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5년간 매주 칼럼을 적어오며 어떻게 하면 의대에 합격을 할 수 있는 지에 대해 주로 언급해왔는데 오늘은 합격을 하지 못하면 학생의 인생은 과연 어떤 국면을 맞게 될 지에 대해 소개하겠다. 너무나 다양한 이유로 불합격을 하게 되겠기에 그 다음 과정을 일반화 시키는 것에 무리가 있을 수도 있지만 가능한 보편화 시켜서 대다수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노력하겠다.
의대에 불합격한 학생들 중에는 자신에게 부족한 점을 찾아 의대에 재도전을 시도하는 학생들이 대다수이며 이런 학생들은 반드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한국에서 대학입시를 경험해본 부모세대에게 재수는 기본이고 삼수는 선택이라는 농담 아닌 농담이 생소하지 않듯이 미국에서의 의대입시는 한번이나 그 이상의 재도전을 통해 의대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매년 신입생 전체의 40% 남짓을 차지하니 학생 스스로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이룰 수 있는 목표라고 얘기하고 있다. 물론 자신에게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시작점이고 해당 문제점을 보완하여 더 매력적인 지원자로 재도전을 하는 것이 관건이므로 열린 마음으로 주변에 도움을 청하는 과정은 반드시 거쳐야 하겠다. 하지만 모든 학생이 재도전을 하고 있지는 않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고 본다. 누군가에게는 의대입시가 새로운 도전을 위한 과정일 뿐일 수도 있기 때문이며 그런 학생들은 프리메드 생활을 했던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면 되겠다.
의대에 진학하지 못한 학생들이 택하는 가장 통상적인 차선책은 PhD 학위를 취득하여 연구직이나 교수직을 택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의대입시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봉사보다는 연구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학생들에게서 볼 수 있는 패턴이다. MD 스쿨에 합격하지 못해 DO 스쿨에 진학하거나 치대에 진학하는 경우는 계속 의료계라는 같은 분야에 머물고 있으므로 제외하면 박사학위 취득이 가장 많은 경우라는 것인데 7-8년전 까지만 해도 압도적인 비율이었으나 요즘은 의료분야의 스타트업 회사에 취업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 박사학위 취득보다는 스타트업에 취업을 하는 이유로는 취업과 함께 독립된 삶을 살 수 있다는 이유와 더불어 Healthcare분야와 IT 분야가 복합된 스타트업 회사의 경우 연봉이 왠만한 의사 못지 않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점으로 보인다. 의대입시에 실패한 학생들의 출신대학이나 학점은 엄청나게 매력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이 인재들을 반기는 의료분야 스타트업 기업들은 매우 많다. 대형병원을 상대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는 기업도 있고 원격의료 서비스 프로그램을 만들고 보급하는 회사도 있겠고 AI를 활용한 의료 서비스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회사도 포함되겠으니 그 범주는 무궁무진 하다. 아이비리그 대학을 만점에 가까운 성적으로 졸업해도 의대에 진학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꽤 많다는 사실을 이해하면 그 학생들이 다른 분야에서는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인재로 대접받게 되면 의대입시로 받은 마음의 상처도 치유 받기도 하니 긍정적인 요소도 갖추고 있다.
특히 우리 한인학생들 중에 의대입시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학생들 중에는 MCAT 영어성적이 뛰어나지 못해 다른 모든 분야에서 뛰어나지만 의대에게 선택 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경우가 너무 빈번한데 그 학생들 경우에는 MCAT 외의 다른 시험을 치르고 진학하는 과정에 도전할 경우 거의 모두 기쁜 소식을 듣고 있다. 다른 소수계 학생들과는 달리 동양계인 한인 학생이 MCAT 영어시험에서 전체 수험생들 중 중간수준의 성적인 48 퍼센타일에 해당하는 124점 이하의 점수를 받으면 의대에 진학할 확률이 희박하지만 그 정도의 영어 독해력을 지닌 학생이라면 법대를 포함한 일반대학원 진학을 위한 GRE 시험이나 치대 진학을 위한 DAT 시험에서 상위권에 속하는 영어성적을 받을 확률이 높으므로 원하는 학위에 도전하는 일이 크게 어렵지 않은 일이 된다. 또한 영어성적 외에 다른 부분을 모두 잘 챙겨왔던 학생이라면 의대입시를 위한 다양한 봉사경험과 연구경험 그리고 리더쉽까지 갖추고 있으므로 어떤 업계에 지원을 해도 매력적인 인재로 분류되므로 말 그대로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영어성적 때문에 미국 의대입시에서 가장 불리한 부류인 고교시절에 미국으로 이주한 가정의 학생들과 유학생들의 경우라면 더더욱 다른 분야에서는 환영 받을 수 있으니 너무 낙심하지 않기를 바란다.
필자가 직접 지도한 학생들 중에는 의대에 합격하고도 본인의 의지로 의료분야 스타트업으로 진로를 바꾼 학생과 의대입시에 한 차례 실패한 후 한국에서 군복무 중에 스스로 법대로 진로를 바꿨기에 이를 도와 Top 14에 속하는 명문법대에 진학시킨 유학생 외에는 모두 의대나 치대에 진학하였으니 그건 아마 처음에 인터뷰를 통해 확실하게 의대나 치대에 진학하고자 마음을 먹은 학생들만 받아서 지도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근 20년동안 학생들의 의대 진학을 돕다 보니 중간에 연락이 두절되는 학생들이 한 명 두 명 생겨나고 있어서 안타깝다. 인생의 정답은 살아 보기 전에는 아무도 모르는데 의대입시라는 과정 하나로 자신을 과신하는 것만큼 걱정되는 것이 자신을 비하하는 것이다. 의대에 가서도 자퇴를 하거나 퇴교조치를 당하는 학생도 있고 의대를 포기하고도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학생도 있으니 자신이 정말 원하는 진로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고민하고 다음 행보를 결정하기 바란다. 이번 주에 만나 의대 진학의 가능성을 분석해준 한 젊은이는 이미 박사학위를 갖고 MIT라는 명문대학에서 조교생활을 하고 있지만 다시 의대에 도전하기를 원해 8년전 보다 좋은 MCAT 성적을 받아 놓은 상태였다. 그 세월이 준 지혜와 박사학위가 준 지식이 아무 것도 아닌 것은 당연히 아니지만 끝내 의대에 진학하기를 원하는 그 학생의 경우라면 진작에 만나서 조언을 해줄 수 없었기에 많이 아쉬웠다. 의대 진학만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는 아니고 훨씬 더 좋은 근무환경에서 경제적 풍요를 누리며 살 수 있는 진로도 많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만일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의대 진학이라면 포기하지 말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라고도 전하고 싶다.
자녀의 행복을 대신 만들어줄 수 없기에 부모역할은 참 어렵고 아쉽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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