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에 의대에 입학할 학생들을 선발하는 사이클이 시작되었다. 의대진학이 힘든 이유 중에는 상당히 긴 선발기간도 포함된다. 지난 사이클, 즉 이번 여름에 의대에 입학할 학생들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 한 학생들도 아직 많은데 벌써 새로운 입시 사이클이 시작된 것만 봐도 학생들이 참 힘든 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사이클에서 대기자 명단에 든 학생들 중 많은 학생들이 아직도 그 결과를 학수고대하고 있다며 옆에서 지켜보기도 힘든 마음을 토로해 오는 많은 부모들이 있지만, 이번 주부터는 이번 사이클의 원서제출을 위한 질문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
3가지의 가장 중요했던 경험을 어떤 것으로 정해서 부가설명을 할 것이냐는 점은 원서작성시에 Personal Statement를 적는 것에 버금가는 중요한 과정이다. 15가지의 경험을 적을 수 있게 준비된 AMCAS 원서에는 그 15가지의 경험 중에 3가지를 골라 특별히 더 강조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글을 쓸 수 있는 공간도 두 배로 많아지므로 작은 에세이 수준의 글을 적어 해당 경험이 어떤 것이었으며 그를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를 상세히 적을 수 있도록 되어있다. 학생들의 고민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15가지의 경험을 적은 학생이든 아니면 8가지의 경험만을 적은 학생이든 과연 어떤 3가지를 선택해서 추가설명을 해야 의대가 더 좋아하는 모습으로 보일런지에 대해 고민이 시작되는 것이다. 봉사경험이 중요하다고 하고 연구경험도 중요하다고 하고 돈을 벌어본 경험도 중요하다고 하고 리더쉽 경험도 중요하다고 하고 경쟁에 나가서 상을 받은 이야기도 중요할 듯싶으니 이 많은 경험들 중에 무엇을 고를 지에 대한 고민은 당연하다. 필자가 주는 조언은 본인 스스로에게 질문해서 가장 솔직한 답을 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멋있게 보이는 3가지를 골라서 본인의 모습과 어울리지 않는 선입견을 만들려고 하다가, 원서를 읽어서는 도무지 이 학생이 추구하는 인생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평가를 받을 우려가 있다. 이런 경우 당연히 인터뷰에까지 부를 이유가 없어지겠다. 3가지의 스스로에게 가장 중요하다는 경험을 읽어보면 그 학생의 가치관과 비젼을 가늠할 수 있다. 아울러 바로 뒤따라서 읽게 되는 Personal Statement, 즉 자기 소개서에서는 이를 좀 더 명확하게 볼 수 있게 되어있다. 이 두 가지 항목들이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바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경험담을 읽고서는 바로 자기 소개서를 읽게 된다. 그런데 멋있게 보이려고, 혹은 주변에서 특정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하다는 말에 휩쓸려서 본인의 가치관 및 비젼에 어울리지 않는 3가지 선택을 하는 학생들을 자주 만나보게 되며 안타깝게도 이들은 지난 사이클에 실패한 학생들이다. 소신을 갖고 자신을 믿으며 원서를 작성하면 이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믿는다. 단, 그저 안정된 직업인이 되고자 의대진학을 하는 학생이 아니고 자신만의 확실한 이유를 갖고 의대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이라면 말이다.
수많은 의료봉사여행과 불우한 처지의 환자들을 만나본 경험을 토대로 언제 어디서든 많은 환자들을 효율적으로 돕는 의사로 살아가고 싶어 가정전문의가 되겠다는 얘기를 자기소개서에 적은 학생이 가장 중요한 경험으로 연구실에서 보낸 시간과 리더쉽에 관한 얘기들로 구성된 3가지 가장 중요한 경험담을 적었다면 이 학생을 매력적으로 볼 입학사정관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오히려 불우한 환자를 도왔던 경험과 오지에서의 경험 등이 소개되어 있다면 오히려 연구실에서 세상을 구할 듯 연구에 몰입했었다는 경험이 없어도 이 학생은 매력적인 지원자로 분류될 확률이 높다. 반대로 특정 질병에 가족을 잃은 이유가 의대진학을 결정짓게 한 이유 중 하나라고 자기를 소개한 학생이 연구실에서 그 질병에 대한 사무친 원한을 풀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면 이 또한 어색하다. 프리메드 학생의 연구가 인류를 구할만한 업적을 내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이 학생의 경우라면 현미경이 뚫어져라 바라봤어야 앞뒤가 맞는다. 본인이 하고 있는 자기소개가 자신이 행해온 행동으로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이는 공허한 메아리로 들릴 뿐이지 결코 이 치열한 의대입시에서 매력적인 모습으로 보이기는 쉽지 않다고 믿는다. 어떤 학생이 전략적으로 남들이 좋다는 경험들만 모아서 적고 자기소개서도 이를 토대로 멋지게 소설을 써서 인터뷰에 초대될 수는 있겠다. 하지만 인터뷰에서도 거짓으로 포장된 자신을 잘 유지하여 남의 얘기로 의대에 합격하기는 많이 어려울 것이다. 최선의 방법은 자신을 믿고 자기 얘기를 적어 자연스러운 매력을 보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앞뒤가 맞지 않는 원서로 분류되어 읽어볼 가치도 없는 휴지로 둔갑하는 원서를 작성하지는 않을 것이며, 정당하게 자신을 평가 받을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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