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의대 지원 시 필수과목 이수 시기에 관한 질문을 받았는데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의대에 지원서를 제출할 때까지 의대 필수과목을 다 수강해야 하는건지 아니면 지원서를 낸 후에라도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만 필수과목을 이수해도 되는지에 관한 질문이었다. 다시 말해 3학년때 의대에 지원하고 필수과목 중 한두 과목을 4학년때 수강해서 대학졸업 전까지 이수해도 되냐는 질문이었는데 이에 관한 정확한 답변과 참고사항을 알아보자.
일단 질문에 대한 즉답은 “그래도 된다” 이다. 3학년때 의대에 지원한 학생은 졸업할 때까지 프리메드 필수과목을 이수하고서 해당 과목의 학점이 보고된 최종 성적표를 진학할 의대에 제출하면 된다. 그렇다면 이렇게 간단한 내용을 뭐 하러 오늘의 주제로 삼았을까? 이 제도를 잘못 이해하거나 잘못 활용하여 의대 입시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학생이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이 질문에 대한 간단한 답변 외에 참고사항을 함께 전하고자 오늘의 주제로 삼은 것이다. 사실 이 질문을 받고 사나흘 동안 답을 못 보내고 있었다. 물론 주말도 껴 있어서 미루어진 점도 있긴 하지만 그것보다는 간단히 “맞습니다.”라는 답을 보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필자의 기우일 수도 있다. MCAT을 비롯한 모든 준비를 잘 마친 학생이 특별히 자신이 진학하기를 원하는 의대에서 요구하는 특정 과목을 아직 이수하지 못해 그 한 과목을 일단 지원을 한 이후에 수강하고자 하는 것이라면 그저 맞다는 답만 들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다. 그런 경우의 일례는 Boston University 의대를 가장 가고 싶어하는 목표로 세운 학생이 기본적으로 알고 있던 프리메드 코어과목들, 즉 의대에 진학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수강해야만 하는 과목들인 Biology, Chemistry, Organic Chemistry, Physics, English는 다 수강했으나 Boston University 의대의 입시요강을 살펴보니 필수과목에 Humanities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원서를 낸 후에 알게 되었을 경우를 들 수 있다. Humanities 수업이란 인문학이라고 번역되므로 철학, 예술, 언어, 역사 등을 포함하는 다양한 과목들이 있으며 어차피 일반적으로 대학을 졸업하기 위해서는 누구라도 수강해야만 하는 교양필수과목, 즉 General Education의 일부인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므로 이 학생은 갭이어 없이 의대에 진학하기 위해 프리메드 과목들, 즉 의대 필수과목들만 우선적으로 수강하고 대학을 졸업하기 위한 교양필수 과목들은 뒤로 미룬 상태일 수 있고 그런 경우에 4학년때 수강한 인문학 과목의 학점을 취득하고 그 사항이 기대된 최종 성적표를 제출하면 된다. 이런 경우라면 간단한 대답만이 필요한 상황이 맞다.
하지만 이런 단순한 경우가 아니라 조금은 우려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자면 MCAT 시험에서 Physics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높지 않다고 주변에서 듣고는 Physics를 수강하지 않은 상황에서 2학년 여름방학이나 3학년 겨울방학에 MCAT을 본 다음 3학년 여름방학이 시작하는 시점에 의대에 지원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경우가 우려되는 첫번째 이유로는 원하는 MCAT 성적을 받기 힘들어지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Physics가 비중이 다른 과학과목들에 비해 조금은 낮다고 하더라도 MCAT 시험의 4 섹션 중 첫번째 섹션인 Chemical and Physical Foundations of Biological Systems 의 약 20~30%를 차지하니 12 내지 18 문제가 나오는데 이걸 가볍게 여겨도 좋다는 생각은 위험할 수 있다. 전체 MCAT 문제가 230 문제이니 최소 5% 최고 8%를 차지하는 과목을 수업도 듣지 않고 고득점을 기대할 수 있는 학생도 있기는 있겠지만 일반적인 학생이라면 쉽지 않은 일이다. 이미 고교시절에 AP Physics에서 5점을 받은 학생이라면 그나마 조금 덜 위험할 수 있지만 경쟁하는 다른 프리메드 학생들도 뛰어난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상대평가로 그 성적이 평가되는 시험에 굳이 그런 모험을 해야 할지는 신중히 생각해 볼 일이다. Physics를 원서 제출 후에 수강하는 것은 그나마 일부 학생들은 해볼 수도 있는 도전이지만 Biochemistry를 수강하기 이전에 MCAT을 보고 원서를 제출한 이후에 수강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학생이 있다면 절대로 말려야 할 일이다. 부모가 미국에서 의대를 졸업한 경우라면 자신이 의대 갈 때는 Biochem을 안 들은 상태에서 MCAT도 보고 원서도 내고 다 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땐 맞고 지금은 틀린 얘기이다. 실제로 2015년에 변경된 MCAT 이전에도 Biochem의 비중은 컸지만 2015년 이후의 MCAT은 생물과 화학의 모든 지문이 Biochem 지문을 활용하고 있다고 해도 그리 많이 과장된 표현이 아닐 정도로 그 비중이 높아졌다. 게다가 Biochem은 의대에 진학해서도 다시 배울 과목인데 이 과목을 수강하지 않고 MCAT을 봐서 과학과목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쉽지 않을 뿐 아니라 Biochem 성적이 없이 의대에 원서를 내면 제도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그리 매력적이거나 안정적으로 보이지 않을 학생으로 분류될 수도 있기에 그런 결정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Physics 처럼 Biochem 을 수강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MCAT 성적을 520점 이상 받을 수 있는 학생도 있겠지만 그건 극소수에 해당하는 경우이므로 내 자녀가 그런 도전을 한다고 하면 객관적으로 잘 판단하기 바란다. SAT 만점을 받았던 학생이더라도 해낼 확률이 10% 남짓일 도전이라는 기준을 참고한 객관적인 판단을 말하고 있다.
제도적으로 가능하다는 것과 제대로 준비된 모습을 갖추는 것은 매우 다른 결과를 야기할 수 있어 보인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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