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때마다 가장 자주 문의하는 질문 중 하나인 질문은 지난 학기 학점이 잘 못 나와서 실망하는 학생들이 본인이 받은 그 성적으로 과연 의대에 진학할 가능성이 있을지에 대한 불안한 질문이다. 어떤 경우는 일찌감치 포기하는 것이 학생의 미래를 위해 옳은 결정이 될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필자의 경험으로는 학생이 갖고 있는 의대 진학에 대한 열망이 어느 정도인지를 먼저 가늠하고 나서 진로에 대한 최종결정을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학점관리가 안 되는 학생들은 크게 세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열심히 노력했으나 학습능력이 부족한 학생, 학습능력은 있으나 공부를 하지 않는 학생, 그리고 본인에게 어울리지 않는 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으로 분류했을 때 첫번째 경우의 학생, 즉 학습능력이 부족한 학생이 의대에 가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본다.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고교졸업 후 약 10년의 세월을 차분하게 투자하는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남들처럼 대학을 졸업하는 시점에 의대에 진학하려고 잘못된 계획을 세운다면 백전백패다. 병법에서도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백전백승을 할 수 있다는데 경쟁자들의 능력과 노력을 모르는 것도 부족해서 자신의 능력을 모른다면 안 되는 방법론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자신의 능력부족을 인정하고 남들보다 천천히 가더라도 차곡차곡 필요한 것들을 챙겨 나간다면 의사로 살아갈 가능성이 높다. 어차피 의대에서 찾는 학생은 천재성을 가진 학생이 아니라 뚝심 있는 학생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천재성 가진 학생들은 대부분 의대공부를 무시하고 독자적인 사고를 펼치는 분야를 선호하고 있는 것이 미국내 교육계의 현실이다. 천재성 있는 학생은 의대에 진학하지 않는다고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이 절대로 아니고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와 같이 자유로운 사고와 앞서가는 창의성을 보이는 천재성이라는 정의 자체가 의대에서 요구하는 성향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는 의미이다. 의대에서 가장 선호하는 성향은 호기심과 뚝심이라고 나름대로 정의하고 싶다. 거기에 환자중심의 사고방식을 보여야 한다는 절대적인 요구사항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학습능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환자중심의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학생이라면 남들보다 조금 오래 걸려도 의대에 진학할 수 있다.
학습능력은 있으나 노력하지 않아서 학점관리가 안 되는 학생들이 의대에 갈 확률은 많이 떨어진다. 마음만 제대로 먹으면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마음먹는 것도 능력이다. 아니 일반적인 한인 학생들은 그리 큰 학습능력의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적어도 필자를 찾아와 도움을 청하는 학생들의 대부분은 아이비리그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이니 그들에게 학습능력이 없다고 말하긴 어색하다. 문제는 실행력이다. 이런 학생의 부모가 하는 말은 “우리 애는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 한다.”는 말이라고 이전에도 여러 번 소개한 적이 있다. 노력을 하는 것도 중요한 능력이라는 것을 간과한 표현이다. 하늘이 내린 능력을 가진 학생이라도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 하는 것이 현실이다. 왜냐하면 유사한 능력의 소유자들은 어떤 레벨에서라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멘사회원인 학생도 다른 곳에 신경이 팔려서 대학시절 학점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적이 있었는데 처음 필자를 찾아왔을 때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강한 말로 동기부여를 했더니 포스트백에서 뛰어난 성적을 보이고 MCAT을 99점을 받아왔다. 그나마 이 학생은 마음먹으면 실행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으므로 약간의 자극만으로 정상궤도에 올라설 수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는 나이에 이른 머리 좋다는 학생들 중에는 자극을 받으면 거부와 자기방어를 먼저 하는 경우도 제법 본다. 아직도 “내가 누군데”라는 자아도취에 빠져 있는 안타까운 경우이며 이런 머리 좋은 학생은 목표를 세우고 실행을 해내는 능력을 찾기 전에는 머리 좋게 나아준 부모만 가슴앓이 하게 된다. 하지만 똑바로 알자. 실행력도 능력이다. 그러므로 머리는 좋으나 노력을 안 하는 학생은 능력이 부족한 학생이며 의대처럼 어려운 목표를 세우지 않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본인에게 어울리지 않는 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이 가장 안타깝다. 어울리는 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워낙 많은 경우의 수를 놓고 따져야 하는 일이지만 프리메드 학생들만 놓고 봤을 때 학생수가 많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중에 이런 경우를 많이 보고 있다. UC 버클리를 대표적으로 말할 수 있는 일부 주립대학들과 코넬을 대표적으로 말할 수 있는 학생수가 아주 많은 사립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은 여러가지로 어렵고 불리한 경쟁을 하고 있다. 학생수가 많다는 것은 강의규모가 크다 보니 집중을 안 해도 티가 나지 않는 구조적 단점을 안고 있다. 또한 학생수가 많다는 것은 고교시절에 비슷한 능력을 보이던 학생들끼리 모아 놓은 일반적인 대학과는 다른 상황이다. 같은 대학 학생들은 최소한 입학시에는 유사한 능력을 보여야 하는데 학생수가 많은 대학에 진학한다는 것은 본인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가 많을 수도 있는 학교에서 경쟁을 하게 된다는 점이다. 특히 영어 독해력이 부족한 학생이 버클리나 코넬과 같이 학생들의 능력 편차가 큰 학교에 간다면 아주 힘든 대학생활이 될 수도 있다. 본인에게 어울리지 않는 대학에는 애초에 진학하지 않는 것이 정답이지만 부모를 기쁘게 해주고자 갔으나 적응이 되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학교를 옮기는 것도 의대 진학의 전략이 될 수 있다. 프리메드 학생이 아니라면 대학 학벌이 미국에서도 중요하므로 권하지 않는 일이지만 의대에 꼭 진학하고 싶은 학생이라면 어느 대학을 졸업했냐는 사실보다는 의대에 진학했느냐 못 했느냐가 더 핵심이다.
학점관리가 안 될 때 자신은 위의 세가지 중 어느 경우에 속하는 지도 모르는 학생이 의대에 가면 안 된다. 환자를 제대로 분석할 능력이 없는 의사를 원할 환자는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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