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의 신분에 상관없이 법적 이름과 실제로 학교에서 불리우는 이름이 다른 경우가 우리 한인학생들에게는 자주 발생하는 일이다. 시민권자 학생이더라도 부모가 한국 이름을 지어주었거나 긴 영어 이름이 있더라도 살아가면서 스스로가 원하는 이름을 학교에서 사용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고 영주권자나 유학생이라면 법적 이름이 한국 이름이므로 편의상 학교에서 부르는 영어 이름을 갖게 될 수도 있으므로 이런 경우에 생길 수 있는 혼란에 대해 걱정하는 학생들이 많기에 확실한 정보를 주고자 한다.
법적 이름이 홍 길동인 학생이 학교에서는 John 이라고 불리운다면 추천서 내용에 신경이 쓰인다. 친하게 지내며 John으로 알고 그렇게 불러주던 주변 교수나 멘토들께 추천서에는 John 말고 홍 길동으로 적어 달라고 부탁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지만 실제로 어떤 이름으로 쓰였을 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므로 노심초사 하기 쉽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조금도 할 필요가 없다. 한인 학생들의 경우에만 이렇게 법적 이름과 실제로 불리우는 이름이 다른 것이 아니고 미국의 이름체계가 약칭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보니 서류상으로 이름을 물을 때에는 법적 이름과 애칭을 함께 묻는 경우가 다반사기 때문이다. 일례로 “필립”이라는 이름은 “필”이라고 자주 불리우고 “윌리엄”이 “빌” 혹은 “빌리”로 불리우기도 하는데 모든 추천인들이 추천서를 적을 때 굳이 학생의 법적 이름을 상기하여 적고 있지는 않다. 바로 이런 문화적 배경을 모든 사람들이 이해하므로 서류상에는 법적 이름만 묻지 않고 다르게 불리우는 이름도 함께 묻는 것이 미국문화이다. 마치 한국서류에 한글이름과 한문이름을 동시에 표기하게 하는 것과 유사한 미국의 사회문화적 현상이라고 보면 되겠다.
미국 의대입시를 관장하는 기관인 AMCAS(American Medical College Admission System)의 지원서를 보면 학생의 이름을 적는 곳에 세가지의 이름을 표기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법적 이름(Legal Name)을 적는 공간, 선호하는 이름(Preferred Name)을 적는 공간, 그리고 존재하는 다른 이름(Alternate Name)을 적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으므로 필립을 필로 부르는 추천서가 제출되든 아니면 홍 길동을 John으로 부르는 추천서가 제출되더라도 의대에서 못 알아보고 혼란스러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기서 한국 이름을 갖고 있는 학생들을 위해 조금 더 설명하자면 선호하는 이름에는 학교에서 불리우는 영어 이름을 적으면 된다. 홍 길동이라고 법적 이름을 적고서 바로 아랫 칸에 위치한 선호하는 이름(Preferred Name)에 John이라고 적으면 되는 것이다. 그 아래에 위치한 다른 이름(Alternate Name)에는 홍 길동을 영어로 적었을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다른 방식의 철자에 대해 적으면 도움이 되겠다. 홍 길동이 영어로 Gil Dong Hong으로 적힐 수도 있지만 Gildong Hong으로 적힐 수도 있으므로 다른 이름(Alternate Name)을 적는 공간을 활용하여 두 가지 경우를 다 의대에 미리 알려 놓으면 추후에 발생할 그 어떤 혼란에도 대비할 수 있겠으니 자녀들에게 꼭 상기시켜 주면 도움이 되겠다. 영어 철자에 대한 문제는 추천서도 추천서지만 성적표에 적힌 이름이 원서에 적힌 이름과 띄어쓰기가 다르게 표기되었을 경우에 대비하기 좋은 방책이다. 물론 미국에서 오래 생활한 내 아이가 이 정도도 모를까 하는 부모가 대부분이겠지만 공식 서류를 작성하다 보면 확신이 서지 않는 경우가 있고 이럴 때 구글을 해도 한국이름으로 미국의대 원서에 어떻게 적으라고 자세한 설명이 나오는 일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고 그럴 때 뒤로 미루다가 아주 많이 미루어지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또한 부모가 이 정도는 챙겨주면 자녀가 든든하게 생각하며 함께 의대입시를 치루는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기에 권하고 있다. 물론 귀찮게 한다며 툴툴거리는 자녀도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내 자식인데 내가 챙겨야지 불평이 듣기 싫다고 관여하지 않기 시작하면 점점 더 멀어지게 되니 이름 적는 것 하나로 자녀와 대화의 실마리를 푸는 것이 나쁜 시도는 아닐 것이다.
아울러 2019년 8월 의대 신입생을 선발하는 의대입시 사이클은 2018년 5월 31일에 시작된다. 필자의 칼럼에 아주 자주 등장하는 6월 1일에 원서를 제출하라는 상징적인 표현이 올해 입시에는 5월 31일에 실질적으로 시작되니 자녀들과 이 점도 함께 인지하면 좋겠다. AMCAS는 5월초부터 오픈되어 학생들이 본인의 어카운트에 로그인 해서 정보를 올려놓기 시작할 수 있다. 미리 적어 놔야 5월 31일이 되면 제출할 수 있게 된다. 이 얘기가 나오면 따라 나올 질문에 대한 답을 미리 제공한다. 최선은 5월 31일에 잘 준비된 원서를 제출하는 것이고 차선은 조금 늦어지더라도 잘 준비가 되었을 때 원서를 제출하는 것이다.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무조건 5월 31일에 원서를 제출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최악은 제대로 준비도 안 하면서 마감은 가을에 하니 여유 있다며 무의미한 게으름을 피우는 것이다. 먼저 원서 낸 학생이 합격할 확률이 훨씬 높은 것이 의대입시의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게으른 자는 누리지 못 하는 특권이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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