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에 성공적으로 진학하려면 뭘 해야 하냐는 막연하고 준비 안 된 질문을 받으면 열심히 봉사하면 된다고 한다. 정말 많이 바쁠 때는 그 답만으로 상대와의 대화를 마치지만 조금이라도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한마디를 보탠다. 봉사를 하되 가능하면 의료적인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 봉사를 하면 더 좋다는 그 한마디를 보태지 않으면 질문에 답하는 내 자신이 불안해지는데, 혹시라도 잘못된 정보로 한 젊은이의 인생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건 아닌지 몹시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오늘도 막연한 질문에 답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의대 진학에 도움이 되는 봉사의 종류를 묻는 질문인데 이 간단해 보이는 질문이 난감한 이유는 질문하는 주체가 어떤 성향을 가진 학생이며 어떤 환경에 처한 학생이고 어떤 인생목표를 갖고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만병통치약 같은 답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해보자. 다른 질문도 아니고 봉사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하는 질문이니 열심히 만병통치약 같은 신묘한 답을 해보겠다.
의대 진학에 도움이 안 되는 봉사는 없다. 하지만 생각을 해보자. 의대에 가면 의사가 되는 것이고, 의사가 되면 어떤 삶을 살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어떤 봉사를 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시작점이 될지를 생각해 보자. 가장 먼저 떠오를 생각이 환자와 대화하는 모습이거나 마취된 환자를 위해 온 신경을 집중해 수술을 하고 있는 모습일 것이며, 추가적으로 실험실에서 질병에 대해 연구하거나 학회지에 새롭게 소개된 치료법을 및 임상사례에 대해 읽고 습득하는 모습일 것이다. 그 외에도 밀림속에서 언어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환자들과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떠오를 수도 있고 비행기 안에서 갑자기 쓰러진 환자를 위해 편안한 여행을 포기하고 의술을 펼치는 모습이 될 수도 있다. 여기서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다른 사람이다. 나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등장하는데 그 누군가가 아픈 사람인 것이다. 물론 요즘 강조되고 있는 예방의학 측면에서 보자면 굳이 아프지 않아도 의술의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의사가 있는 곳은 아픈 사람이 있는 곳이고, 만일 아무도 아프지 않은 세상이 오면 의사의 임무도 상당히 제한적이 될 것이다. 즉, 의사는 환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봉사가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인지 선명해진다. 환자들이 있는 곳에서 하는 봉사가 기본이며 핵심이다. 실험실보다 환자가 있는 곳에서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이유가 너무나도 간단명료 해졌다. 그 똑똑한 프리메드 대학생들이 설마 이걸 몰라서 의료봉사보다 연구에 더 몰두하겠냐는 많은 학부모들의 망상을 단숨에 쓸어버리는 너무나도 쉽고 간단한 진실인 것이다. 그러나 불편한 진실이다. 프리메드 학생들은 믿고 싶지 않은 진실이다. 실험실에서의 연구는 환자들을 위해 봉사하는 시간보다 멋지고 덜 힘들다. 게다가 대부분 학교내에서 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오래 걷거나 버스를 갈아타거나 지하철을 기다리거나 기름값을 쓰거나 우버를 기다릴 필요가 없으니 얼마나 멋지고 재미있고 경제적이며 그리 힘이 들지도 않게 할 수 있으니 이것만 해서 의대에 갈 수 있다면 세상 편한 의대입시가 될 것이다. 이에 반해 의료봉사는 대부분 떨어져 있는 병원, 호스피스, 무료진료소, 양로원까지 가야만 할 수 있다. 교통비도 부담이지만 왔다 갔다 드는 시간이 너무 아까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 멋지게 연구하다 억지로 짬을 내서 가끔 의무적으로 해서 의대에 갈 수 있다면 너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학생은 의대에서 인기가 없다. 인류를 위해 계속 연구를 하는 리서처로 살아가는 것이 훨씬 더 좋은 일인데 그 학생 혹은 그 학생의 부모만 고집을 부린다. 어울리지도 않는 옷을 입고 살아가겠다는 어리석고 답답한 고집을 부리다 의대에 반복적으로 떨어져 시간만 낭비하고 나서 의대에 진학하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반면에 정말 아픈 사람을 보면 마음이 짠해서 돕고 싶은 학생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병원에 가서 봉사하고 여름이면 제3세계에 가서 봉사하다 그 지역 사람들만 그런 열악한 환경에 두고 오는 자신이 미워서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다짐한다. 지금은 그저 약이나 나눠주는 봉사에 그쳤지만 언젠가 의사가 되어 좀 더 많은 도움을 주러 다시 돌아오겠다는 다짐이다. 자신의 수영팀에서 에이스라는 자부심보다 백혈병 환자를 위한 기금모금 수영행사에 참가해 몸을 담그기도 싫은 허드슨 강에서 수영하는 자신이 자랑스러워지고, 아이스하키 선수 경력을 살려 태어나서 단 한번도 침대를 벗어나본 적이 없는 13살 여자아이에게 비록 플라스틱 하키스틱과 물렁한 고무로 만든 퍽이지만 골을 넣는 기쁨을 함께 나누고자 노력하는 봉사에 교통비와 시간을 투자하게 된다. 누가 시켜서 억지로 실험실에 있고 싶은데 의무적으로 봉사하는 모습을 만드는 학생들이 아니라는 것은 의대 지원서에 써진 표현들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으며 인터뷰 중에 몇 마디만 나눠보면 극명하게 차이가 나게 되어있다. 이들은 의대에 장학금 받으며 진학한다. 의대들이 서로 스카우트하려고 장학금 액수를 올려가며 경쟁하기도 한다. 이렇게 봉사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의대에 가고자 하는 목표와 동기가 확실하므로 공부가 힘들기 보다는 미래에 만날 환자들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이 되어버리니 성적관리도 뛰어날 수밖에 없다. 필자가 지도해 놓고도 믿기 어려울 정도로 시간을 쪼개 다양한 봉사를 해낸 학생들을 볼 때마다 정말 좋아서 하는 일을 하며 살아야 한다고 믿게 되므로 그 다음 해에 만나는 어린 학생들에게 의대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다른 인생목표를 꼭 고민해 보라고 말하게 된다. 자신과 성격과 이상이 다르며 소통도 안되는 배우자를 만나는 것보다 더 안 좋은 삶이 일하러 가기 싫어 죽겠는데 그 일을 하러 매일 출근하는 경우가 아닐까 싶다. 의학을 공부하고자 인간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하며 더 나아가 아픈 사람에 대한 연민이 꼭 필요하니 이를 확인하고자 의료봉사에 참여하는 것이 시작점이고 더 나아가 실제로 의술이 어떻게 다양하게 적용되는지를 알기 위해서도 의료봉사는 계속 되어야 한다. 어떤 봉사이든 중요하니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 재능 그리고 비젼에 따라 나아가면 된다.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이라면 봉사에 다녀오는 길에 라이드를 주며 자녀가 눈감고 자는지, 봉사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얘기하는 지만 봐도 그 봉사가 유익한 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즐겁게 해야 된다. 봉사든 놀이든 공부든 일이든 즐겁게 하도록 자녀들을 키우면 참 좋겠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컨설턴트
201-983-2851
kyNam@GradPrepAcade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