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이어 의사인 부모가 자녀의 의대 진학을 도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특히 요즘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는 자녀의 논문발표나 인턴쉽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부모가 어디까지 얼마나 도울 때 자녀의 미래를 망치지 않으며 의대 진학에는 도움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한 실질적인 얘기를 하고자 한다.
부모가 의사라고 해서 그들 모두가 미국이든 한국에서 학생을 가르치거나 연구에 몰두하고 있지는 않겠지만 주변에 연구를 하고 있는 인맥이 없는 의사부모는 없을 것이다. 자녀에게 편하게 연구를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고 싶은 유혹이 들 것이다. 부모가 만들어준 조건에서 자녀가 연구를 한다고 해서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건 절대로 아니다. 고교생 자녀라면 그 유혹은 더욱 커진다. 하지만 미국대학에 재학 중인 정상적인 프리메드 학생이 학교에서 연구경험을 스스로 확보하지 못 하는 일은 하늘의 별을 따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다. 다시 말해 학생이 관심만 있다면 연구경험을 자신의 대학에서 가져보는 일은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걸 못 하는 학생이라면 정말 어려운 일을 해내는 것이고 그런 대인관계라면 향후 추천서 확보에서도 낭패를 볼 학생이므로 어차피 의대에 진학하는 일은 불가능한 일이다. 아니 의대는 고사하고 어떤 분야의 대학원 진학이나 취업에도 어려움을 겪을 학생이다. 제대로 된 추천서 없이 대학을 졸업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학생으로서 봉사활동에 참여하기 위해서도 추천서가 요구되는 것이 현실인데 프리메드 학생이 본인이 재학하는 대학에서 연구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의미는 주변의 교수들과 사제간의 충분한 교류가 없다고 봐도 좋을 것이고 자기 스스로 자기의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이다. 대학생이나 되어서 말이다. 그러니 부모가 앞장서서 연구경험을 쌓게 해주고자 노력하는 일은 최악의 경우에 해야 할 일이다. 부모의 연구에 자녀가 참여하는 것 자체를 우려하는 것은 아니다. 재학 중인 학교에서도 연구실적이 있는 학생이 부모의 연구에 참여했다면 아름다운 일이다. 하지만 재학 중인 학교에서는 아무 연구실적이 없는 학생의 경우를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주립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이라면 그나마 재학 중인 대학에서 연구에 참여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조금 덜 치명적일 수도 있다. 그저 피플스킬이 뛰어나지 않거나 연구에 열정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간주하며 넘어갈 수도 있다. 주립대학의 특성상 버지니아 주립대학 중 하나인 윌리엄 앤 매리 대학 외의 주립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대부분 사립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에 비해 재학생은 많고 연구하는 교수는 적은 경우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사립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그런 사정을 봐주는 일도 없다. 특히 아이비 리그 등의 명문 사립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이 본교에서 연구경험을 쌓지 못 했다는 점은 치명적일 수도 있다. 고교를 졸업한 여름에 부모의 도움으로 연구경험을 해보면 대학에서 연구에 참여할 확률이 올라갈 수도 있고 어떤 연구에 참여하더라도 조금은 더 잘 준비된 모습으로 시작할 수 있으므로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경험이 없다고 해서 연구에 참여할 기회를 못 잡거나 연구에 참여해서 제대로 자기 역할을 다하지 못 하는 일은 흔하지 않으니 너무 불안해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의사부모가 정말로 프리메드 자녀에게 도움을 주고자 한다면 자녀가 관심있는 연구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알려진 주변인물을 섭외해 그런 인물이 자녀의 멘토가 될 수 있도록 소개하는 수준이면 족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학교에서 기본적인 연구경험을 해본 자녀가 갭이어 기간이든 여름방학 기간에 관심분야의 석학에게서 한수 앞선 지도를 받아 장기적인 연구활동에 긍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며 그 결과물로 의대 진학이나 레지던시 매칭에서 좀 더 기쁜 소식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턴쉽이나 쉐도윙 경험도 마찬가지이다. 부모가 미국에서 의대에 다닌 경우에는 자녀가 자기 병원에서 쉐도윙을 하게 하는 일을 거의 보지 못하는 것에 비교되게 부모가 한국에서 의대에 다닌 경우에는 자녀가 부모의 병원에서 쉐도윙을 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부모의 병원에서 쉐도윙을 하는 것이 잘못된 일이라고 말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오히려 권장할 만한 일이지만 의대 지원서에 기재할 사항은 아니라고 본다. 몇 년 전에 소개한 적이 있듯이 이전에 한 학부모는 프리메드 과정에 있는 자녀에게 마취없이 장내시경을 해주며 환자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자녀를 교육시켰고 그 학생이 의대를 마치고 레지던시에 매칭되어 인사를 왔을 때 들어보니 의대 재학시에도 또 한차례 그 경험을 했다고 했다. 정말 의사부모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자녀교육이라고 믿는다. 쉐도윙 얘기로 돌아가서 정리하자면 다른 곳에서 충분한 쉐도윙 경험을 했을 테니 부모 병원에서 했던 쉐도윙 경험까지 굳이 원서에 적을 일은 없다는 의미로 생각하기 바란다. 또한 부모가 한국에서 활동하는 의사라서 한국에서 한 쉐도윙이나 병원 인턴쉽이 자녀가 경험한 쉐도윙과 인턴쉽의 전부라면 이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미국에서 의사로 살아갈 학생이 미국 병원 시스템을 경험해 보지 못 했다면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옳은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쉐도윙을 하는 것이 나쁜 일이 아니라 그것은 부수적인 경험이고 미국에서 미국의 의료 시스템을 충분히 경험했어야 미국의대에 진학할 준비가 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부모가 의사인 경우에 자녀를 위한 가장 큰 도움은 자녀의 성향이 의사로 살아가기에 적합한 지에 대한 판단을 내려주는 것일 수 있다. 최근에 필자와 인연이 닿은 한 의사 학부모가 자녀를 맡기기에 앞서 인터뷰 신청을 할 당시에 보내온 메일 중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제 자신이 매일 환자를 만나는 임상 의사인 이유에 그 동안 나름 의사의 자질에 대해 생각해 오던 바가 있었고, 때문에 의과대학을 지원하는 학생들에게 강조하신 부분을 공감하며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저희 아이의 어려운 결정을 도와주겠다고 한 이유도, 그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자기 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하는 정의롭고 착한 마음씨를 갖고 있다는 것을 저희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학창 시절, 내심 이 아이는 의사가 되어도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고는 있었지만, 한 번도 의과대학으로 진학하라고 푸시한 적은 없었습니다. (중략) 장래를 곰곰이 생각한 결과 의사가 되어 환자의 어려움을 도와주는 것을 새로운 인생 목표로 설정한 것 같습니다. (중략) 기회만 주어진다면 실력과 따뜻한 마음을 겸비한 좋은 의사가 될 것으로 믿습니다.”
자녀에게 연구논문 한편을 주는 것보다 훨씬 큰 선물은 믿고 기다려주는 부모의 사랑이라고 믿는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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