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관심사의 다양성에 대해 언급했더니 어떤 특별활동을 몇 가지나 해야 의대 진학에 유리한지에 대한 질문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반복된 얘기지만 의대 지원서인 AMCAS Application에는 15가지의 경험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이 주어진다. 그 중에서 3가지는 가장 의미 있었던 경험으로 선택하여 추가로 더 얘기할 수 있다. 모든 학생들이 15가지의 의미 있는 경험을 대학시절에 갖지는 못 할 수도 있지만 필자가 지도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을 포함해 열심히 준비한 학생들은 15가지를 넘어서서 오히려 어떤 경험을 제외하고 나머지만 기입할 지에 대해 고민하기도 하니 참고하자.
그렇다면 15가지를 채우기 위해 무조건 많은 경험을 하는 것이 좋은 선택일까? 그렇지 않다는 것은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서 언급했지만 아직도 궁금해 하는 가정이 많은 듯 싶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다양한 선택은 기본이지만 자신만의 관심분야에 집중되어 깊이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된다. 여기서 학생들을 쉽게 분류할 수 있는 기준이 생긴다. 가장 극명한 경우가 연구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즐기는 학생들이다. 이런 학생들은 평균 2군데 랩에서 각각 수천시간을 보내는 경향이 있다. 이런 과학적 탐구심이 나쁘지는 않지만 연구에만 집중하느냐고 의대 진학을 바라는 학생에게는 더욱 중요한 환자와의 만남 그 자체가 월등히 적은 시간동안 이루어 졌다면 균형이 맞지 않으며 미래의 의사로서 보다는 연구하는 학자로서 살아가는 것이 인류에 더 유익하다고 분류되며, 이런 논리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마치 요리사가 되겠다는 젊은이가 주방에서 설거지 하며 주방장의 일상을 옆에서 지켜보는 대신에 밭에 나가서 신선한 야채를 재배하는 방법을 습득하는 일에 매달려 있다면 최선의 선택은 아닌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당장 요리를 하게 허락하지 않더라도 주방에서 기웃거려야 하듯, 병원봉사를 가면 환자와 만날 일은 별로 없고 전화만 받으라고 한다고 병원봉사는 재미없어서 안 하겠다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으니 각 가정에서 이런 점에 주의를 주기 바란다. 병원에만 들어서면 마음이 편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는 에세이를 적은 학생이 왜 많은 의대로부터 장학금 제안을 받으며 합격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그 학생도 병원봉사에 참여해서 의사가 하는 일을 하지는 못 한 것이 당연하다. 쓰레기통을 비우기도 했고 선물가게에서 봉사하기도 했지만 병원내의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토대로 병원문화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었고 자신에게 그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절실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환자들과 그 가족들의 아픔과 희망을 목격한 미래의 귀한 의사감을 원하지 않는 의대는 없었다. 대부분 연구에 집중한 학생들이 연구실에서 보낸 시간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인 주 4시간의 병원봉사 였지만 이 학생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하고 현명한 집중이었다.
터키 해협을 건너는 바다수영대회에 나갔던 경험도 좋고, 자폐아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친 경험도 좋다. 졸업 후 낙후지역에서 교사로 봉사한 경험도 좋고, 휴학을 하고 노인복지회관에서 영양사 보조로 일한 경험도 좋다. 그 학생이 약 20년간 살아오며 쌓아온 재능을 그것이 필요한 사람들과 나누는 어떤 경험도 아름다운 일이다. 하지만 환자와의 대면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매일 수영대회만 나가고 태권도만 가르친다면 그 학생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 할 수 있다. 선생님이 되면 더 행복할 학생도 있고 영양사가 되면 더 행복한 학생도 분명히 존재한다. 필자가 학생들을 지도해서 의대에 진학시키며 보람을 느끼는 것은 단순히 학생이 의대에 진학해서가 아니라 의대 진학을 원하는 학생이 의대에 진학하는데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필자의 도움을 청하는 모든 학생을 돕지 않고, 까다로운 인터뷰를 통해 학생을 받는 것도 의대에 진학하기를 진정 원하는 학생만 돕고 싶은 작은 소망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우리 모두는 본인이 원하는 삶을 살아갈 때 행복하고 능률이 오르며 성취도도 높다. 학생이 환자들과 더불어 살기 위해 의대에 진학을 원한다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클리닉컬 경험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되어 있고, 바로 이런 학생들을 의대는 선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수없이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의대에 떨어져서 도움을 청하러 오는 학생들을 만나보면 본인이 말하는 원하는 삶과 본인이 살고 있는 삶 사이의 괴리감을 느끼지 조차 못 하고 있어서 안타깝다.
다양한 경험을 쌓고 그 중 3가지를 골라 가장 의미가 깊은 경험이라고 소개하는 과정도 상당히 중요하다. 여기서 많은 것이 결정된다고 볼 수도 있다. 그 학생이 원하는 삶이 바로 이 3가지에 녹아 있다고 의대는 믿고 있으니 신중해야 할 일이다. 또한 겉으로 보기에 큰 일들만 골라야 할 필요도 없다. 친한 친구를 사고로 잃고도 MCAT 준비를 해야 했던 얘기가 어쩌면 그 학생의 대학 4년동안의 어떤 봉사활동 보다도 더 강하게 의대 진학에 대한 열망을 보여주는 경험으로 의대에 비칠 수도 있다.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상대도 느끼기 나름이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논리가 바로 의대 진학의 비결이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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