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의대에 진학시켜 본 가정 중에도 일부 가정에서만 알고 있는 비밀 아닌 비밀이 있다면 바로 의대에서 제공하는 메릿 장학금에 관한 정보일 것이다. 마치 운동선수들이 프로구단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듯 여러 의대에서 서로 장학금을 더 많이 주겠다며 진학을 독려하는 일이 의대 입시가 대학 입시와 다른 특징일 것이다. 하지만 아직 인터뷰를 다녀온 의대들 중 합격자 발표가 나지 않은 의대도 있는 2월말까지는 장학금을 받는다고 하는 것이 마음 편하지 않은 가정이 제법 있을 테니 오늘은 이 점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필자의 칼럼을 몇 년째 구독중인 일반적인 독자라면 이미 익숙할 사항이지만 오늘 설명하고자 하는 명확한 사실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기본사항을 다시 강조하며 시작하겠고, 그 중 가장 중요한 사항인 의대 입시에서 꼭 기억해야 할 세 날짜는 6월 1일, 10월 15일, 그리고 4월 30일 이다. 의대 입시 한 사이클은 6월 초부터 시작되어 다음 해 7월말에 마감된다. 즉, 의대에 지원하는 원서접수가 6월 초부터 시작되고 1년 이상 지속되다 다음 해에 의대에 신입생이 입학하는 8월초면 확실하게 마감이 된다는 의미이다. 8월 첫 주에 의대에서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대기자 명단에서 벗어나 합격을 했으니 다음 주까지 등록하고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할 수 있냐는 믿기 어려운 일이 지난 10여년 동안 필자가 지도한 학생들 중 3명에게 일어났으니 실수나 기적은 아니고 그저 드물지만 있을 수도 있는 일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그러므로 의대입시 사이클은 6월초부터 다음 해 7월말까지의 14개월간이라고 강조하는 것이다.
10월 15일은 첫 합격자 발표를 하는 날짜이다. 모든 의대가 이날 합격자를 발표하지는 않지만 절반에 가까운 의대는 10월 15일 이전에 8월, 9월 및 10월초에 인터뷰한 학생들 중에 합격자를 선정해 두었고 이 합격자들에게 10월 15일까지 기다렸다 기쁜 소식을 전하는 것이다. 10월 15일이 지나서 인터뷰를 한 경우에 정말 마음에 드는 학생이 있다면 바로 다음 날 의대학장이 학생에게 직접 전화해서 합격소식을 전하는 일도 비일비재하지만 10월 15일 이전에는 어떤 의대도 합격소식을 전하지 않기로 의대들 간에 신사협정을 맺었으니 참고하자. 이 점이 중요한 이유는 학생들이 원서를 마감일까지 기다렸다 제출하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를 설명하기 위함이다. 일반적인 의대의 원서마감일은 10월 말일로 되어 있으므로 9월까지 열심히 준비해서 10월에 내면 되겠다고 생각하는 정보력이 떨어지거나 성격이 무모한 학생들이 생각보다 많다. 필자의 의견과 다르다고 그들을 정보력이 떨어지고 무모하다고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의대 진학을 생각하는 학생이라면 마음속에 담고 있는 의대 웹사이트에 한번쯤 방문해 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거의 모든 의대가 어떻게 지원하는지 자세히 설명하며 일찍 지원하면 합격의 확률이 높아진다며 서둘러 지원하라고 독려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의대에 진학하는 정보를 다루는 거의 모든 자료에는 미국의 의대는 대학원 과정이며 미국의 대학원 입시는 롤링 어드미션 제도이므로 선착순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 필자가 사족을 붙여 설명하기를 하버드 의대나 컬럼비아 의대처럼 롤링 어드미션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의대 5군데도 먼저 지원하고 먼저 인터뷰한 학생들의 타임 매니지먼트 능력을 더 좋게 평가하므로 다른 모든 의대와 마찬가지로 6월초에 지원하라고 했다. 이는 거의 천기누설에 가까운 정보이므로 이런 극소수의 최고 명문의대들은 차지하더라도, 거의 모든 의대가 빨리 지원하면 합격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하는데도 늦게 지원하는 무모한 성향이거나 쓸데없이 자신만만한 성향이면 차라리 자기애 하나는 인정해줄 수도 있지만, 이런 사실조차 몰라서 늦게 지원하는 학생은 정보력만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의대 진학 자체에도 큰 관심이 없을 확률이 지극히 높은 학생이니 이런 학생이 의대에 진학하지 못 하는 건 차라리 우리 사회 전체를 위해서는 긍정적인 일이 되겠다.
마지막으로 4월 30일은 학생이 그해 8월에 진학할 의대를 최종 결정하는 마지막 날이다. 의대에 합격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지만 합격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여러 곳의 의대에 동시에 합격한다. 의대입시에서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두드러진데 그만큼 열심히 준비한 학생을 제대로 알아보는 의대가 많다는 의미이다. 합격생 중에 특히 매력적인 학생들에게는 학자금 지원제도를 통한 학비융자 말고 메릿 장학금도 주어지는데 명문 의대일수록 이 액수가 크고 많은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므로 필자가 지도하는 학생들 중 많은 학생들이 최고 명문의대에 장학금을 받고 진학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1월과 2월에 스탠포드 의대나 쟌스 합킨스 의대가 합격생을 발표하면 그 중에는 장학금에 대한 언급을 받는 학생들이 있다. 상당히 기쁜 일이지만 동시에 걱정이 될 수 있다. 3월초에 하버드 의대에 합격한다면 그곳에 진학하고 싶은데 지금 스탠포드 의대에서 주는 장학금을 받겠다고 하면 3월에 하버드 의대에서 오라고 해도 못 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을 말하는 것이다. 스탠포드 의대에 인터뷰도 못 다녀온 학생이라면 별 걱정을 다 한다고 할 수 있지만 실제로 이런 상황에 처하는 학생은 매년 존재하고 올해도 당연히 존재한다. 하지만 4월 30일만 알고 있으면 걱정할 의미가 전혀 없을 것이다. 4월 30일 이전에 오가는 얘기들은 모두 4월 30일 까지 내려야 하는 그 결정을 돕는 사전행위일 뿐이다. 물론 4월 30일 이전에도 최종결정을 내릴 수는 있다. 약 $100 정도 하는 디파짓을 한 곳의 의대에만 보내며 그곳을 제외한 다른 모든 합격한 의대에 진학포기 의향서(Withdrawal Letter)를 제출하면 된다. 하지만 장학금을 주며 오라고 하는 의대에 진학한다면 아마도 더 안정적인 레지던시 매칭이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 적어도 해당 의대병원에 매칭될 확률은 상당히 높을 것이다. 그 정도로 욕심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겠다고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메릿 장학금은 시민권자나 영주권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유학생과 DACA 및 일반 서류 미비자 학생에게도 주어질 수 있다. 열심히 살아왔고 해야만 할 것들을 잘 했으며 앞으로 인류를 위해 이바지 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면 현재의 신분은 아무 제약이 되지 않는다. 적어도 미국에서 의대에 진학하는 일에서는 그렇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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