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와의 전쟁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게 아니라 실제로 우리는, 전 인류는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전쟁 중에 있다. 수많은 귀한 생명들이 매일 사라지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며 공포와 분노를 느낀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우리 자녀들을 봉사현장에 내보내도 되는 것인가? 너무 위험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는 부모의 마음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의사가 되겠다는 학생이 집밖에 나가지도 않고 모든 봉사를 중단한 상황이라면 이런 현상은 또 어떻게 이해해야 할 지에 관해 혼란스러워 하는 가정이 제법 있는 듯 싶으니 오늘은 이 부분에 관해 정리해 보기로 하자.
일단 오늘 다루는 주제, 즉 이런 위험한 시기에도 봉사를 해야 하는지에 관한 문제는 모든 대학생들에게 적용되는 얘기가 아니라 의사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을 기준으로 그들의 사고방식과 행동강령에 관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시작하고자 한다. 전쟁이 나면 군인과 민간인이 향하는 곳이 달라야 한다. 군인이 전장으로 달려가는 것이 맞고 민간인은 안전한 지역으로 피신해야 군과 민간이 효율적으로 그 전쟁을 수행해 승리할 수 있을 듯이 질병이 발생하면 의료진은 질병이 있는 곳에 있어야 할 것이고 비의료진은 질병을 피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의사가 되고자 하지만 아직은 의료진으로서 준비가 덜 된 프리메드 학생이라면 어떤 사고방식을 갖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학생마다 처한 상황이 각기 다르겠지만 자신의 능력내에서 현 시국에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참여를 하고자 노력해야 하겠다. 고교생이라면 고교생 답게, 대학생이라면 대학생 답게, 그리고 의대생이라면 의대생 답게 자신의 능력내에서 봉사거리를 찾아야 하겠다. 여기서 자신의 능력내에서 라는 표현 중에 가장 핵심사항은 자기자신을 질병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은 개인화기로 무장하는 것은 당연하고 철모와 방탄조끼로 자신을 보호하는 것에 만전을 기한 다음에 싸우러 나가는 것이고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진은 개인보호장구를 착용한 상태에서 환자들을 돕고 있다. 하지만 이런 장비들이 자신을 보호하는 모든 것은 아니다. 군인은 충분한 전투훈련을 통해 싸움에 임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고 의료진은 질병과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교육받아 대비된 사람들이다. 이는 육체적 태세와 정신적 태세 모두를 의미한다. 하지만 학생들은 본분이 공부하는 사람들이니 이런 극한상황에 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 지극히 정상이다. 그러므로 혹시 자녀가 이런 상황에서 집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꺼린다고 해서 그 점만으로 의사가 될 재목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런 심리상태에 처한 자녀가 있다면 굳이 의사가 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에 관해 신중하게 대화해 보는 것은 권하고 싶다. 의사가 된다는 것은 매일 질병과 접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명확히 알게 해야 학생 스스로가 자신의 미래에 대해 다시 한번 진중하게 고민하며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지도하는 학생들은 그나마 어느 정도는 자신의 진로에 대해 확신과 열정을 갖고 있는 젊은이들이다 보니 코로나 사태 이전에 행하던 대부분의 봉사활동들이 중단된 상황에 대해 너무 안타까워 하며 다른 봉사기회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 열심히 찾아서 조금이라도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봉사들을 하고 있다. 비록 그것이 의료봉사가 아닐 지라도 현재 자신들에게 주어진 봉사의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며 하루라도 빨리 이 혼란스럽고 위험한 상황이 지나가서 다시 의료봉사에 참여할 수 있게 되기를 기다리고 있으니 매우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부모님과 함께 소외계층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는 고교생의 마음도 아름답고 지금은 못 가고 있지만 자신이 정기적으로 봉사하던 너싱홈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위해 마스크를 손수 만들어 제공하는 프리메드 학생의 마음도 사랑스럽다. 병원내에서 부족한 개인보호장구를 만들어 의료진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의대생의 정성도 애틋하고 직접 코로나 진단검사에 참여한 의대 졸업반 학생의 실행도 자랑스럽다. 한국에서 머물며 미국 질병관리본부인 CDC가 발표하는 영어자료를 한국어로 번역하여 제공하고 있는 프리메드 학생의 노력도 가상하고 미국내 젊은 한인 전문가들이 모여 한국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표하는 한국어 자료를 영어로 번역해 제공하는 봉사에 참여하고 있는 레지던트 초년병의 마음 씀씀이에 필자의 마음도 뿌듯해 진다. 이런 아름다운 젊은이들과 같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하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준 울화통이 그나마 이 젊은이들의 선행으로 인해 조금은 누그러진다. 이 외에도 필자가 지도하는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는 봉사활동은 수십가지가 더 있지만 그 종류가 중요한 게 아니고 그 마음이 중요한 것이다. 만일 자녀가 어떤 봉사가 더 좋고 어떤 건 덜 좋은지를 고민하고 있다면 필자의 말을 꼭 전해주기 바란다. 의대입시사정관들이 프리메드 학생들에게 지구를 구하는 막중한 경험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왔는지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고 말이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이 좋아하고 원하는 일에 돈과 시간을 할애할 때 즐거워 하고 세상을 살아가는 의미를 찾게 된다. 아무리 무서운 바이러스가 위협을 해도 플로리다 사우스 비치에서 자신의 삶을 즐기는 미국의 젊은이들이 있고 밀폐되어 가장 위험하다는 클럽에서 그 분위기를 즐기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있다. 그들을 무지하고 무모하다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젊은이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에 목숨을 거는 성향은 비단 미국과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고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것이다. 동서고금을 망라한 이런 젊은이들의 성향을 감안하면 의사가 되겠다는 젊은이들의 마음가짐과 행동양식은 어떤 것이 정상일지 미루어 짐작이 가능하다. 목숨 걸고 병원에 뛰어들어가고 싶어해야 정상이다. 물론 병원내 다른 이들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면 안되므로 이를 허용하면 안되겠지만 적어도 춤추고 싶어 목숨을 클럽에 맡기는 젊은이보다는 훨씬 아름답게 목숨을 거는 마음가짐이겠다. 부모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내 자녀가 안정된 직업을 갖기 원해 자녀의 의대 진학을 바라고 추진한 경우라면 이번 기회에 의료전문가의 삶이 어떤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하면 좋겠다. 군인이 되고자 하는 학생들처럼 의사가 되겠다는 학생들은 굉장히 특이한 성향의 학생들이므로 의대입시에서 반복적으로 그 학생이 정말 스스로 이 힘든 길을 원하는 것이지를 확인하고 있다.
본인이 원해서 낚시배를 타면 즐거운 뱃놀이지만 끌려가서 배에서 낚시하면 끔찍한 노예생활이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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