깝게 늘어났다. 2004년 의대 신입생의 숫자는 16,541명이었으니 20년전과 비교하면 6,500명이나 늘어난 걸 알 수 있듯 의대 신입생의 숫자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었고 그러다 보니 준비가 조금 부족한 학생들도 의대에 입학할 가능성이 생긴 것이 사실이다. 참고로 1981년도에 의대에 입학한 신입생의 숫자가 16,587명이었으니 그 이전 20여년간 동결되어 있던 의대 신입생의 숫자가 지난 20년간 엄청나게 많이 늘어난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양적 증가가 발생하다 보니 과락을 하고 유급을 하는 의대생의 숫자도 늘어나야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간주할 수도 있으며 미국내 의대에 진학한 학생이고 많은 양의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읽어낼 독해력이 준비된 학생이라면 실패를 거울삼아 유급 후에 더 뛰어난 성적을 유지하여 원하는 레지던시 매칭에 성공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문제는 캐리비언 의대에서 과락을 반복하다 퇴교조치를 받은 학생인데 이는 최근의 문제가 아니라 캐리비언 의대가 생긴 시점부터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이며 더 큰 문제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들이 캐리비언 의대에서 퇴교조치를 당하는 학생들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강한 기초체력이 경쟁력 있는 운동선수가 갖춰야 할 필수적인 조건이듯 뛰어난 독해력을 갖추는 것이 의학처럼 많은 양의 공부를 짧은 시간에 해내야 할 의대생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된다는 사실을 반드시 명심하자.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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