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비과학과목을 전공하고 의대에 진학하는 것이 말이 되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드리고 난 후에 많은 독자들과 팟케스트 독자들이 비과학과목을 전공하고 의대에 진학한 실질적인 케이스를 소개해 줄 수 있냐는 문의를 해오므로 일부 학생들의 가정에 개인정보 일부 공개에 대한 양해를 받고 제한적이지만 실질적인 케이스들을 소개한다.
아이비 리그 대학 중 하나인 다트머스 대학에서 스패니쉬를 전공한 A 학생은 얼마 전 큰 고민에 빠졌다. 원하던 다트머스 의대에도 합격했지만 중위권 의대에서 전액 장학금을 주겠다며 A 학생을 원했기 때문이다. 남미에서 자라거나 특별히 스패니쉬를 전공하기에 유리한 입장이어서 스페니쉬를 전공한 것이 아니고 사회약자층에 스패니쉬 사용자가 많은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 것이 A 학생이 스패니쉬를 전공한 이유이니 참으로 기특한 일이며 이런 졸업생 의사를 갖는 것을 바라는 의대가 어디 한두 학교 뿐이겠는가? 많은 의대에 합격한 A 학생의 의대 입시 결과는 2학년때 프리메드 생활을 하며 스페니쉬를 전공해도 좋을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현명하게 마무리한 결과이다. 의대입시가 끝이 아닌 것쯤은 다들 알고 있듯 레지던시 매칭에서도 A 학생은 분명 유리한 고지를 벌써 점령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병원에 취업할 때에도 남들보다 한 수 위의 학생으로 분류될 것이다. 현실적으로 레지던시 월급에서 이중언어를 두 분야에서 하므로 수당도 남들보다 많이 받는 이득이 보장된 것이다. 또 다른 아이비 리그 대학인 브라운 대학에서 현재 일학년을 마친 B 학생도 스패니쉬를 고교시절부터 열심히 해왔으므로 스패니쉬를 전공하고자 신입생 시절부터 마음을 먹었으나 막상 프리메드 과목들, 즉 생물, 화학, 물리, 수학, 영어, 심리학 및 사회학 과목들을 수강하며 스패니쉬를 전공하기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2학년이 끝나는 시점 까지만 전공을 최종결정하면 되니 아직 2학년 동안 지켜봐야 하겠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을 미리 알리고자 한다. 모두 스패니쉬를 전공하라고 독려하는 의미에서 이 글을 적고 있는 것은 절대로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케이스 웨스턴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한 C 학생은 현재 본인이 거주하는 주의 대표적인 주립의대에 재학 중인 학생이다. 다른 학생들이 MCAT 과학 분야의 성적은 잘 나왔지만 영어 독해 성적이 부족해서 몇 번씩 재도전 하는 것과 달리 C 학생은 과학분야의 성적이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아 MCAT을 3번 도전해서 결국 과학분야도 영어 독해 분야처럼 높은 성적을 받았고 지원한 대부분의 의대에 합격하였으나 가장 취약한 지역에서 봉사하며 살아가는 의사가 되겠다며 현재 재학 주인 의대를 선택했다. 여러 의대에 합격한 후에 진학할 한 곳의 의대를 선택하는 과정을 매년 지켜보고 조언하며 느끼는 점이 있는데 그것은 사람마다 정말로 추구하는 삶의 기준이 참 많이 다르다는 점이다. 어느 누군가의 기준이 더 좋고 나쁨의 얘기는 절대로 아니고 각자의 가치관이 바로 각자의 삶의 향기이며 그 사람이 남길 흔적이라는 것을 젊은 의대 신입생들에게서 매년 배우며 살아가고 있다. C 학생의 학교선택 기준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가장 낙후된 지역에 위치한 병원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젊은이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멋지다. 내 새끼. 넌 꼭 행복한 의사로 살아갈 거야.”라는 진심이 담긴 찬사였다. 영어를 전공하는 프리메드 학생을 지도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다른 학생들이 중간보고를 하는 이메일을 보내오면 약 1~2분간 읽고 숙고하고서 그에 상응하는 답변을 조언으로 보내주는 것이 필자의 일상인데 너무 많은 좋은 글들을 읽어서인지 C 학생이 보낸 중간보고 이메일을 읽는 데는 보통 10분 이상 걸린다. 또한 그가 인용한 문구들을 필자가 다 알지 못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으므로 인용구 찾아보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다른 학생들의 이메일을 읽고 처리하는 시간의 5배 이상 걸렸던 걸로 기억한다. 이런 C 학생의 성향은 의대 입시 때 에세이 준비와 인터뷰 준비를 하며 빛이 났다. 한가지 표현을 해도 참 멋지고 깊이가 있었다. 물론 너무 많은 얘기를 하고 싶어하던 C 학생에게서 핵심만을 정리해 줘야 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영어전공자의 풍부한 인문학적 깊이는 그와 그의 환자들의 인생을 분명 포근하게 해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프린스턴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최고 명문 의대를 졸업한 D 학생의 얘기를 필자에게서 전해들은 E 학생은 앰허스트에서 철학을 전공하며 프리메드 생활을 아주 잘 해 나가고 있다. 심리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너무 많아 얘깃거리도 되지 못 할 정도이며 하버드에서 인류학을 전공하고 리서치 분야 최고의 의대를 졸업한 학생도 있다. 과학의 일부이긴 하지만 전통적인 프리메드 전공은 아닌 수학을 전공하고서 의대에 진학한 학생들도 다수이다. 그 중에는 잔스 합킨스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부모님이 계신 한국으로 돌아가 서울대 의대에 재학 중인 학생도 있고, 다음 주에 LA에서 열리는 필자의 의대 진학 세미나에 게스트 스피커로 참석하는 국방의대에 합격한 학생도 수학을 전공한 학생이다. 수학을 전공한 미래의 여군의관이라는 소개만으로도 일반적이지 않은 경우에 속하므로 세미나에 초청했다. 매번 세미나에 하버드 의대 학생들이 주로 초대되다 보니 필자가 돕는 학생들은 모두 전형적인 한인 공부벌레 학생들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어 이번에는 군의관의 세계를 소개하고자 하는 목적이 바로 그 학생을 초대한 이유이다.
오늘 필자가 하고자 하는 얘기의 주제는 의대에 진학하기 원하는 학생이라면 남들이 뭘 어떻게 했다는 얘기에 너무 기대지 말라는 것이다. 본인이 가장 잘 하는 것이 무엇이고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아서 그걸 활용하면 된다. 가장 기본은 환자와 시간 보내기를 즐겁게 할 수 있는 지를 확인하는 것이고, 그 다음은 어떤 공부를 하고 싶은지를 고민하여 전공을 선택하면 된다. 무슨 전공이든 의대에 진학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비과학만 추천하는 것도 아니다. 생물과 화학을 전공해도 당연히 된다. 그 분야를 즐겁게 잘 할 수 있는 학생이라면 당연히 그 분야를 전공하는 것이 맞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자신의 판단을 믿으면 된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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