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의대는 남학생들이 더 많이 진학하던 분야였는데 다른 여러 분야에서도 그러했듯이 그런 고정관념은 최근에 무너져 버려서 올해, 즉 2021년에 의대를 졸업한 학생들이 의대에 입학하던 2017년부터는 꾸준히 의대 신입생들 중 절반 이상의 학생들은 여학생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전체 의대생들의 성별 구성비도 2019년부터는 여학생들이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어떤 연유로 여학생들이 의대에 더 많이 진학하게 되었는지 함께 알아보자.
여학생들이 남학생들보다 의대에 더 많이 진학하고 있는 현상의 근본적인 배경은 대학 졸업생들의 성별 구성비에서 여학생이 남학생을 앞서기 시작한 것이 벌써 10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쉽게 유추할 수 있듯이 우수한 여성 인적자원이 풍부해진 점을 들 수 있다. 하지만 2010년에도 대학 졸업생의 57%가 여학생이었는데 의대 입학생 중에는 48%만이 여학생이었으니 단순히 여성 대졸자의 증가만을 그 이유로 보는 것은 충분하지 않아 보인다. 과연 양적으로만 증가한 것일까? 최근 고교 수석졸업생들의 성별 구성을 살펴보니 약 70% 이상이 여학생들이었는데 이는 지난 10여년간 꾸준히 증가세에 있으니 21세기에 들어서는 양적으로도 더 많은 여학생들이 대학교육을 받고 있을 뿐 아니라 여학생들의 학습능력이 남학생들보다 꾸준히 앞서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Valedictorian 이라고 불리우는 고교 수석졸업생들 중 약 2/3 이상이 여학생이라면 현재 의대생들 중 51%가 여학생이라고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51%만이 여학생이라고 해야 더 어울리지 않나 싶다. 현재 의대생 자녀를 둔 부모들이 대학에 다니던 1980년대에는 의대에 지원하는 학생들 중 여학생이 차지하는 비중이 고작 30% 였는데 2003년에 처음으로 여학생 지원자가 50.8%에 달하더니 이제는 전체 의대생들 중 약 51%를 여학생이 차지하고 있으니 한 세대가 지나면서 생긴 놀라운 변화이다. 약 10년전 즈음부터 한인 남학생들이 아이비 리그 대학에 진학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이 마치 우리 한인사회만 겪는 희한한 남성들의 역차별 현상으로 여기는 대학입시 전문가도 있었는데 이는 시대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분석이었고 모든 인종과 사회에서 알파 걸이라고 불리우는 베이비부머 세대 부모들의 자녀들 중 여식들이 막강한 학습능력을 바탕으로 사회 모든 분야에서 그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기에 발생하는 지극히 당연한 사회현상으로 봐야 한다. 우리 한인사회도 예외가 아닐 뿐이고 문제는 이런 현상이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현재의 추세라면 당분간은 더욱 많은 여학생들이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사회 각 분야에서 더 뛰어난 업적을 만들어 갈 것이고 의대 입시에서도 역시 이런 분위기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이라고 표현한 것은 이런 분위기가 어떤 시대적인 요소로 인해 언제쯤 변할 지에 대한 통찰력이 필자에게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뿐이지 필자가 당분간이라고 표현했다고 해서 이러한 분위기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는 것은 전혀 아니니 오해 없기 바란다.
10년전인 2011년도에 필자가 적은 칼럼 중에 그 제목이 “여학생이 의대에 가는 것은 더 힘든가요?” 라는 칼럼의 결론부를 소개하자면. “결론적으로, 여학생이 의대에 진학하는 것은 절대로 불리한 일이 아니라고 본다. 단지 체력적인 불리함을 어려서부터 학부모님들이 잘 관리해서 극복 시킨다면 오히려 환자를 돕는 일에 적격인 심성을 갖고 있는 것이 여학생들이기 때문이다. 체력 문제는 의대에 입학 및 졸업하는 일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여학생들의 의대 진학을 가로막는 요소 중 또 하나는 결혼, 임신, 출산 및 육아에 관한 우려도 크게 자리잡고 있다. 절대로 건강해야만 한다. 질문을 해주신 학부모님을 포함해서 여식을 의대에 보내기를 원하시는 학부모님들, 자리를 털고 일어나 예쁜 따님과 함께 운동하러 가시는 건 어떨까요?” 라고 마무리가 되어 있다. 10년이 지난 오늘도 필자의 의견은 동일하다. 물론 그때보다는 더 많은 여학생들이 체력증진에도 힘쓰고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직도 일반적으로는 여학생들의 체력이 남학생들의 체력에 못 미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적어도 필자가 지도하는 한인 학생들을 기준으로 보자면 그렇다. 최근의 의대 진학 상황을 보자면 체력을 안배한 여학생들의 의대 입시 결과가 월등히 뛰어났다. 지난 3년간 필자가 지도해서 하버드 의대에 진학시킨 대부분의 학생들이 여학생들이었다는 사실은 간과하지 못할 사실이다.
조만간 남학생이 의대에 진학하기 더 어려운 이유에 대한 글을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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