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다. 또 새해가 밝았다. 더운 날씨에 뜬금없는 소리로 들릴 것이다. 필자는 새해에 마음을 다잡는 기회를 한해에 세 번이나 갖는 행운을 누리며 살아간다. 1월 1일과 구정이라고 각인되어 있는 설날, 그리고 의대입시가 시작되는 6월 1일, 이렇게 세 차례나 마음을 다잡을 기회가 있으니 감사하고도 감사한 일이다. 일생에 한번만 겪어도 진이 쪽 빠진다는 의대입시를 매년 치루고 있으니 별로 행운을 누리며 사는 것 같지 않다는 말도 듣지만 그래도 매년 지도하는 학생들의 99%가 한번의 시도로 의대에 합격하는 기쁨을 누리는 것도 필자만의 행운이다. 의대입시가 힘들수록 의대합격의 기쁨은 더 크기 마련이니 어찌 행운을 누리며 살아간다고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물론 1%의 학생들은 재도전을 통해 의대에 진학하지만 그들의 고집과 부모의 불필요한 간섭이 없었더라면 그 1%의 학생들도 첫 도전에 성공할 수 있었을 아쉬움을 갖고 살아간다. 그 중 가장 으뜸인 사항이 바로 원서를 제출하는 시기이므로 그 점에 대해 올해도 다시 한번 강조하기로 한다.
앞에서 의대입시 개시일이라고 언급한 6월 1일은 상징적인 날짜이지 절대적인 날짜는 아니다. 예를 들어 이번 사이클, 즉 2019년 8월에 의대에 입학할 학생들을 선발하는 의대입시는 2018년 5월 31일에 원서접수가 시작됐다. 물론 2017년은 6월 1일에 원서접수가 시작되었지만 그 전해는 6월 7일에 접수가 시작되기도 했으니 6월 첫 주 혹은 6월 1일에 의대입시의 새로운 사이클이 시작된다고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물론 원서접수가 이날 하루만 하고 마는 당일 행사는 아니고 약 반년간 원서를 접수 받는 긴 과정이라는 점도 분명히 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올 6월 1일 오전에 한 학부모가 다급한 음성으로 원서를 접수해야 하는 어제, 즉 5월 31일에 학생이 원서를 접수하지 못해서 아주 우울해 보인다며 대책을 강구하기 위한 문의를 해온 적이 있었다. 그 학부모는 필자가 전달하는 6월 1일 접수의 중요성을 너무 잘 뇌리에 넣고 있었던 덕에 그 날이 지나면 한해를 더 기다려야 하는 줄로 유추했던 것이다. 그런 불안감은 떨쳐내도 좋다 하다못해 12월에도 원서접수를 받아주는 의대가 한군데는 있다. 단지 롤링 어드미션, 즉 선착순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의대입시의 특성상 일찌감치 지원한 학생들이 합격할 확률이 높다는 의미이다. 문제는 그 확률이 간과하지 못 할 정도로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그 누구도 정확한 숫자를 제공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지만 필자가 피부로 느끼는 차이는 당락을 결정지을 만큼 심각한 수준이라는 확신을 가질 정도이다. 오랜 세월 한가지 일을 해온 전문가가 확신하는 사항이니 가볍게 여기지 말고 자녀들에게 강조해도 좋다. 자녀들도 어차피 학교에서 프리메드 어드바이져에게 수차례 선착순 입시라는 점을 듣고 또 들었다. 부모가 얘기할 때 걱정하지 말라고 아직 시간 많이 남았다는 짜증이 가득 섞인 대답은 그렇게 서둘러 진행시키지 못 하고 있는 자기 자신에 대한 짜증이고 불안감일 가능성이 높으니 그 마음을 이해하고 어떤 점에서 아직 원서를 제출하지 못 하고 있는지를 차분히 대화하는 것이 좋다. 무조건 왜 원서접수를 안 하냐고 다그친다고 능사는 아니다. 글이 안 써지는데 무조건 빨리 하라고 소리만 지르기 보다는 부모의 지혜를 빌려줘도 좋겠다. 자녀가 적은 글의 구성을 듣고 부모의 의견을 준다면 삶의 지혜가 전달될 수 있다. 굳이 영어로 읽고 영어로 문구를 제안하는 역할을 부모가 할 필요는 없다. 그런 건 오히려 간섭이 되고 글의 전체적인 균형을 깨기 일쑤이니 하지 말기를 권하지만 대화로 구성을 듣고 의견을 나누는 일은 충분히 도움이 되는 일이다. 중년의 부모가 갖고 있는 삶의 지혜는 맹문대학 만점 학생의 그것보다 헤아릴 수 없는 만큼 그 깊이가 깊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 외의 어떤 이유로든 원서접수를 못 하고 있다면 그 원인을 해결하고 원서를 접수시키는 것이 맞다. 준비가 제대로 안 된 원서를 접수시키는 것은 최악이므로 그것보다는 준비를 제대로 해서 조금 늦게 접수하는 것이 덜 나쁘다는 의미이다. 만일 의대입시가 롤링 어드미션 제도이라 선착순으로 학생을 선발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학생이라면 그때는 문제가 심각하다. 그 정도도 모르고 있다면 의대입시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다는 것이고 그런 학생이 합격할 만큼 만만한 입시가 아니므로 시간낭비만 하고 있는 들러리 지원자가 바로 그런 학생들이다.
간혹 옆집 아이는 6월 1일에 안 하고도 하버드 의대에 진학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가능한 일이고 또한 어떤 경우에는 전략적으로 필요한 일일 수 있다. 올해 하버드 의대에 입학할 필자가 지도한 학생들 중 한 학생은 작년 원서접수가 개시될 시점에 해외에서 연구와 봉사를 병행하고 있었으므로 원서접수 시기를 의도적으로 너무 빠르지 않게 조절했다. 인터뷰에 참여할 시기를 미리 조절하기 위해서 전략적 지연을 했던 것이다. 4년간 너무 열심히 준비한 학생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그 강력한 지원서가 들어가면 남들보다 빠른 인터뷰 초청이 있을 것이라는 것이 예상되었고 그런 경우에 해외에서 하고 있던 활동에 지장이 발생하므로 했던 전략적 선택이었다. 역시나 6월 1일이 아닌 6월 중순에 지원을 했는데도 다른 어떤 학생들보다 인터뷰에 먼저 초대를 받아 스텐포드 의대를 필두로 모든 명문 의대 인터뷰에 참석해야만 했고 두 달 후면 하버드 의대생이 된다. 세번의 의대입시를 혼자 도전해서 실패했던 학생이 필자의 도움을 받아가며 노력해서 다시 도전한 결과 이번 입시에는 성공하여 장학금을 받아가며 의대에 입학하는 한 30대 학생의 성공원인 중 하나는 당연히 6월 1일에 원서를 접수시킨 것이었다.
이미 올 원서접수는 시작되었다. 아직 원서를 접수시키지 못 했다면 아마도 최선의 기회는 놓쳤을 것이다. 최선이 아니라면 덜 나쁜 선택을 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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