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는 우리 한인학생들의 경우에 한국어 수업이 개설되어 있는 대학에 다니는 확률이 상당히 높다. 이는 우리 모국의 국력신장과 미국내 한인학자들의 오랜 노력의 결과물이므로 많은 학생들이 한국어 수업을 통해 각자 바라는 바를 이루는데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는데 한인학생이 한국어 수업을 들으면 왠지 부당한 일을 하는 듯한 인식이 있는 듯 싶어 오늘은 그 점에 대한 요점을 정리해 보기로 한다.
필자의 일상 중 가장 큰 부분은 필자와 함께 의대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과 이메일로 대화하거나 줌을 통한 화상미팅이다. 이번 여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 학생과 주고 받은 대화내용을 공개하면 오늘의 주제에 대한 필자의 의견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으므로 핵심부분만 공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I looked through the summer course catalog and found that Harvard isn’t offering a lot of science courses (they canceled many courses due to COVID-19). However, I found a course called “Intermediary Korean”, and I’m debating whether I should take this. Do you think I should enroll in this course? I was worried that future medical school admissions would think it’s strange for a Korean student to be taking a Korean language course.” 한국어 수업을 듣는 것이 의대입시과정에서 불이익을 주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이런 질문을 자신의 멘토인 필자에게 묻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필자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Yes, you may take the Intermediary Korean class because a majority of colleges offering Korean classes offer not only non-heritage learners but also heritage learners. So you, as a heritage learner may take Korean classes as all medical schools know about this circumstance.” 필자가 학생에게 보낸 답글에서 강조한 부분은 한국어 수업이 한국계 학생을 위한 수업과 비한국계 학생을 위한 수업으로 나뉘어져 있다는 점과 의대는 이 점을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이 학생이 재학 중인 하버드 대학은 Heritage Learner Course와 Non-Heritage Learner Course로 나뉜 한국어 수업을 따로 가르치고 있으나 이렇게 나뉘지 않은 대학이더라도 학생의 한국어 능력에 따라 수업을 듣는 것은 일단은 권장할 만한 일이다. 무조건 권장하지 않고 일단 권장한다는 표현을 쓴 이유는 학생마다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 이 학생의 경우에서 보듯 필자에게 메일을 보낼 때 영어가 더 편한 학생이라면 중상급 한국어 수업을 듣는 것이 어색할 일이 없지만 필자에게 메일을 적을 때 한국어가 더 편해 한국어로 적는 학생이라면 최상위의 한국어 수업을 들어야만 할 것이다. 메일 뿐 아니라 필자와 화상미팅을 할 때도 영어로 대화하는 것이 더 편한 학생이라면 초급 한국어를 듣는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수도 있으므로 학생의 한국어 구사능력과 실제로 가정에서 그 학생이 한국어를 얼마나 자주 사용하는지를 고려해서 결정을 내리면 된다. 어떤 경우에 해당하든 결론은 한인학생이 한국어 수업을 듣는 것은 권장할 일이지 걱정할 일은 전혀 아니다. 한국의 대학에서도 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치는 사실을 잊지 말고 미국의 대학에서 영어를 필수과목으로 가르치는 사실도 잊지 말자.
미국내 한인학생들은 두 가지 언어를 편하게 사용하는 당연해 보이는 현상이 본인의 장점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하며 이는 레지던시 매칭과정에서도 적용된다. 한인학생, 즉 레지던트가 되어 병원에서 근무하는 상황에서 얘기하자면 한국계 의사가 한국어를 잘 한다고 하면 이중언어 구사력에 대한 보너스로 연봉이 약 $5,000 정도 올라간다. 같은 한국계 학생이더라도 한국어를 제대로 못하면 받을 수 없는 보너스인데 이를 그저 $5,000 더 받는 금전적 관점만이 아니라 병원에 더 필요한 인재가 누구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에서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물론 이런 보너스는 UCLA 병원과 같이 한인 밀집지역의 병원에서만 제공하지만 이중언어 구사력에 관한 보너스를 제공하지는 않지만 한인환자들의 비중이 조금이라도 눈에 띄는 병원이라면, 즉 대도시에 위치한 병원이라면 다른 조건이 비슷한 한인 의대졸업생들 중에 한국어 구사능력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지원자를 레지던트로 선발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는 것을 사회생활을 하는, 특히 사업을 하는 부모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병원에서 매일 생활하는 의대 교수들 입장에서는 이런 사실을 모르겠는가? 당연히 알고 있는 사실이므로 의대에서 학생을 선발할 때 한인학생이 한국어 수업을 들었다는 사실은 그 학생의 장점이 되는 것이다. 물론 다시 언급하지만 학생의 한국어 구사능력을 기준으로 그에 어울리는 수업을 들었을 때만 장점으로 부각되지 어울리지 않는 수업을 들었다면 그건 간교한 학점관리 작태로 비췰 수도 있으니 그 점은 조심하자. 의대 지원서에는 학생이 구사할 수 있는 언어들을 적으라고 하는데 각 언어별로 어린 시절 집에서 얼마나 사용하고 살았는지도 함께 언급하게 되어 있다. 그 뿐만이 아니라 부모의 최종 학교를 적게 하는데 이런 사항들을 토대로 쉽게 해당 학생의 모국어 구사능력을 유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부모가 미국에서 대학을 다녔고 학생은 미국에서 태어났고 어려서 가정에서 한국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경우라면 대학에서 초급 한국어를 들었다 해도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부모가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했고 학생은 한국에서 중학교까지 다녔으며 어린 시절 가정에서 한국어를 항상 사용했다는 학생이 대학에서 초급 한국어를 들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어를 어느 정도 할 줄 아는 학생들은 어떤 한국어 수업을 들을 수 있을까? 미국의 주립대학에서 가르치는 영어의 수준을 기준으로 삼으면 되겠다. 주립대학 중에서 입학이 그리 어렵지 않은 수준에 해당하는 주립대학에서 가르치는 영어는 미국에서 좋다고 알려진 고등학교에서 가르치는 영어의 수준보다 높지 않다는 점을 이해하면 도움이 되겠다. 리버럴 아츠 대학의 영어수업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동네 주립대학의 영어수업 수준을 얘기하는 것이니 오해는 하지 말고 기준을 잡는데 활용하자면 한국에서 중학교 학생들이 배우는 한국어 수준이라면 대부분의 미국내 한인학생들에게는 도전이 될 수 있는 한국어 수업일 것이다. 중학교를 한국에서 졸업한 학생이 아니라면 말이다.
한국어 수업을 듣고자 하는 학생이라면 한인사회에 참여하는 노력도 함께 하기를 권한다. 언어라는 것은 문화를 이해하고 참여하는 가장 중요한 도구이다. 그 도구를 갖고 있는데 활용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장점이 아니라 오히려 단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자.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부모와의 소통을 위해서도 자녀가 한국어를 잘 할 수 있도록 가르치기를 권한다. 부모가 자녀와 완벽하게 영어로 소통할 수 있다면 무관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의사로 키워도 부모와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다면 그건 부모가 잘못 키워 스스로 발등을 찍은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자녀에게 한국어를 제대로 가르치면 자녀의 의대입시에도 도움이 되고 부모와의 소통에도 도움이 된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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