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에 의회를 통과하여 얼마 전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건강증진 법안의 내용이 알려지면서 의대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일단 반가운 마음을 표하며 필자에게 내년부터 레지던시 매칭이 조금은 수월해지는 것이 맞냐는 질문을 하고 있으므로 오늘은 그 실체를 알아보기로 하자.
일단 위에서 언급한 건강증진 법안이라는 것의 공식명칭은 Consolidated Appropriations Act, 2023 이라고 하는데 2022년 12월 29일에 Public Law로 공식화 된 법안이며 다양한 방안의 건강증진 관련 내용들을 담고 있는데 프리메드 과정을 밟고 있는 자녀나 의대생 자녀를 둔 가정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은 2023년 회기에 연방정부에서 지출하는 예산에는 NIH(National Institutes of Health)에 배정된 연구비 총액이 $2.5 Billion 더 많아졌다는 것과 더불어 Medicare 에서 월급을 지불하는 레지던트(전공의) 숫자가 200명 더 많아졌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 중에서도 NIH 연구비 총액이 25억불 더 늘었다는 것보다는 200명의 전공의가 추가로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관건인데 이는 분명히 기쁜 소식이기는 하나 바라던 목표에는 부족한 결과라 마냥 기뻐하기만은 어렵다. 이 법안의 통과를 위해 가장 크게 활약한 단체는 AAMC(Association of American Medical Colleges), 즉 미국 의대연합회라는 단체인데 그 이유는 원활한 레지던시 트레이닝 프로그램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의대 졸업생들이 제대로 의사가 되어 활동하는데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AAMC이 제시한 자료를 근거로 의회가 늘리고자 제안되었던 법안에는 2023에서 2029년 사이에 약 2,000명의 레지던트를 늘리는 내용이었으니 아직 갈 길이 멀다.
여기서 기본적인 내용 한가지를 짚고 가자. 미국에서 의대를 졸업한 학생이 의사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수련과정이 있는데 그 과정을 Graduate Medical Education 과정이라고 부르며 의대 대학원 과정이라고 이해하면 도움이 되겠다. 의대를 졸업하며 Medical Doctor라는 박사학위를 취득하는데 그 이후에 또 대학원 과정을 밟아야 한다는 것이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필자가 메디컬 스쿨을 의대 대학원이라고 부르지 않고 의대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기인한다. 즉, 의대를 졸업한 학생들은 비록 MD 학위를 갖고 Doctor라고 불리우는 것이 맞지만 의사가 되는 과정상으로 보자면 이제 막 그 과정을 시작한 학생이라 각자가 택한 병원의 프로그램에서 평균 4년간 전공분야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그 과정을 Residency Training 과정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끝내고 의사로 홀로서기를 할 수도 있지만 Sub Specialty에 관심이 있다면 Fellow 과정을 거쳐야 특정 분야의 전문의로 활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의대를 졸업하며 내과의사인 Internist가 되고자 하는 학생이라면 IM이라 불리우는 Internal Medicine 전공분야의 Residency Program에 Match가 되어야 약 4년간 해당 병원에서 교육을 받으며 경험을 쌓고서 개원을 하거나 병원에 취업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내과 의사 중에서도 특별히 심장내과, 신장내과, 면역내과, 노인의학 등의 특정분야 전문의로 활동하고 싶다면 해당 분야에서 최소 일년 이상의 Fellow로 추가적인 트레이닝을 받아야만 가능한 일이다. 정형외과를 예로 들자면 의대를 졸업하고 OS라고 불리우는 Orthopedic Surgery 전공분야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매칭이 되어 약 5년간의 레지던트 생활을 하고는 손을 전문적으로 수술하는 Hand Surgeon이나 허리를 전문적으로 수술하는 Spine Surgeon이 되기 위해서는 추가로 일년 이상의 Fellowship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므로 의대를 마치 대학이라고 간주하며 레지던시를 석사과정, 그리고 휄로우쉽을 박사과정인 듯 취급하는 일련의 의사양성 과정을 GME(Graduate Medical Education)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만일 의대를 졸업한 학생이 이 GME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미 의대를 졸업했다면 MD 학위 소유자는 맞으므로 명함에 Doctor of Medicine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것은 합법적이지만 이 Doctor는 환자를 치료할 자격은 갖추지 못한 Doctor이다. 왜냐하면 의사면허가 없기 때문이다. 의사로 활동하려면 반드시 갖춰야 할 조건이 의사면허를 취득하여 유지해야만 하는데 미국 의사면허시험인 USMLE(United States Medical Licensing Examination) 마지막 단계는 레지던시 과정에 있는 의대 졸업생만이 응시할 자격이 있기 때문에 의대만 졸업하고 레지던시 과정에 매칭되지 않았거나 중도에 포기한 학생들은 의사면허를 취득할 수 없고 의사면허가 없다면 절대로 환자를 진료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이런 상황의 의대 졸업생은 Medical Consultant 역할이나 Research 분야에서 일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례로 의약품이나 식품의 인허가를 담당하는 FDA(Food and Drug Administration)에는 해외에서 의대를 졸업한 MD들이 근무하기도 하는데 그들 중 일부는 미국에서 레지던시 과정을 거치지 않아서 환자를 돌보지는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기도 하다. 물론 FDA에는 미국 의대를 나와 정상적으로 의사면허를 보유한 의사들이 대부분이겠지만 일부 그렇지 못한 의대 졸업생들도 그런 기관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Public Health Officer나 Medical Translator 등 의학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춰야만 할 수 있는 전문분야에서도 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200명이라도 더 많은 레지던트를 선발한다는 소식은 매우 기쁜 소식이며 계속 더 많은 레지던트를 선발할 수 있는 법안이 통과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의대합격은 그저 기쁘기만 한 도착점이 아니라 준비를 철저히 하고 제대로 시작해야만 하는 출발선이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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