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칼리지는 2년제 초급 대학이라고 표현할 수 있으며 주로 시정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교육기관인데 이런 초급 대학에서 공부한 학생이 의대에 갈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오래 전부터 자주 접하던 것이다. 순수한 의도로 질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조금은 불순한 의도를 내재했을 수도 있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예스 앤 노. 상황에 따라 긍정도 부정도 가능하다는 의미이며 어떤 경우에 어떤 대답이 가능한 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자.
일단 커뮤니티 컬리지가 미국사회에서 차지하는 역할에 대해 조금 이해하면 전체적인 그림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겠다. 앞에서 언급한대로 주로 2년만에 졸업하며 취득하는 준학사학위(Associated Arts 혹은 Associated Science)는 고교 졸업생보다는 학문적으로 조금 더 발전한 상황이지만 어떤 경우에도 대학 졸업생보다는 부족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러한 준학사학위를 최초로 만든 영국에서도 이미 오래전에 사라지고 없는데 왜 미국에서는 이를 아직도 유지하고 있을까? 바로 학문적 깊이는 떨어질지 몰라도 실용적인 분야의 교육과정을 만들어서 시민들이 현실적인 도움을 받게 하기 위해서다. 목적이 그렇다 보니 교육비도 상당히 저렴하다. 시정부에서 과감한 투자를 하며 주정부와 연방정부에서도 도움을 주고 있으니 주립대학보다도 저렴한 학비로 대부분 2년 혹은 간호학과 같은 경우 3년간의 교육과정을 마치면 취업에 도움이 되는 교육과정이다. 즉 이곳에서의 교육과정은 기초가 조금 부족하더라도 누구나 잘 따라오게 해서 고차원의 학문적 성취가 아닌 실용적인 취업을 위한 교육을 위해 짜여져 있다. 그렇다고 열심히 하지 않는 학생이 만점을 받지는 못 하겠지만 만일 커뮤니티 컬리지에서 수강한 과목 중에 A가 아닌 성적이 보인다면 이 학생의 학습능력은 뛰어나지 못 하다는 것을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유추할 수 있다. 하지만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사람들 중에는 커뮤니티 컬리지라는 미국내 교육시스템을 십분 활용한 경우가 왕왕 있다. 학비가 주립대학보다도 저렴하다는 점과 학업에 그리 많은 시간을 쏟지 않아도 학점관리가 수월하다는 점을 활용하여 고교졸업 후에 커뮤니티 컬리지로 진학하여 저렴한 학비를 내며 학교를 다니고 일도 해서 생활비나 향후의 학비를 2년간 미리 벌어 놓는 학생들이 있다. 가정형편에 따라 크게 칭찬해 줄 수도 있지만 대학과 대학원의 학자금 지원제도를 모르는 정보부족 혹은 무지에 의한 불필요한 결정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어떤 학생은 원하던 대학, 특히 명문 주립대학에 불합격하면 커뮤니티 컬리지를 통해 2년후에 해당 명문 주립대학으로 편입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커뮤니티 컬리지를 거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는 대학 진학만을 놓고 보면 일단 전략적 성공으로 보이지만 학생의 지적 호기심 팀구라는 대학교육의 대명제를 놓고 보면 아까운 시간과 기회를 놓쳤다고 볼 수도 있다. 특히 의대에 진학하기를 원하는 학생이라면 정말로 재정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정규대학에서 고등교육을 받기 시작하기에 애매한 상황에 처해있지 않는 한 커뮤니티 컬리지에 다니는 것은 피하라고 권하고 싶다. 물론 필자가 지도한 학생 중에도 커뮤니티 컬리지를 거쳐 UC 버클리에 진학한 학생도 있었고, 커뮤니티 컬리지를 거쳐 UVA에 진학한 학생도 있었으며 이들은 물론 모두 의대에 성공적으로 진학했다. 하지만 모든 학생이 이런 과정을 거치라고 권하지는 않는다. 연년생인 자녀가 대학에 진학하는데 부모의 세금보고 액수가 적지도 크지도 않아 학자금 지원을 제대로 못 받는 경우에 궁여지책으로 택한 과정이었지 절대로 이런 선택이 매력적이라 택하지는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렇듯 고교졸업 후 바로 커뮤니티 컬리지에 다니며 수강한 과목들에 대해서는 많은 의대들이 그 학점을 인정해 주고 있다. 케이스별로 커뮤니티 컬리지의 학점을 인정해 준다고 발표한 의대들의 정책은 미국사회 전체에 흐르고 있는 커뮤니티 컬러지를 통해 재도전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대명제에 동참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한계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런 저변에 흐르는 기조를 이해하지 못 하는 학생들이 간혹 잔머리를 쓰다가 낭패를 본다. 학점관리가 힘든 명문대학에 다니던 학생이 대학 졸업 후에 성적이 안 좋았던 과목을 커뮤니티 컬리지에서 재수강을 하여 A를 받고 이를 토대로 의대에 진학하고자 한다는 시나리오를 걱정하는 것이다. 어떤 의대에서도 그런 학생을 받아주지는 않을 것이다. 흑인이나 히스패닉 등 특정 그룹의 학생이라면 예외적으로 받아줄 수도 있다. 해당 그룹에 속한 학생의 지적능력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해당 사회의 경제력과 정보력 및 인재의 숫자와 해당 인종그룹 의사의 절대적 부족 등을 고려하면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아시안 학생이 그것도 코리언 아메리컨 학생이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 커뮤니티 컬리지에서 수강한 성적을 제출하며 의대에 지원한다면 그 학생이 의대에 합격한 확률은 너무 낮아서 차라리 그런 전략이면 의대를 포기하는 것이 시간과 금전적 낭비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눈에는 안 보일지 몰라도 불합격이 주는 심리적 상실감을 고려해서 이렇게 강한 어조로 하지 말라고 말리고 있다. 욕을 먹더라도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장황하게 커뮤니티 컬리지가 갖고 있는 그 사회문화적 배경까지 설명하며 안 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주 프린스턴 대학이 커뮤니티 컬리지 졸업생의 편입을 처음으로 받아 주겠다고 발표하며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교육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도 밝혔다. 주로 주립대학들 위주로 되어오던 커뮤니티 컬리지 졸업생의 4년제 대학편입이 이제는 프린스턴으로도 가능해 졌다. 비록 그 숫자가 일년에 10명정도이지만 누군가는 그 혜택을 받게 되었으니 감사한 일이다. 이 뉴스를 들으며 프린스턴에 떨어진 한인학생이 프린스턴에 가기 위해 커뮤니티 컬리지에 진학하는 일은 없기 바란다. 한인학생에게도 그 혜택이 올지 의문이기도 하지만 의대 진학을 위해서는 최선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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