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의대 보내기”라는 글을 연재하기 시작했던 10년전에는 “부모가 알아야 자녀의 미국의대 진학을 제대로 도울 수 있다.”라는 명제를 마음에 품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굳이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더라도 현실적으로 필자가 모든 가정의 자녀들을 도울 수는 없으므로 각 가정에서 자녀들을 제대로 교육시키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을 담은 노력이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이제는 부모들 뿐만이 아니라 학생들도 필자의 글을 많이 접하고 직접 질문을 해오고 있으며 과거에는 대학을 졸업하거나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 위주라면 요즘은 고교생들에게서 질문을 받는 일이 빈번해졌다. 오늘 함께 고민해보기로 정한 주제도 한 고교졸업생이 보내온 질문이 토대가 되었고 실명을 제외한 질문내용은 다음과 같다.
“안녕하세요. 저는 미국에서 7년을 유학하고 이번에 한국의대를 합격한 학생입니다. 미국에서 좋은 대학교에 합격했지만 비싼 등록금과 의사가 될 거라는 확신이 없어 한국으로 돌아와서 의대를 지원했습니다. 운 좋게 의대를 합격하고 이번 3월달에 입학할 예정입니다. 저는 미국 영주권자로서 미국 의사 자격증도 따고 싶습니다. 한국에서 6년을 공부하고 한국의사 자격증을 따는 게 나은지 아니면 미국으로 중간에 돌아가 메디컬 스쿨을 가서 미국의사 자격증을 따야 하는 지 고민이 많이 됩니다. 블로그에서 우연히 선생님이 쓴 글을 찾게 되어 이메일을 보내 봅니다. 이런 케이스가 있다면 어떤 길을 추천해 주시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질문내용을 근거해서 유추해 보자면 초등학교를 마치기 전에 미국유학을 시작하고 미국에서 대학입시까지 치른 학생이 한국으로 돌아가서 한국의대에 합격을 했지만 영주권도 있고 미국에서 더 긴 시간 교육을 받았으므로 미국에서 의사로 활동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사료되므로 다음과 같은 조언을 주었다.
“일단 한국에서 의대에 합격한 것을 축하해. 어디가 되었든 의사가 된다는 확실한 사실이 존재하니까 말야. 지금의 상황이라면 한국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레지던시 과정을 미국병원에서 밟는 게 더 나아 보이는구나. 미국에서 의대에 진학하려면 미국 대학에서 공부를 해야만 하므로 부담이 되던 학비문제가 다시 문제가 되겠기 때문이기도 하지. 한국에서 의대를 졸업한 학생들이 미국으로 레지던시 과정을 밟으러 많이 오지 못하는 첫번째 이유는 영어에 대한 부담감인데 너는 어려서 미국에서 공부했으므로 그 부분도 남들보다는 유리해 보이므로 한국에서 의대공부 열심히 하고, 연구경험도 잘 쌓고, 의대생활동안 봉사도 열심히 하고, USMLE 중 특히 Step 1을 250점 이상만 받는다면 왠만한 병원에서 괜찮은 전문분야의 레지던트로 매칭이 될 수 있을 거야. 내 칼럼을 참고하며 미국에서 프리메드 학생들이 살아가는 방식으로 네 한국 의대생활을 해 나간다면 6년후에 미국의 좋은 병원으로 레지던시 매칭이 되어서 올 수 있을 테니 열심히 해. 혹시라도 혼자 하기 불안하다면 내가 운영하는 레지던시 매칭 멘터링 프로그램에 가입해서 함께 해 나가는 것도 고려해 보고 관심있으면 연락해. 아무튼 남은 6개월을 포함해서 지금부터는 레지던시 매칭을 목표로 정진하면 꼭 좋은 결과 있을 거야. Good luck!”
필자가 이 학생에게 준 조언의 핵샘은 영어만 되면 어디서 의대공부를 하든 미국에서 의사로 살아갈 수 있다는 내용이다. 물론 그 저변에는 가장 중요한 환자중심의 사고방식이 존재해야만 하지만 적어도 의대에 진학하는 학생이라면 그곳이 미국 의대든 한국 의대든 아니면 캐리비언 의대든 아니면 유럽 혹은 호주 의대든 모든 의대지망생의 기본 중의 기본인 환자중심의 사고방식이 없다면 그 길을 가면 안 되는 것이므로 이 점은 지니고 있다는 가정하에 영어 독해력을 강조하는 것이다. 비근한 예로 얼마 전에 미국에서 레지던시 과정을 마치고 개업을 한 40대 한인의사의 경우도 한국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안정된 의사생활을 하던 중 기러기 생활을 하기 싫어서 늦게 나마 미국 레지던시 과정을 마치고 개업을 했고 한국에서의 의사생활 경험에 연륜까지 더해져서 개업하기 무섭게 많은 환자들에게 좋은 진료를 선보이고 있다. 그와의 인연은 자녀의 통합과정 멘토링 프로그램 가입에서 시작되었고 아버지와 아들이 필자의 제자로서 원하는 결과를 얻게 된 두번째 케이스가 되었다. 이 40대 늦깎이 레지던시 지망생의 경우에도 의사로서 뛰어난 경력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영어 독해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미리 시간과 열정을 투자한 각고의 노력이 뒷받침 되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필자가 여기서 강조하는 점이 결코 미국에서 의사가 되는 것이 다른 어떤 조건보다 뛰어나다고 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지만 가족과 함께 지내기 위해서가 이유이든 아니면 본인이 더 익숙한 환경에서 살아가기 위해서가 이유이든 미국에서 의사면허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영어 독해력이 제대로 갖춰져 있어야 그 어렵다는 USMLE Step 1에서 뛰어난 성적을 얻을 수 있다. 이 점은 필자가 의대 진학을 생각한다면 영어 독해력을 증진시키라고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것과 연관성이 있다. Step 1 성적이 안 좋을 것이 확실해 보이는 학생을 의대에서 선발하지 않기 때문에 MCAT에서 영어 독해력을 측정하는 CARS 파트 성적이 상위 20%에 들지 못 하는 학생의 의대진학은 참으로 어렵고 험난한 길이 된다. 의대 2학년생이 되면 그제서야 깨우친다. 진작에 영어 독해력을 증진시켰어야 본인이 원하는 모습의 의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것처럼 영어가 모든 문제의 해법으로 보이는 것은 영어가 뛰어난 언어이기 때문이 아니라 영어를 사용하는 미국에서 의사가 되기 위해서라는 단순한 이유이자 논리이고 현실이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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