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은 미국 의대 교육정책에 가장 큰 변화 중 한가지로 기록될 역사적인 발표가 있었다. 바로 NYU(New York University) 의대가 신입생과 재학생 모두에게 수업료를 면제해 주는 제도를 발표한 것이다. 약 600명의 전교생 각각에게 약 $55,000의 장학금이 지급되는 셈이니 단순 셈을 해봐도 일년에 약 $33,000,000의 예산이 소요되는 엄청난 투자를 하기로 결정한 일이니 그 이유와 파급효과를 함께 알아보면 향후 미국의 의료정책 전반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이번 결정에 연관된 금액에 대해 좀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NYU 의대생이 2017년을 기준하여 일년에 지출하는 평균비용은 약 $81,000이고 이 중 순수한 수업료와 부대경비는 약 $56,000이며 거주비와 식비 등의 경비가 나머지인 약 $25,000로 발표되어 있는데 이 중 순수 수업료인 약 $55,000을 모든 NYU 의대생 각각에게 장학금으로 지불한다고 2018년 8월 16일에 벌어진 2018년 신입생들의 화이트 코트 세레머니에서 발표했다. 100% 정확한 번역은 아니지만 화이트 코트 세레머니를 한국식으로 표현하자면 입학식의 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으므로 2018년도 신입생 입학식에서 대단히 중대한 발표를 한 셈이다. 이 전교생 수업료 장학금 제도는 NYU가 오랫동안 준비해온 큰 그림으로 일단 그 재원을 마련하는데 애를 많이 썼다. 총 목표 기부금액을 60억불로 책정하고 모금활동을 한 결과 2018년 8월 현재 45억불의 기금이 마련되어 있으며 많은 기부자들 중 부부가 십억불을 기부한 홈디포 공동창업자 켄 랭곤과 그 아내 일레인이 눈에 띈다. 지난 몇 년간 NYU 의대 인터뷰에 참석했던 학생들이 이미 인터뷰에 참가해서 학교소개를 받는 중에 학교측으로부터 조만간 NYU가 전교생에게 수업료를 면제해 줄 계획을 수립해 놓았다는 소식을 전해왔으므로 이번 조치는 예견되었던 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소식의 파괴력은 모든 프리메드 학생들과 의대생들, 그리고 그 가족들에게 커다란 뉴스로 회자되고 있다. 나머지 생활비 부분도 성적이 좋거나 가정형편이 어렵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도 역시 운영되고 있으므로 실질적으로 전액무료로 의대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렸다. 이미 NYU 의대에서는 2012년 신입생들부터 5명을 선발해 수업료와 생활비 전체를 지원하는 클라라 & 래리 실버스타인 장학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었으며 이는 사실 다른 명문의대에 비해 조금 늦은 전액 장학금 제도의 도입이었다. 하지만 이번 전교생 수업료 장학금 지급은 군의관을 양성하는 국방의대 등의 특수 의대를 제외하고는 독보적인 투자이므로 세간의 관심을 끄는 것이다.
필자의 칼럼을 오랫동안 읽어온 독자라면 의대에 진학하며 우수한 성적과 업적을 토대로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이 많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다. 매력적인 학생이라면 유학생이든 시민권자이든 개의치 않고 전액 장학금을 주며 모셔가려고 하는 치열한 경쟁이 의대들 사이에서 매년 벌어진다. 필자가 지도한 우리 한인학생들 중에는 하버드 의대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진학하는 학생이 매년 나오고 있고 스탠포드나 예일 의대도 물론이고 쟌스 합킨스 의대와 컬럼비아 의대, 유펜 의대 등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진학하는 학생들이 매년 나오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왔지만 이를 믿지 못 하겠다던 마음이 궁핍한 독자도 있었다. 필자가 지도하는 학생들 다수가 매년 전액에 가까운 장학금을 받으며 의대에 진학하고 있으므로 의대 졸업시에 학자금 채무가 거의 없이 졸업하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 이 사실을 언급하는 이유는 이번 NYU 의대가 왜 이런 수업료 부담이 전혀 없는 의대교육을 지향하는지를 설명하기 위함이다. 채무없이 의대를 졸업하게 만들면 의대 졸업생이 자신의 전문분야를 결정할 때 돈 걱정에서 벗어나서 고귀한 소명감만을 고려할 확률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17년도 NYU 의대 졸업생들의 레지던시 매칭 결과를 보자면 21%가 내과, 8%가 산부인과, 7%가 소아과, 그리고 1%가 가정의학과 레지던트로 진로가 결정되었다. 졸업생의 1/3이 넘는 학생들이 프라이머리 케어, 즉 일차 진료를 담당하는 의사가 되는 길을 걷고 있다는 의미인데 이들의 소득이 절대로 적지는 않지만 다른 전문의들과 비교하면 상대적 저소득에 시달리는 경우가 존재하므로 소명감만으로 그들에게 우리 사회의 건강을 일차적으로 책임지는 역할을 맡아 달라고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2017년도 의대 졸업생의 평균 학자금 부채금액이 약 $180,000에 이르기 때문에 누구라도 선뜻 프라이머리 케어 의사가 되겠다는 생각보다는 경제적인 보람이 더 큰 성형외과 등의 전문분야를 고민해 볼 수도 있게 된다. 모든 의대 졸업생들이 돈만 밝힌다는 의미로 하는 얘기는 절대로 아니지만 이미 사회인이 된 학생들, 특히 힘든 과정을 이겨낸 학생들이 학자금 상환의 압박에 눌려서 소신을 저버릴 수도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일 수 있다. 그러므로 이번NYU 의대에서 추구하는 채무없이 의대 졸업시키기는 우리 사회가 건강해질 수 있는 묘책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물론 완벽한 제도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일차 진료의사를 더 많이 양성하겠다는 목적이 입학 경쟁률만 높이고 학교의 랭킹만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현상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학교의 랭킹을 높이고자 하는 의대는 모두 수업료를 면제해 주며 NYU 의대와 경쟁할 수도 있으니 최종적으로 그 혜택을 입는 당사자는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지도하는 학생들 중 올해 NYU 의대 인터뷰에 초대받은 학생들이 인터뷰 준비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NYU 의대가 제대로 된 투자를 하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 우리가 사는 이 사회가 좀 더 건강해 지는 것을 벌써 느끼게 되니 말이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컨설턴트
201-983-2851
kyNam@GradPrepAcade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