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29일은 미국 교육제도에 관한 큰 영향을 미치는 법률 판단이 이루어진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은 분명하다. 바로 Affirmative Action 이라고 불리우는 교육정책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소수계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할 때 인종별로 우대를 받던 특혜가 사라지게 된 일인데 오늘 이 뉴스를 접하고는 한인 언론사 및 학부모들이 이 일이 우리 한인 학생들의 의대 진학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 지에 큰 관심을 보이므로 오늘은 이 점에 대해 함께 알아보기로 하자.
소수계 학생들, 아니 좀더 적나라하게 표현하자면 인권운동이 한참이던 1960년대에 흑인 학생들의 대학 입학을 돕기 위해 케네디 대통령이 1961년에 행정명령으로 실행하기 시작한 Affirmative Action은 실제로 많은 유색인종 학생들의 대학입시에 도움을 주고 있다. 우리 한인 학생들도 과거에는 이 제도의 혜택을 받은 적도 있었지만 유색인종 중에 동양계 학생들은 그 숫자도 크게 늘어났고 학습능력도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2000년대에 들어서는 오히려 이 제도 덕분에 역차별을 받아오던 것이 현실이다. 오늘 현재 CBS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인 70%는 이 소수계 우대정책의 중단을 환영하고 지지한다고 밝히고 있고 30%만이 중단을 비난하고 있다고 하니 외형적으로는 미국인 대다수가 잘못된 정책이라고 비난하고 있다고 보일 수 있지만 이 문제는 조금 더 신중하게 이해해야 할 문제이다. 비록 우리 한인 학생들의 대학 입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던 제도이지만 미국 전체를 놓고 보면 인종적 한계나 사회경제적 한계를 갖고 있는 특정 인종의 학생들이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는 점은 반가운 소식은 아니기 때문이다. 굳이 좋은 대학교육이 경제적 혜택만을 주는 것은 아니므로 소수계 유색인종 사회를 긍정적으로 이끌어갈 차세대 리더들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점이 안타까운 점이다. 물론 아이비리그 대학을 나왔다고 해서 모두 본인이 속한 커뮤니티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가능성마저 줄어드는 일은 미국이라는 나라 전체를 놓고 보면 위험하고 부정적인 현상이다.
안타까운 사회현상이라는 점은 사실이지만 오늘의 주제는 이 제도의 중단이 우리 한인 학생들의 의대 진학에 미칠 영향에 관한 것이므로 그 점에 대한 필자의 의견은 영향이 거의 없다고 본다. Affirmative Action 의 영향이 주로 미치는 영역은 대학 입시이지 의대 입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의대 입시에 존재하는 소수 인종 우대정책은 법적 제도인 Affirmative Action에 의한 것이기 보다는 다양성을 확보해야만 하는 필요에 의한 Diversity 정책에 의해서 생겨났고 유지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근 팬데믹을 거치며 흑인이나 히스패닉계 의사가 절대적으로 더 많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극명하게 드러났기에 최근 의대 입시에서는 흑인과 히스패닉계 신입생들이 대폭 증가했다는 사실을 보면 필자가 전하는 의견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필요에 의한 신입생 조절은 또다른 필요에 의해 수정되는 과정을 거칠 위기에 처해 있다. 이번 필요는 의대 공부를 수행해 나가고 의사면허를 취득하려면 최소한의 학습능력이 요구된다는 현실적으로 절대적인 필요가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인종별로 학습능력을 일반화 시키지 않아야 하지만 Affirmative Action 이라는 제도 자체가 인종에 따른 학습능력의 차이를 고려했듯이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하여 얘기하자면 최근에 의대에 입학한 학생들 중에는 과거에 비해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이 늘어났고 그러다 보니 Pass/Fail로 변해 있는 Step 1 이라는 의사면허시험을 통과하지 못해 삼학년으로 진급을 하지 못하고 유급하는 의대생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학습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의 공통적인 현상은 독해력이 부족하다는 점이고 이는 MCAT 영어성적이 50 퍼센타일 이하인 학생도 의대에서 받아줬으므로 발생한 필연적인 결과이다. 사실 의대 입시에서 Affirmative Action이 대학 입시만큼 크게 작용하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이 최소한의 학습능력에 관한 필요조건 때문이었으므로 Affirmative Action 이 사라진다고 해서 의대 입시가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또다른 필요조건인 각 커뮤니티가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의사 숫자와 의사면허를 받기 위해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학습능력 사이에서 의대 신입생 중 소수계 유색인종 학생의 숫자가 정해지리라고 본다.
굳이 양분법으로 이 제도의 폐지가 한인 학생들의 의대 입시에 긍정적인지 아니면 부정적인지를 따져야 한다면 부정적이지는 않다고 답하겠지만 이 제도가 의대 입시에서 그리 큰 영향력을 발휘해 오지 않았기에 그 유불리를 굳이 따질 필요는 없어 보인다. 다양한 인종의 환자들을 돌볼 다양한 인종의 의사들이 필요하고 그 인재들을 교육시키기 위한 과정이 의대 입시이기 때문에 이를 굳이 소수계 우대 입시정책에만 국한시켜서 이해하려고 하는 노력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미국내 한인사회에 한국어를 편하게 하고 한국의 문화를 이해하는 의사가 드물다고 생각하면 다양성에 관한 문제의 중요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의사가 되고자 하는 한인 2세를 키우는 가정이라면 한국어 교육에 조금 더 신경을 쓰는 것이 고령화되어 가는 우리 한인사회를 위한 큰 이바지라는 점을 새삼 다시 강조하고 싶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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