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에 집값이 많이 올랐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텐데 그 집값 상승률보다 더 오른 것이 의대 입시 경쟁률이라면 그 치열함이 피부로 느껴지는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2021년에 미국내 집값은 전년 대비 14% 상승했다고 하는데 2021년에 입학한 의대생들을 선발한 작년 입시에 지원한 총 학생수는 전년 대비 17.8% 상승했으니 웃돈을 줘도 원하는 집을 사기 힘든 현재의 뜨거운 부동산 열기보다 더 치열한 경쟁이 의대 입시에서 작년에도 벌어졌고 현재도 진행형이다.
지원자가 17.8% 늘었다면 과연 입학한 학생수는 얼마나 늘었을까? 늘긴 늘었지만 예년 증가율과 비슷한 1.9% 증가에 그쳤다. 여기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점은 이런 통계자료들이 과연 우리 한인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줬는가 하는 사실이고 그 점을 명확히 알아야 현재 진행 중인 입시와 내년 입시에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할 지 판단하는데 도움이 되겠다. 일단 어떤 학생들이 그 힘든 팬데믹 와중에 평소보다 많이 의대에 지원했는지 살펴봤더니 두드러진 그룹이 있는데 바로 흑인 학생들이다. 전년보다 41.1% 더 많은 흑인 학생들이 의대에 지원을 하는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2018년에 5,164명, 2019년에 5,193명, 2020년에 5,197명이 지원했으니 매년 비슷한 수의 흑인 학생들이 의대에 지원하고 있었는데 2021년에는 7,331명이 지원했으니 2,134명이나 더 많은 흑인 학생들이 의대에 지원했다. 물론 백인 학생도 13.9% 증가했고 동양계 학생도 19.7% 증가했지만 흑인 학생들의 지원 증가율에 비할 바가 아니다. 거기에 히스패닉 학생들의 증가도 25.1%에 달하니 그동안 의료 전문인이 부족하다고 지적되어 오던 두 커뮤니티에서 눈에 띄게 많은 학생들이 의대에 지원을 했고 이 현상은 이들의 실제 의대 진학률 상승으로 이어졌다. 앞에서 말했듯이 전체 입학생의 수가 2020년의 22,239명에서 2021에는 22,666명으로 427명 늘어서 1.9% 증가했는데 흑인 학생들의 입학생 증가율은 21%에 달해 모든 그룹의 학생들 중 최고의 결과를 얻었다. 올해 의대 입학생들 중 백인 학생들이 차지한 비중은 1.6% 줄어든데 반해 동양계 학생들의 비중은 8.3% 증가했으니 선방을 하긴 했지만 이 동양계 학생들 중 많은 한인 학생들이 포함되어 있을 듯 싶지는 않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로는 올해 의대 신입생들의 여러 특징들 중 경제적 약자로 분류되는 학생들이 상당수 늘었다는 점인데 이는 동양계 학생들 중에도 전통적 강자 그룹인 인도계, 중국계, 한국계 학생 외에 다른 동양계 학생들이 더 많이 증가했다는 유추를 할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자면 동남아시아 출신의 학생들은 평균 경제력이 앞에서 언급한 세 그룹의 동양계 학생들 보다 낮은데 이는 이민 역사나 본국의 경제력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반적인 사회 현상을 반영한 유추이다. 하지만 이는 필자의 의견일 뿐이지 확실한 사실은 아니니 참고하기 바란다.
흑인 학생들의 놀라운 성취와 함께 대단히 눈에 띄는 또 한가지 사실이 있다. 전체 지원자는 전년보다 17.8% 늘었다고 했는데 여학생 지원자들은 이보다 높은 25%가 늘었고 남학생 지원자의 증가율은 9.5%에 그쳤다. 입학생들 중에도 여학생은 전년보다 5.6% 늘어난데 비해 남학생은 오히려 전년보다 2.1% 줄었으니 상당히 중요한 지표이다. 좀 더 자세한 전체 데이터를 분석해 봐야 하겠지만 최근의 사회 현상과도 유사한 경향이 의대 입시에서도 발생하고 있다고 보이며 이는 전통적으로 가장 열악한 입장에 처해있었던 흑인 여성들의 괄목한 만한 성취가 눈에 띈다는 점이다. 앞에서도 동양계 내부에서의 현상을 설명하며 경제력을 언급했는데 실제로 현재 의대 신입생들은 의대 입시에 가장 적은 금전 지출을 한 학생들이며 그 첫째 이유는 인터뷰가 언라인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의대 입시에서 MCAT 시험 비용, 일차 지원비, 이차 지원비, 그리고 인터뷰 참여 비용을 합치면 만불에 가까운 비용이 소요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인데 그 중 가장 큰 부담인 인터뷰 참여 비용이 정장 구입비만으로 충족됐으니 엄청난 차이를 만들었다. 거기에 지원자가 두드러지게 늘었던 의대들 중 39%가 증가한 St. Louis 의대, 35%가 증가한 Tulane 의대, 28%가 증가한 매릴랜드 주립 의대 등이 경험한 특이한 사항 중에는 예년보다 많은 FAP(Fee Assistant Program) 수혜자들이 있었으니 인터뷰 비용에 이어 MCAT 시험 비용이나 일/이차 지원비도 거의 부담없이 의대에 지원할 수 있게 된 환경적 요인도 지금의 치열한 의대 입시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인다. 그렇다면 명문 의대들의 지원자 증가율은 어느 정도였을까? 코넬 의대는 15%의 지원자 증가율을 공식적으로 발표했고 그 외의 명문의대들도 유사한 수준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으니 흑인 학생들의 영향력이 명문 의대보다는 흑인 사회가 대규모로 형성된 도시들에서 더 크게 발생했다고 보인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의대 입시 현황은 준비가 잘 된 한인 학생들의 명문 의대 입시에도 그리 긍정적이지 만은 않지만 특히 준비가 조금 미약한 한인 학생들은 흑인 학생들과의 경쟁을 이겨내야만 한다. 하지만 비슷한 준비상황이라면 더 많은 의사가 필요한 커뮤니티는 흑인 사회이므로 흑인 학생들이 유리한 경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자. 이 모든 현상은 패데믹으로 인해 미국 사회에 팽배해 있던 의료 불평등이 적나라 하게 드러나면서 유래되었고 그런 불평등에 시달리던 그룹에 속한 학생들이 의료계에 진출하기 위한 용기를 내는데 작년 의대 입시가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 시켜줬고 또한 그 학생들을 합격시키며 의대가 의료 불평등 해소의 해법을 찾는 노력을 하는 긍정적인 움직임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런 상황들이 우리 한인 학생들의 입지가 좁아지게 만들 수도 있으나 오히려 이런 부담감이 더욱 더 열심히 공부하고 봉사하며 연구하는 동시에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해결책을 찾는 노력을 하는 동기부여 역할을 한다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겠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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