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 대학생활도 계획한 대로 원하는 성적을 받으며 왕성한 특별활동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럴 때 무리하게 학업을 이어 나가는 것만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잠시 학업을 중단하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고 자신의 장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 기회의 시간으로 휴학을 택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물론 휴학을 결정하게 되면 대부분 불안감이 엄습한다. 또한 자신만 낙후되는 생각이 들어 패배감에 빠질 수도 있다. 한 학년 성적이 잘못 나왔다고 모든 학생이 휴학을 하며 재정비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는 판단을 하는 학생이라면 냉정하게 현실을 분석하여 휴학을 통해 도약의 발판을 만드는 것도 현명한 일이라고 믿는다.
이번 8월에 의대에 진학하는 A 학생은 아이비 리그 대학 2학년을 마쳤을 당시에 3.0이 안 되는 학점에도 불구하고 의대 진학에 대한 꿈을 이루고 싶은 열망에 필자를 찾아왔다. 고교시절까지의 학습능력을 고려하니 그 당시의 낮은 학점이 굳이 A의 부족한 학습능력 때문만으로 보이지 않았으므로 바로 휴학을 하게끔 권했고 그 휴학기간 중에 영어와 과학과목들에 대한 더욱 견고한 기초확립에 시간을 투자하게 하였다. 물론 평소에 관심있던 커뮤니티 봉사도 병행하게 지도한 것도 중요한 요소였다.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 있다고 해서 학습능률이 오르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봉사를 통해 자신의 존재가치를 다시 깨닫게 해주고자 하는 목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일년을 쉬고 돌아간 학교에서 4.0에 가까운 학점을 유지했고 휴학기간 중에 깊숙이 관여했던 봉사를 토대로 학교내에 클럽도 조직해서 리더쉽을 발휘하는 기회도 만들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거의 모든 의대의 2차 지원서에서 묻고 있는 질문들에 생생한 답을 할 수 있었다.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에 대해 적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설명하라는 질문이 바로 그 중 하나가 되겠다. 누구나 쉽게 유추할 수 있듯 A는 휴학을 결정할 당시의 불안하고 절박했던 심리상황에 대해 얘기를 했고 휴학기간을 어떻게 보람 있게 보냈으며 그 결과에 대해서 적을 수 있었다. 아마도 이런 경험이 A의 의대 합격에 미친 영향이 적지 않았다고 믿고 있다.
B 학생의 경우는 A학생의 경우와 조금 다르지만 결론은 휴학을 통해 더 나은 결과를 얻었다. 성적은 잘 유지하고 있었던 B지만 건강에 문제가 생겼기에 잠시 쉬면서 건강을 챙기게 했다. 의대에 진학하는 순간이 끝이 아니라 제대로 된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성적에 대한 집념이 유난히 강했던 B는 학기말 고사가 끝나고 나면 일주일은 아파서 고생하기를 매 학기 반복해 왔다. 3학년이 끝난 시점의 B는 신입생 시절보다 몸무게가 30 파운드 이상 빠져 있을 정도로 몸에 이상이 왔다. 일부러도 살을 빼는 이 시대에 공부 열심히 해서 성적도 잘 받고 살도 뺐으니 일석이조라고 스스로 너스레를 떨어도 옆에서 지켜보던 필자의 눈에는 긍정적인 현상으로 보이지 않았으므로 휴학을 통해 건강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게 지도했다. 부모의 집에서 영양가 있는 음식을 잘 챙겨 먹으며 꾸준한 운동을 지속한 결과로 남은 대학생활도 잘 마쳤고 그 이후 의대에 진학해서도 체력관리에 실패하지 않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C 학생도 건강상의 문제로 휴학을 권해준 학생이지만 이 경우는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들어온 경우였다. 많은 프리메드 학생들이 그러하듯 C도 성적에 대한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주변에서 너무도 많은 기대를 하던 학생이었으므로 그 중압감은 남들보다 더 심했던지 항상 불안한 심리상태로 2년을 보내고 나서는 결국 우울증 치료를 위해 상담과 약물치료를 병행하고서 다시 학교로 돌아가 이제는 조금 더 강인한 정신력으로 활발한 대학생활을 하고 있다. C의 경우에는 책을 보지 못 하게 하고 부모집으로 돌아가게도 하지 않았으며 본인이 원하는 취미생활과 보스턴에서의 병원봉사와 리서치 프로젝트에 전념하게 했다. 다행스럽게도 C의 정신건강은 정상으로 돌아왔으며 원하는 의대에 진학하여 이제 일년만 있으면 레지던시 생활을 하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정신과 치료를 꺼리는 성향이 있지만 처방 받은 약을 굳이 먹지 않더라도 필요할 때 도움이 되어줄 약을 갖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치료효과가 있었다고 웃으며 말하는 C가 대견스러울 뿐이다.
지난 주에 처음 만난 D는 이제 막 대학 일년을 마친 학생이다. C학점과 D학점이 여러 개 보이는 성적표를 들고 찾아온 그 학생은 아직 의대 진학에 대한 꿈을 접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프리메드가 아닌 유학생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니 공부를 등한시 했다고 믿는 부모와의 사이가 그리 좋을 리 없는 상황이었다. 더 큰 문제는 자신이 약점이 생겼다고 생각하고는 이번 방학에 뭔가 획기적인 경력을 쌓고자 시기적으로 적합하지 않은 분야에 돈과 시간을 투자하고 있었다. 꾀를 부리는 학생이라면 잘못을 지적하고 혼을 내주면 될 일이지만 D처럼 최선을 다 하고자 하는 마음에 나름대로는 열심히 의대 진학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을 보면 안타깝다. 자신의 현실을 직시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세워야 하는데 남들이 하는 것들을 그대로 하기 위해 현실과 어울리지 않게 시간을 쓰고 있기 때문에 안타깝다는 것이다.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필요한 곳에 시간을 써야 그 노력이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으므로 휴학을 권했고 감사하게도 필자의 조언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제 다가올 일년이 D의 인생을 바꿔 놓을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줄 수 있다는 기쁜 마음과 중간에 지치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야 한다는 긴장감이 공존한다.
엉킨 실타래를 푸는 것은 인내를 요구하듯 문제를 해결하고 극복하려면 역시 시간을 투자하고 그 결과를 기다리는 인내가 반드시 필요하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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