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필자의 칼럼을 열심히 읽고 있다며 귀한 정보에 대한 감사를 표하던 독자 한 분과 통화를 하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미국에서 의대 보내기 칼럼의 내용을 상당 부분 기억하고 계신 듯한 그 분은 자녀교육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계신 것이 느껴졌고 자녀의 대학진학까지는 그 열정으로 대단히 성공적으로 이루어 낸 경우로 보였는데 바로 그 분과 대화를 하다가 갑자기 필자가 그동안 여러 독자들과 소통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으므로 이를 바로 잡아야만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중 첫번째 사항이 MCAT을 보는 횟수에 관한 문제라고 사료되어 이 문제를 이번 기회에 오해의 소지없이 전달하고자 한다.
바로 이번 주에 있었던 일로 하버드 대학에 다니는 자녀를 둔 듯한 독자가 몇 가지 질문을 하던 중 그 학생이 MCAT이라는 한번만 봐야 하는 시험을 너무 신중하지 않게 보려고 하는 듯싶다고 언급하는 순간이었다. 필자의 칼럼에서 수차례에 걸쳐 MCAT은 한번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듯한 표현을 하며 필자에 대한 무한신뢰를 내보이는데 온 몸이 경직되며 어쩔 줄을 모르겠던 순간이었다. 그 순간 필자의 머리 속에서는 “앗, 큰일났다. 나를 믿고 내 글을 자녀교육의 귀한 지침서로 삼고 살아가는 그 많은 독자들의 가정에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라는 생각과 함께 그 분께 제가 언제 MCAT은 한번만 봐야 한다고 했냐고 반문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한번만 보면 가장 좋다고 했으니 한번만 봐야 한다고 하는 말과 다름없지 않냐는 요지의 답변이었다. 아울러 자녀에게 한번만 봐야 한다고 했더니 무슨 그런 법이 있냐고 하기에 자녀와 의견대립도 있었다고 까지 하니 참으로 안타까웠고 민망하고 죄송했다. 그 학생이 맞다. 백 번 천 번 맞다. 세상에 누가 MCAT을 한번만 봐야 하는 시험이라고 했던가? 만일 누군가가 그렇게 얘기했다면 나부터도 비난했을 것이다.
MCAT 시험을 몇 번 보는 것이 좋은지에 관해서는 여러 번 언급했지만 약 2년 전인 2017년 5월초에 독자들과 함께 나눈 418편에서 “MCAT은 몇 번 보는 것이 좋은가요?”라는 제목으로 자세히 설명한 바 있었고 그 내용 중 어느 부분이 저렇게 사리분별 잘 할 만한 독자로 하여금 한번만 봐야 하는 시험이라고 자녀에게 권하다 언쟁까지 하게 되었나 읽고 또 읽어 보았지만 그 답을 찾지는 못 했기에 다시 한 편의 칼럼 전체를 할애해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자 한다. 일단 418편의 도입부를 다시 함께 보기로 한다.
“MCAT(Medical College Admission Test)을 한 번에 끝내기 바라는 것은 의대 진학을 바라는 모든 학생들과 부모들의 염원이다. 필자 역시 지도하고 있는 학생들이 이 괴물 같은 시험을 빨리 끝내고 그들의 소중한 시간을 좀 더 생산적인 방향으로 활용하기를 바라 마지 않는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 마음먹은 대로만 되지 않는 것이 MCAT 성적이므로 필요하다면 반복적으로 시험을 봐서 필요한 성적을 받아야만 한다. SAT 때와 마찬가지로 MCAT을 두고도 몇 번을 보면 해롭고 안 해롭고 말이 참 많으므로 이 시험을 몇 번 보는 것이 의대 진학과 어떤 관계가 있는 지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공식적으로 MCAT은 일년에 3번까지 응시할 수 있다. 하지만 일년에 3번 MCAT을 보는 것은 현실적으로 절대로 권하지 않는 일이다. MCAT 대비 공부를 제대로 하려면 아주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데 일년에 3번을 보려면 그 일년동안 다른 아무 것도 하지 못 한 상태로 지내야 한다는 의미이다. 학교를 다니면서 혹은 일을 하면서 준비해서 일년에 3번을 보는 것 또한 제대로 성적이 안 나올 확률이 높으므로 권하지 않는다. 일년에 2번의 MCAT을 보는 것은 한 번에 끝내지 못했을 경우에 가장 좋은 차선책이라고 믿는다. 한 번에 끝내지 않으면 의대에서 부정적으로 본다는 말은 근거 없는 낭설이고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과는 다시는 말도 섞지 말기를 권한다. 적어도 의대 진학에 관해서 만큼은 그런 사람과 의견을 나누지 말아야 한다. 지난 십여 년간 필자가 지도하여 하버드 의대 등의 명문의대에 진학한 학생들 중에도 더 많은 학생들이 두번째 MCAT에서 원하는 성적을 받아 의대에 지원했고 꿈에 그리던 결과를 얻을 수 있었으므로 그 누가 다른 어떤 얘기를 해도 필자의 말에 귀담아듣기를 권하는 것이다. 문제는 몇 번의 MCAT을 봤느냐가 아니라 두 시험 간의 상관관계이다. 일단 성적이 오르기만 했다면 3번을 봐도 해로울 것은 없다.”
필자가 읽고 또 읽어봐도 MCAT은 한번만 봐야 한다고 하지 않았으나 독자들이 MCAT은 한번만 봐야 한다고 읽었다고 믿고 있다면 필자의 잘못이다. 나 스스로는 느끼지 못 하고 있을지라도 전달방식에 미숙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첫 줄에 MCAT을 한 번에 끝내는 것이 모든 학생들과 부모들의 염원이라고 표현한 부분 때문에 가장 좋은 것만 자녀에게 주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그 다음 줄에 적힌 다른 모든 정보에 대해 귀 막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 앞으로는 그런 염원 따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말아야 할 지 모르겠다고 생각을 해본다. 아울러 독자들에게도 부탁을 드리고 싶다. 필자가 이 “미국에서 의대 보내기”라는 칼럼을 통해 여러분들에게 전하고자 노력하는 부분은 객관적이고 정확한 사실들과 함께 필자의 주관적인 교육철학도 담겨 있기 때문에 혼동될 수도 있지만 객관적인 사실 부분과 주관적인 교육철학 부분을 구분해서 자녀들과 대화해야 불필요한 충돌을 피할 수 있을 테니 참고 바란다.
다시 강조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마음먹은 대로만 되지 않는 것이 MCAT 성적이므로 필요하다면 반복적으로 시험을 봐서 필요한 성적을 받아야만 한다. 참고로 컬럼비아 의대는 마지막 MCAT 성적만을 기준 삼는다는 말을 하고 싶지만 혹시라도 모든 의대가 마지막에 본 MCAT 성적만 간주한다고 곡해될까 두렵다. 그래도 전한다.
귀 있는 자는 들을 것을 믿는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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