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 LA에서 있었던 의대 진학을 위한 세미나에서 한 참석자가 필자에게 찡그린 얼굴로 “의대 진학에 관한 전문가의 의견을 듣겠다고 모인 우리에게 왜 이렇게 영어얘기만 반복적으로 하십니까?” 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필자는 그 학부모에게 감사하다고 정말 감사하다고 답했다. 그 세미나에 참석한 모든 이들에게 의대에 진학하는데 영어가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는지에 대해 말싸움까지 일어났다고 주변에 전하고 다녀 달라는 부탁도 했다. 적어도 그 세미나에 참석한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의대 진학과 영어의 상관관계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돌아갔으니 진심으로 감사한 일이라고 믿는다.
매년 MCAT 영어 독해(CARS) 성적 때문에 절망하고 절규하는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한 뛰어난 학생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이겨내게 돕는 필자의 입장에서 환자를 많이 만나보라는 핵심사항 다음에 강조하는 것이 영어 독해력 증진이다. 이 두가지만 제대로 하면 의대에 못 가는 일은 없다. 환자 만나기를 즐기며 독해력이 준비된 학생이 가는 곳이 미국 의대다. 바로 어제 MCAT 성적이 발표됐고, 어김없이 독해성적 때문에 고민하는 학생들이 많다. 그 중 한 학생이 나름대로 자세한 질문을 해왔기에 이 학생의 질문과 필자의 답변을 소개하니 다른 가정에서도 참고하기 바란다.
“안녕하세요 남경윤 선생님, 저는 한국에서 태어나고 미국에서 주립대학을 졸업한 남학생 입니다. 현재 gap year 를 가지면서 의대에 도전 중 입니다. GPA는 3.5 입니다. 오늘 저의 MCAT 점수가 발표되었는데, 과학점수는 양호했으나 CARS 점수가 너무 낮게 나와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선생님께 문의합니다. 지난 1년 동안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워싱턴 포스트를 구독하였습니다. 읽으면서 적극적으로 기사들을 분석했었습니다. ‘이 기자 분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왜 이런 말을 한 것 일까?’ 프린스턴 리뷰와 AAMC 연습 문제를 풀어보면서 문제 접근 방법도 구상하였습니다. 실제 시험은 그다지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었습니다. 무엇이 문제였던 걸까요? 저는 말수가 적고 만성적으로 자신감이 부족한 한인 남학생입니다. 저의 이런 성격이 점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저는 CARS 점수를 영영 올릴 수 없는 건가요? 선생님의 냉정한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너에게는 의대의 길이 어울리지 않으니 다른 길을 찾아라’ 라는 쓴 조언도 기꺼이 받아 들이겠습니다. 바쁘신 와중에 제 두서 없는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답은 “아직은 포기하지 말게. 자네의 의대 진학에 대한 꿈이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는 가정과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 보겠다는 간절함이 있다면 아직은 포기할 때가 아니라고 보여. 그동안 뉴욕 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녈, 워싱턴 포스트를 구독하며 글쓴이와 공감하고자 했던 노력은 아주 좋았어. 하지만 지난 1년 동안이란 부분이 마음에 걸려. 미국에서 태어나서 공부를 아주 잘 한다는 소리를 듣는 한인 학생뿐 아니라 백인 학생도 그 정도 노력은 초등학교때부터 최소 10년은 했거든. 물론 자네처럼 집중적으로 1년을 하지는 않았겠지만 학습습관이 형성되던 시기에 많은 글을 읽고 토론하는 과정을 초등학교때 부터 생활화해서 지내온 경력이 MCAT 만점을 받는 학생들의 공통점이라는 의미이고 자네의 노력이 잘못 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아직은 조금 더 노력해야 한 단계 올라갈 수 있지 않겠냐는 조심스러운 진단을 해보는 거지. 자네를 만나보지도 않았고 자네가 얼마나 심각하게 1년을 투자해서 독해력 증진에 노력을 했는지도 지켜보지 않은 내가 100% 정확한 분석을 통한 조언을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자네에게 백인이든 한인이든 영어독해에 전혀 부담을 갖지 않는 학생들이 거쳐온 과정을 알려주며 긍정적인 자극을 주고자 하는 거야. 현실적으로 초등학생으로 돌아갈 수도 대학도 졸업한 이 시점에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라고 하고 싶네. MCAT을 공부한 곳이 프린스턴 리뷰든 캐플런이든 그곳에서 CARS 개인교습을 받게. 가능하다면 최근에 MCAT을 보고서 의대에 입학하기 전까지 일하고 있는 강사말고 전문적으로 CARS를 가르치는 매스터 강사에게서 도움을 받기 권해. 비용이 만만치는 않지만 그곳에서 정규 MCAT 과정을 수강한 학생이 개인교습을 할 경우는 처음 10번에 시간당 $300을 냈다고 가정한다면 그 이후부터는 디스카운트를 해주는 프로그램들이 있을테니 그걸 활용하는 것이 최선으로 보여. “대학도 졸업한 내가 무슨 과외?”라고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는 말고 사람은 누구나 장점과 단점을 지니고 있고 부족한 점은 인정하고 보완하는 것이 성취인의 기본임을 명심해. 자네가 좋은 성적을 받았을 과학 섹션 중 한 부분을 혼자서는 도무지 성적을 못 올려서 개인교습을 받고 MCAT에서 만점을 받았던 학생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게. CARS 개인교습을 하면서 그들이 문제를 풀 때 어떻게 접근하는지를 주의 깊게 보며 그들이 보는 앞에서 자네가 문제풀이에 접근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과정을 거치라는 얘기이지. 아주 작은 팁 하나가 자네의 고민을 해결해 줄 수도 있고 단순히 어휘력 증진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도 있지만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 경제적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 시점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경제적 지원을 받아야 하네. 그렇지 않으면 의대 진학의 꿈을 버려야 하는 상황인데 주변에 부탁하기 싫은 마음을 버리고 간절하게 구해서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고 믿어. 만일 죽는 것보다 주변에 경제적 지원을 요청하는 것이 싫다면 그때는 길게 보고 주변에 영어를 잘 하는 친구의 도움을 받게. 하지만 분명하게 해 두겠네. 주변 친구의 무료 도움을 받아서 의대에 진학할 만큼의 수준의 독해력에 도달하기까지는 확률적으로 아주 긴 시간이 들것이고 감정적으로 불편한 일도 많이 감내해야 할거야. 차라리 이 조언보다 더 현실적인 조언은 의대가지 말고 과학도로 살아가는 길을 찾아보라고 하는 것이 자존심 안 상하며 살아가게 해 줄거야. 이제 결정은 자네 몫이네. 당연히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이 시점에서 무조건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 내가 믿는 현재의 최선이란 건 이해하겠지? 프린스턴 리뷰나 캐플런에 연락해 보고 금전적으로 도무지 감당이 안 된다면 내게 다시 연락을 하게. 자네와 유사한 경우에 처한 학생들을 위해 내가 준비해 둔 프로그램이 있지만 그건 내 멘터링을 받는 학생들만을 위한 것이라 선뜻 도움을 주겠다는 말을 못 하는 입장이지만 자네가 간절하다면 함께 고민해 볼 수 있겠지. 귀하지 않을 것이 간절하지 않듯 간절하지 않은데 귀한 것을 얻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간절함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바라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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