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학기가 끝나면 방학이 기다리고 있으므로 나름대로 즐거운 마음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유기화학(Organic Chemistry)를 수강한 프리메드 학생들의 대다수는 마음이 그리 편하지 않을 것이다. 방학이 시작되면 지난 학기의 성적이 나오게 되므로 원하던 성적이 안 나오게 되면 이번 학기는 별로 좋지 않았으니 다음 학기부터는 더 열심히 하겠다는 결심이 들기 이전에 과연 내가 이런 성적으로 의대에 진학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하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에 유기화학을 망친 학생들은 실제로 의대 진학에 대한 꿈을 접게 되므로 유기화학은 프리메드 학생수를 일차적으로 줄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모든 학생이 유기화학 한 과목 때문에 소중한 미래에 대한 꿈을 접을 필요는 없으므로 그 대처법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전해오는 속설에 따르자면 유기화학을 주로 수강하는 2학년 1학기가 끝나고 나면 각 대학의 프리메드 학생수는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고 하니 학생들이 받아들이는 충격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속설이며 그리 틀리지 않는 표현이다. 실제로 입학시에 프리메드 과정을 밟겠다는 학생들이 진로를 바꾸는 시기가 2학년 일학기를 마치면서 시작되고 유기화학 2까지 수강한 2학년말이면 절반으로 줄어든 프리메드 학생수에서 또 절반 가까이로 줄어드니 유기화학이란 과목은 프리메드 학생들이 넘어야 할 첫번째 관문이다. 첫번째 관문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즉, 유기화학 성적만 잘 받으면 의대에 진학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많은 중요한 관문들 중 고작 첫번째 관문이므로 이 시기에 학생들은 심리적으로 위축이 되면서 앞으로 다가올 의대입시에 대한 공포심에 빠져들게 되므로 포기라는 길을 택할 수도 있다. 만일 자녀가 이런 상황에 처해 있다면 이 때 부모가 해줄 수 있는 현명한 조언이 있다. “유기화학은 원래 어려운 과목이라 다른 학생들도 힘들게 공부했을 테니 너무 기죽지 말고 재수강을 해서 극복하면 충분히 의대에 갈 수 있다.”라는 말이다. 사실에 근거한 용기를 주는 부모의 따뜻한 말한마디가 “너는 힘들게 등록금 대줬더니 성적을 이따위로 받아오냐?”는 질타보다 훨씬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을 보여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실제로 자녀의 마음에도 또한 부모 자신의 마음에도 따뜻한 온기가 돌게 할 것이다. 결과도 물론 더 긍정적이 될 테니 필자를 믿고 그렇게 조언하기를 강력히 권한다.
조언은 조언이고 실질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재수강이 그 답이다. 물론 나쁜 성적에 대한 기준이 학생마다 부모마다 다 주관적이므로 기준을 제시하자면 C학점이나 그보다 낮은 C- 혹은 D를 받은 경우에는 재수강을 하는 것이 정상적인 프리메드 학생이 가져야 할 기준이다. C+도 재수강을 권한다. 추후에 의대에 성적표를 제출할 때도 문제지만 생명의 근원에 대해 공부하는 유기화학을 제대로 이해하고 정복하지 못 한 상태라면 MCAT 성적도 걱정이고 의대에 진학해서도 성적관리가 걱정이다. MCAT은 나중에 학원에 가서 따로 준비하면 된다는 못난 생각은 절대로 버리자.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제대로 공부하면 과학과목은 고득점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프리메드 학생들에게 벌어지는 현상인데 학교공부는 등한시하고 학원에만 기대는 학생들은 전형적으로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이다. 실제로 SAT를 혼자 준비해서 고득점을 받은 학생이라면 MCAT도 혼자 준비해서 고득점을 받는다.. 이 글을 읽는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가능하면 자녀가 어려서 부터 학교수업에 집중하게 유도하여 향후에 거칠 SAT, MCAT 뿐 아니라 의사면허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USMLE Step 1 시험에서도 고득점을 받도록 도와주자. 개별과목에 보완이 필요하다면 학원이나 튜터링이 효율적인 것은 당연히 인정하는 일이지만 추후에 볼 입시시험들에 대한 준비는 매 학기 수업을 들으며 기본적인 준비가 되어야 나중에 학원에 가서 총정리를 하더라도 효율적이지 안 좋은 성적을 받은 과목이 있는데 재수강을 해서 자기 것을 만들지 않은 학생이 단기간동안 정리해 주는 MCAT 학원에만 가면 고득점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요행을 바라는 잘못된 생각이니 부모가 바로 잡아 주어야만 한다. 그렇게 해서 의대에 진학한다면 분명 레지던시 매칭에서 원하는 분야에 매칭이 되지 않아 의사가 되더라도 자신은 매사에 불만족스러우나 그 배우자만 풍족하게 살게 되는 처절한 삶이 내 자녀의 미래가 될 확률이 상당히 높다. 의대 진학과 레지던시 매칭을 돕는 일을 오래 해오다 보니 의대를 졸업하고 레지던시를 마친 제자들의 삶을 바라보며 필자가 한인가정에 전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니 생각을 전환하면 좋겠다. 학원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존재이유를 정확히 알고 활용하자는 것이다. 공부는 수업시간에 하는 것이고 학원은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부족한 학생들이 마무리 정리에 약간의 도움을 받는 곳이다 대학생 자녀를 둔 가정이라면 불안해서 안될 수도 있다는 것도 인정한다. 그렇다면 아직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이라도 필자의 호소에 귀를 기울여 주면 감사하겠다. 필자의 안녕이 아니라 자녀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다.
이렇게 유기화학이란 첫번째 관문을 통과한 학생들이 막힐 수 있는 두번째 거대한 관문은 MCAT 영어독해섹션(CARS: Critical Analysis and Reasoning Section)이다. 유기화학을 넘었다고 방심하면 안되는 무시무시한 관문이다. 군대에서 산악행군을 해본 부모라면 기억하고 있겠지만 행군이 시작되고 첫번째 산등성이를 다 올랐다고 생각하며 잠시 숨을 돌리자면 첫번째 오르막보다 더 끔찍한 오르막이 기다리고 있었듯이 영어 독해는 우리 한인학생들, 특히 부모가 영어로 자녀와 세상살이에 대해 대화하지 않고 사춘기를 보낸 학생들에게 아주 도전적인 관문이 될 것이다. 이 관문을 잘 넘겨야 의대로부터 인터뷰 초대라도 받아보게 될 것이고, 사회성을 갖추지 못 한 학생이라면 절대 넘지 못 할 마지막 관문을 구경이라도 해볼 것이다. 유기화학이 아무리 힘들게 느껴져도 해결하기 가장 수월한 문제라는 점을 힘들어 하는 자녀들에게 주지시켜 주자. 물론 더 힘든 관문들이 기다린다고 하면 거기서 포기할 학생들도 있겠지만 그런 학생이라면 어차피 의대생활도 레지던시 과정도 힘들다고 중도에 포기할 수 있으니 포기하려면 대학시절에 일찌감치 포기하는 것이 낫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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