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면 자신의 학습능력과 학교의 수준을 객관적으로 인정하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의대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 중 중도에 포기하는 학생들 중 가장 안타까운 경우가 대학 첫 학기부터 너무 무리한 계획을 세워서 나쁜 성적을 받게 되고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계속 방황하다 의대 진학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이므로 절대적으로 자신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을 거치라고 말하고 싶다.
능력이 안 되는 학생이 의대 진학을 포기하는 일은 어찌 보면 그 학생과 미래에 그 학생에게 진료받게 될 지도 모를 환자들에게 유익한 일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의대 진학에 적합한 학생이 단지 계획을 잘 못 세워서 중도에 포기하게 된다면 학생 본인 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는 일이 되므로 이런 일은 미연에 방지하고 싶다. 그 첫번째 방지책이 바로 대학 첫 학기 수강신청을 과도하게 의욕적으로 하지 말라고 권하는 일이다. 객관적 학습능력의 측정은 한마디로 꼭 집어 말하기가 어려운 일이지만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에게는 학습능력측정을 위한 여러가지 시험결과가 있으니 그것들을 기준으로 삼으면 되겠다. 학교성적과 SAT/ACT 성적, 그리고 AP/IB 성적 등을 참고하면 학생의 객관적 학습능력에 가장 근접한 평가를 할 수 있다. 학교성적이 아무리 뛰어나도 SAT나 AP 성적이 부진 하다면 그 학생의 객관적 학습능력은 최고 수준이 아닐 수 있다. 반대로 SAT를 만점을 받았더라도 학교성적이 뛰어나지 않다면 그것 역시 그 학생의 한계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자. 머리가 좋은 것과 학습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다는 점을 부모가 인정할 때 그 가정의 자녀는 어느 분야에서 라도 행복한 전문가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 반대로 머리가 뛰어나지 않더라도 노력 여하에 따라 남들보다 뛰어난 결과를 얻을 수도 있으니 첫째는 스스로의 학습능력에 대한 인정이고 두번째는 그에 맞는 계획수립이다.
새내기 대학생들이 입학하기 전인 이 여름에 가장 궁금해 하며 질문해 오는 것이 바로 한 학기에 과학과목을 몇 과목 들어야 하는 지에 관해서다. 한 과목만 들어야 할 학생과 두 과목을 들어도 좋을 학생을 분류할 때 가장 단순한 기준은 고교시절 AP나 IB 수업을 들을 때 어떤 과목들을 들었는지에 대한 확인이다. 예를 들어 미국내 최고의 과학고 중 하나로 알려진 토마스 제퍼슨 고교에서 생물과 화학을 수강해서 모두 A학점을 받았고 AP Bio와 AP Chem에서 모두 5점씩을 받은 학생이라면 하버드, MIT, 프린스턴 등 어떤 대학에 진학했더라도 첫 학기에 프리메드 필수과목들 중 생물과 화학을 동시에 수강해도 좋다. 아니 이런 학생들만 그렇게 해도 좋은 결과가 있을 확률이 높다. 중서부 지방의 작은 고교에서 수석으로 졸업하며 생물과 화학을 포함한 전 과목 A를 받았지만 AP Bio나 AP Chem에서 5점을 받지 못 한 학생이 존재한다. 이런 학생이라면 첫 학기에 무리하지 말고 과학과목 한 과목에 신입생들을 위한 세미나 수업과 교양과목 등을 수강하며 본인의 학교수준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지라고 강력히 추천한다. 프리메드 필수 과학과목들은 실습과목을 필수적으로 들어야 하는데 이 실습과목에 소요되는 시간이 만만치 않다는 점과 대부분 실습 파트너와 함께 진행하다 보니 파트너와의 소통도 성적에 영향을 미치게 되니 프리메드 학생의 과학과목 한 과목은 일반 대학생들에게는 두 과목으로 간주되는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대도시 지역에서 시험을 봐서 진학하는 고교들과 지방의 작은 고교의 수업내용 및 학점관리 실태는 한국과 비교해도 다를 바가 없다. 근 40년전 필자가 휘문중, 영동고를 거치는 8학군 학생이던 시절에도 필자의 학교와 지방 학교들과 비교하면 평균 학습능력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요즘 특목고와 일반고의 차이만큼 컸던 것이 40년전 얘기이니 한국의 교육제도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본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과연 한국만의 문제점일까? 그렇지 않다. 미국내 고교교육 시스템도 40년전 한국 혹은 오늘의 한국만큼 학교별 평균 학습능력 차이가 엄청나다는 점을 필자는 매년 목격하고 있다. 똑 같은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 중에 어떤 고교를 다녔고 어떤 SAT나 AP 성적을 받았는지에 따라 해당 대학에서 어떤 성취를 할지가 너무 훤하게 보여서 불편할 정도이다.
그 불편한 진실을 타파하는 유일한 방법은 정확한 목적설정을 통한 강한 동기부여이다. 출발점에서의 능력이 다를 지라도 자기 속도를 잘 유지하며 꾸준히 포기하지 않고 달리는 학생이라면 결승점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물론 의욕만으로는 안된다. 결승점까지 달릴 수 있는 기초체력과 강인한 정신력도 필수이다. 프리메드 학생이라면, 아니 자기 인생을 사랑하는 학생이라면 강인한 정신력과 함께 영어 독해력이라는 기초체력을 길러야 한다. 똑같이 최고의 과학고를 나와 아이비 리그에 진학한 학생들 간에도 진학하는 의대의 수준이 달라지는 기준은 정신자세와 함께 영어 독해력이 차지한다는 냉정한 현실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의대 진학에 관해 정보를 공유하는 필자가 이렇게 자주 영어 독해력에 대해 강조할 때는 그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대학 신입생 부모라면 우리집에 해당하는 얘기라고 생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도 너무 잘 안다. 미국에서 태어나 완벽한 발음을 하며 아이비 리그에 진학한 내 자녀가 영어가 부족하다고 믿으면 그게 더 이상하겠다. 하지만 경쟁상대에 따라 상대평가로 측정되는 시스템 안에서 의대 진학을 이루어야 할 대학생들은 자기가 속한 그룹에서 등위가 결정된다는 점을 잊지 말자. 동네 골프클럽 챔피언이 월드 챔피언이 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 할 확률이 더 높을 것이다. 아시아에서 일등으로 월드컵에 나가도 예선통과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인정하자. 적어도 그것이 2017년도 한국 축구의 현실이므로 우리는 세계대회에 나갈 때 우승을 얘기하지 않는다. 4강을 목표로 하며 꿈을 이루었다고 기뻐하기도 한다.
내 자녀의 학습능력을 객관적으로 인정하자. 한국축구와 독일축구는 능력이 다르므로 목표도 다르게 세우는 아주 단순한 현실을 얘기하는 것이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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