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의대에는 합격하였으나 그 의대가 바라던 수준의 의대가 아닌 경우에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일지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있는 고민을 해보기로 하자. “부모님의 경제력이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다른 선택들도 신중히 고민해 봐도 좋습니다. 물론 학생의 비젼이 어떤 것인지가 중요하지만 현실적인 경제력도 중요합니다.”라는 답을 지난 주에 여러 독자들에게 제시했고, “부족한 부분이 정확히 보인다면 재도전을 하는 것도 과감히 권한다.”라는 답도 함께 제시했으므로 오히려 고민을 더 가중시킨 듯 보이므로 조금 더 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부모의 경제력을 언급한 이유는 포스트백 프로그램을 통해 학점을 올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학비가 부담이 되는 가정이 있을 수 있다. FAFSA를 통한 학자금 지원이 가능한 프로그램도 있지만 정규 학위과정이 아니라 익스텐션 코스로 분류되어 학자금 지원이 안될 수도 있으니 이런 경우에는 정규 대학에 다니는 학생만큼의 학비를 자비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대 학비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거주하는 주의 주립의대에 진학한다면 사립의대에 진학하는 것보다 학비부담이 약 2/3로 줄어들게 된다. 아주 우수한 학생이라면 명문의대에서 FAFSA를 통한 학자금 지원 외에도 메릿 장학금을 받으며 학비부담 전혀 없이 의대에 다닐 수 있지만 원하는 의대에 합격하지 못 한 경우를 고민하는 상황에서 거액의 메릿 장학금은 해당사항이 아닐 경우가 대부분일 테니 이 부분은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그러므로 재수를 하고자 한다면, 특히 프스트백 프로그램에 등록을 하며 재수를 고려할 때에는 학비를 부담해야 하는 경제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안타깝지만 너무나도 현실적인 사항을 지적한 것이다.
부족한 부분을 제대로 보완할 전략이 세워지는 경우라면 과감히 재도전을 해보는 것도 권한다는 조언은 사실 의대 졸업반 학생들이 레지던시 매칭에 임하며 토로하는 고민을 반영한 조언이다. 필자가 하는 일이 의대에 진학시키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의대생들의 레지던시 매칭도 돕다 보니 현실적으로 명문의대에 진학한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과 함께 그들이 누리는 많은 혜택도 익히 알고 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요즘 한국에서 발생하는 젊은이들의 취업난과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지 않나 싶다. 명문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할 때 느끼는 장벽과 지방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이 느끼는 장벽이 공히 존재하겠지만 이 두 부류의 학생들이 느끼는 장벽의 높이는 분명 다를 것이다. 필자가 한국을 떠난 지가 30년이 넘어 섰으니 틀린 예를 제시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조심스러움에 미국내 고등학교 학력평가에서 1위에 오른 빈도수가 가장 많은 TJ(Thomas Jefferson High School for Science and Technology) 고교의 대학진학 현황을 적용시키는 예도 들어보자. TJ 고교는 미국내 일반 고교와 달리 시험을 봐서 학생을 선발하는 입시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버지니아의 TJ 뿐 아니라 뉴욕의 Stuyvesant, 뉴저지의 BA, LA의 Whitney 등이 이런 입시제도를 거쳐 학생을 선발하므로 해당 지역별로 우수한 중학생들 중 이런 입시제도를 통해서 고교에 진학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는 학생들이 지원하고 있다. TJ 학생모집요강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TJ 관계자가 강조하는 사항을 소개한다. 자녀가 하버드 대학에 진학하기를 원한다면 TJ에 진학하는 것보다는 일반 고교에 진학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도 있지만 자녀가 어느 대학에 진학하더라도 뛰어난 능력과 자신감을 갖고 살아가길 바란다면 TJ에 진학하여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성숙해지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그 TJ 관계자가 중학생 부모들에게 전달한다. 하지만 이 말을 전해 듣는 부모들의 대부분은 중학교때까지 거의 최우등의 성적만 유지하던 자녀를 둔 부모들이므로 내 아이는 TJ에 가서도 최우등 성적을 유지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으니 이 조언은 그 당시에 그리 중요해 보이지가 않는다. 진학할 대학이 결정되는 순간이 되어서야 그때 들었던 그 조언이 떠오르게 된다. SAT 만점이 2,400이던 시절에 전교생의 SAT 평균성적이 2,280점인 고교에서 하버드에 진학하는 극소수가 되기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아이비 리그 대학에 진학하는 전체 학생 수가 전교생의 30%에 가까우니 이런 현상은 일반고교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일이다. 또한 버지니아에서 자녀를 키우는 대부분의 부모들이 선호하는 주립대학인 UVA(University of Virginia)에 진학하는 TJ 학생들은 아이비 리그 대학에 합격했으나 개인적이 선호도가 다르므로 UVA에 진학했거나 TJ에서는 중하위의 성적을 유지한 경우일 확률이 높다. 일부 고교에서는 전교 일등을 해야 UVA에 진학하니 생생한 비교가 되고 있다. UVA 학생들은 TJ 출신 학생들을 불편해 한다. 시험이 어려워서 중간성적이 60점이라면 커브를 통해 상향조정 후 학점을 줄 수 있는데 95점이 넘는 학생들이 있어서 다른 학생들의 성적을 상향조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높은 성적을 받은 학생들은 거의 예외없이 TJ 출신 학생들이다.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해서 능력 있는 선생님들이 뛰어난 교육을 제공한 결과로 보인다. 이와 같은 현상이 의대를 졸업하고 레지던시 매칭을 거칠 때도 동일하게 발생한다. 명문의대에 다니는 친구들은 학교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제공받는데 비해 비명문의대에 다니는 학생들은 혼자 모든 걸 해결해야 한다고 토로하는 사항이 자주 들린다. 의학계에서 저명한 교수가 적어준 추천서가 영향력이 더 뛰어나리라는 상식 만으로도 명문 의대생들의 대다수가 좋다는 레지던시에 매칭되리라 예견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고 실제로도 그렇다. 비명문의대생도 물론 출중한 능력으로 아주 좋다는 레지던시에 매칭될 수 있고 그런 일은 분명히 벌어지고 있지만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그 다음은 비젼이다. 어떤 목적을 갖고 의사가 되고자 하는지를 학생 스스로가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대다수의 주립의대는 해당 주민들의 프라이머리 케어를 책임질 의료진을 양성하는 것이 최우선적인 존재의 이유이므로 이런 의대에서 다양한 스페셜티를 위해 교육시키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것이 더 좋고 숭고하다는 의견을 내는 것이 아니라 학생 자신이 갖고 있는 학습능력, 부모의 경제력, 미래의 비젼 등을 모두 고려하여 결정한 후 진학하는 의대가 그 학생에게 가장 좋은 의대라고 믿는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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