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환경에 처한 사람도 교육에 대한 열정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고 있는 미국의 교육제도 중 아주 매력적인 부분이 바로 커뮤니티 컬리지(Community College) 제도이다. 일반적으로 2년이나 3년내에 준학사학위를 취득하여 4년제 대학으로 편입을 할 수 있는 자격을 취득할 수도 있고 특정 전문분야에서 자격증 시험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요건을 갖출 수도 있는데 주정부나 시정부에서 운영하고 있으므로 4년제 대학에 비해 학비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이 바로 커뮤니티 컬리지가 갖고 있는 매력 중 하나이다. 줄여서 CC라고 불리우는 커뮤니티 컬러지 제도를 활용하여 의대에 진학할 수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은 다양한 경우에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정확히 알고 대처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고자 한다.
진학이 어렵기도 하지만 진학해서도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공부를 소화해내야만 하는 의대공부의 특성상 대학시절에 얼마나 도전적인 과목을 들었는지는 의대입시에서 검증되는 매우 중요한 요소들 중에서도 핵심요소라는 점을 정확히 알고 나면 굳이 커뮤니티 컬러지에서 취득한 학점을 활용해 의대에 지원할 생각은 애당초 하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주 많은 의대에서 커뮤니티 컬리지에서 취득한 학점을 인정해 준다고 밝히고 있으므로 학생들은 착각에 빠진 채로 잘못된 결정을 내리기 쉽다. 그 일례로 유기화학처럼 어렵고 힘든 과목을 의도적으로 커뮤니티 컬리지에서 수강하여 A 학점을 받으면 전체 학점이 높아져서 의대입시에서 더 유리한 조건이 될 지도 모른다는 꿈 같은 생각을 하는 학생들을 실제로 많이 만나봤기에 이에 대한 경고를 주고자 오늘 이 주제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의대 중에 학생들이 이런 착각에 빠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노력하는 대표적인 의대가 컬럼비아 의대와 보스턴 의대(Boston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인데 이 BU 의대는 자신들이 요구하는 과목들을 커뮤니티 컬리지에서 수강한 학생들의 학점은 Case by Case로 심사를 해서 인정해줄 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착각을 방지하는 의대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렇게 BU 의대처럼 케이스 별로 학점인정여부를 결정하는 학교에서 커뮤니티 컬리지 학점을 인정받는 학생은 고교졸업 후 바로 4년제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CC에서 2년간 교육을 받고 난 후에 4년제 대학으로 편입을 한 후 의대에 도전하는 학생들이다. 특히 캘리포니아 주처럼 뛰어난 공교육 제도를 갖춘 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학진학 형태인데 4년제 주립대학들은 제도적으로 꽤 많은 커뮤니티 컬리지 졸업생들의 편입을 허용해야만 한다. 그러므로 미국내 주립의대 중 Top 3로 불리우는 UC Berkeley, UCLA, 그리고 UVA 대학에 재학하는 학생들 중에서 고교졸업 후 CC를 거쳐 진학한 학생을 만나는 일은 전혀 생소하지 않은 일이다. 주립대학들이 허용하는 숫자에 비해서는 턱없이 적은 숫자이지만 대부분의 사립대학도 CC 졸업생들의 편입을 허용하고 있는데 학부에서 가장 많은 공부를 해야 한다고 알려진 프린스턴 대학조차도 비록 아주 적은 10명 남짓의 학생이더라도 매년 편입을 허용해 주기로 2018년 봄에 결정했으니 대단한 결정이라고 박수를 쳐준다. 박수를 쳐주는 이유는 가정형편상 고교시절에 학업에 집중하지 못한 학생이 CC에서 뛰어난 학습능력을 보인다면 편입을 받아줘서 더 고급학문을 습득할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그런 결정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주 좋은 취지인 CC 졸업 후 4년제 대학으로의 편입은 의대입시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하지만 CC에서 취득한 학점만으로 의대에 지원한다면 그 결과는 부정적인 확률이 상당히 높다. 일단 MCAT에서 만족할 만한 수준의 성적을 취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CC 교육의 수준은 의대에서 공부할 준비를 시키는 수준이 전혀 아니다. 차라리 고교시절에 공부를 전혀 하지 않은 학생이더라도 마음을 잡고 공부를 새로 시작하더라도 적응하여 공부를 마치게 돕고자 하는데 더 초점을 맞춘 교육수준이라고 생각하면 더 정확한 표현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CC에서 만점을 받고 4년제 대학에 편입한 학생들 중에 의대에 진학할 수 있을 만한 성적을 유지하는 학생이 많지 않은 것이 구조적으로 당연한 결과물이다. 의대는 체면 차리느냐고 일단 CC 학점을 차별없이 받아주는 척하는 정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현실성이 결여된 겉치레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는 차라리 치대가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다. 잘 알려진 치대들은 대놓고 CC 학점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프린스턴에 편입해서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할 만한 CC 졸업생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필자가 지도하는 학생들 중에도 그런 학생들이 존재하지만 그런 학생들에게도 CC에서의 성적만으로 의대나 치대에 진학할 생각을 하게 지도하지는 않는다. 학문의 깊이에서 분명히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4년제 대학들도 학교별로 비교하는 게 당연한 일이고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을 비교할 때에도 얼마나 도전적인 과목을 수강했느냐가 주요 비교대상인데 CC에서 취득한 학점과 4년제 대학에서 취득한 학점을 같은 무게로 봐준다면 오히려 그게 오히려 공정하지 않은 평가이기에 아무도 그렇게 평가하지 않는다.
CC에서 편입한 학생이 아닌데 CC에서의 학점을 의대입시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경우는 의대에서 필수적으로 요구하지는 않는 과목들을 CC에서 취득한 학생들이다. 예를 들어 대학 졸업 후에 스패니쉬를 공부하고 싶어서 CC에서 스페니쉬를 수강했다면 그런 이유로 의대입시에서 불이익을 당할 일은 없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긴장하지 않고 공부해서 B- 이하의 나쁜 학점을 받았다면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 되므로 어디에서 공부하든 최선을 다해 공부할 각오가 되어 있지 않다면 시작도 하지 않는 편이 차라리 낫다. 만일 여건상 꼭 CC에서 프리메드 필수과목을 수강해야만 한다면 반드시 A 학점을 받고 그 분야의 MCAT 성적도 상위권 성적을 받아야만 한다는 점을 명심하자. 서두에 언급했지만 노파심에 다시 한번 강조한다. 대학에서 받은 나쁜 학점을 CC에서 재수강하여 학점세탁을 한 후 의대에 진학한 흑인학생의 성공담을 염두에 두고 동일한 시도를 하고자 하는 한인학생이 있다면 그것은 무의미한 노력이라고 확실히 전하니 참고하기 바란다.
내 안에 쌓인 지식의 깊이는 평생 나를 지탱해줄 기둥이 될 테니 대학시절에 학문의 세계에 깊이 빠져 보기를 권한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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