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에 진학하기 위해 생물이나 화학을 전공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고루하고 경쟁력 떨어지는 생각을 하는 가정이 아직도 존재한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지만 한편으로는 필자가 이 칼럼을 계속해서 쓰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므로 어떤 학부모와의 통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 아이가 생물을 잘 해서 의대에 가려고 준비를 하는데 영어는 조금 약한 것 같아요. 남 선생님에 따르면 과학보다 영어가 더 중요하다고 보이는데 그런 말도 안 되는 얘기로 사람을 불안하게 해야만 하나요? 의사가 될 학생이 당연히 과학을 잘 해야 한다고 믿는 게 저만 그런 건가요?”이 전화질문을 분석하여 어떤 학생이 의대 진학에 더 어울리는 건지 살펴보기로 하자.
생물을 잘 해서 의대에 가고자 한다는 학생은 첫 출발점부터 옳지 않다. 의대에 진학하는 것이 어울리는 학생은 과학과목을 잘 하는 학생이 아니라 아픈 사람에 대한 안타까운 연민을 갖고 있는 학생이다. 필자의 말에 동의하기 어렵다면 각 의대에서 학생 선발기준으로 발표하는 첫번째 항목이 “Patient Oriented Heart” 혹은 “Patient Centered Applicants”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 집중하기 바란다.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와 살아가는 삶의 질에 관한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을 쌓아 그 분야의 전문가로 살아가며 다른 사람들이 그들의 삶과 죽음 혹은 삶의 질에 대해 자문을 구하고 실제로 먹으라는 약을 평생 먹거나 맨몸을 수술대에 올려가며 믿고 의지해야 하는 상대가 될 인물이 알량한 과학지식에 기반한 전문가라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슬픈 일이 되겠지만 다행스럽게도 미국의대가 학생을 선발할 때는 환자중심의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학생들을 뽑고 있으니 참으로 다행이다. 그래서 과학과목 성적만 좋은 학생들은 의대에 가는 게 아니라 해당 분야의 과학자가 되어 기초과학 발전에 이바지 하는 것이 인류를 위해서도 도움이 되고 그 학생도 좀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간혹, 아주 가끔 자녀가 과학을 잘 하므로 의대에 갈 수 있다고 착각하는 부모가 있을 수 있고 그들만 가슴 아픈 일이지 과학만 잘 하는 학생이라면 아마 그 학생 스스로 의대에 가는 것보다는 순수과학을 공부하고 싶은 열정이 더 많은데도 부모 잘못 만나 어울리지 않는 의대라는 신기루를 바라보게 된 것이리라 보인다. 영어실력, 그 중에서도 특히 독해력이 중요한 이유는 너무 많이 강조했지만 그 이유가 꼭 레지던시 매칭에 도움이 되기 때문만은 아니고, 핵심은 상대방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글을 읽으며 저자가 주장하는 주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 하는 학생들은 일반적인 대화에서도 상대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파악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이다 보니 이들이 의사가 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위축되고 분노하고 있을 수 있다 보니 자신을 표현하는데 완벽하지 않을 수도 있는 환자들과 매일 대화하고 그 속에서 질병의 원인과 치료의 단초를 찾고자 노력할 의사라면 독해력이 뛰어나야 하는 것이다. 그저 검사결과를 숫자로 보고 약이나 처방하는 의사라면 조만간 인공지능에 밀려날 존재이므로 그리 중요한 역할이 아니므로 어차피 과학만 잘 하는 학생이라면 의학 말고 다른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 더 오래 직업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되니 인공지능 시대에 접어드는 현 시대에는 이 점도 심각하게 고려하기 바란다. 환자중심의 사고방식이 없는 의사가 지금까지는 어찌어찌 먹고 살았지만 다음 세대에서는 절대로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과학과목을 못 하는 학생이 의대에 가야 한다는 말로 이해하는 독자가 있다면 바로 독해력에 문제가 있는 경우이다. 의대 진학이 어려운 이유가 바로 인간에 대한 이해만큼 세포에 대한 이해도 필요한 전문분야이기 때문이다. 즉, 전공을 무엇을 하든 프리메드 과목이라는 생물, 화학, 물리 수학, 영어, 심리학, 사회학 모두를 잘 하는 학생이 의대에 갈 수 있다. 필자가 극단적으로 영어를 강조하는 이유는 영어는 모든 과목의 기본이 되기도 하며, 과학성적이 많이 말고 조금 부족하며 영어가 강한 학생은 의대에 갈 수 있지만 과학성적만 좋고 영어가 부족한 학생은 의대에 가지 못하므로 상대적으로 영어에 대한 강조를 더 한 것 뿐이다. 만일 영어만 잘 하고 과학은 전혀 못 하는 학생이라면 의대에 갈 자격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에게 더 어울리는 인본적인 전문분야를 아직 못 찾았는데 부모가 의대를 강요하는 경우일 것이다. 학생 스스로가 의대에 가고 싶은 동기가 확실한데 과학과목 성적이 제대로 안 나오는 것은 유전자가 나쁜 경우를 제외하면 없다. 그건 부모 잘못 만난 운 없는 학생일 뿐이지 일반적으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의대에 갈 스스로의 동기를 찾았다면 의대에 갈 만큼의 과학성적은 시간투자에 달려있지 불가능한 미션이 절대로 아니다. 하지만 과학분야보다 인문분야가 더 흥미로운 학생이 과학과목은 해도 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면 의대 진학보다 학생에게 더 잘 어울리는 전문분야가 분명히 존재할 것이므로 절망할 일은 아니다. 또한 그런 경우라도 진정 의사가 되어 환자들을 돌보며 살아가는 것 이외에는 아무 것도 관심이 없는 학생이라면 필자의 세미나에 참석 시키기를 당부한다.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 때 열리는 필자의 의대 진학 세미나는 누구나 부담없이 참석할 수 있으며 위와 같은 학생이 온다면 거기에 맞는 조언을 해줄 테니 세상과 부모를 원망하게 하지 말고 꼭 기회를 만들어 주기 바란다.
다시 강조하지만 어떤 전공을 택하든 의대에 갈 학생이라면 환자중심의 사고방식이 첫째이고 현실적으로는 다른 모든 분야에서 성공하는 이들과 마찬가지로 영어 독해력을 겸비하는 것은 필수적인 조건이고, 그 외에 과학적 탐구심도 함께 겸비한 학생이 제 격이라는 점을 명심하자.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컨설턴트
201-983-2851
kyNam@GradPrepAcade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