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의대진학을 준비하는 과정에 새 패러다임을 선도하는 강력한 방법으로 새로운 MCAT을 선보이는 역사적인 순간이 다가왔다. 바로 2015년 4월부터 시행되는 새로운 MCAT 등록이 2월 중순에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제도가 시행될 때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으며 그들이 바로 이번 6월부터 시작되는 2015-2016 의대지원 사이클을 준비해 온 학생들이다. 새로운 MCAT으로 변경되기 전에 가히 폭발적으로 많은 학생들이 지난 1월 23일로 마감된 구 버전 MCAT을 봤으며 이들이 시험성적을 받아보고 있으니 기쁨의 환성을 지르는 학생도 있고, 통한의 탄식을 하는 학생도 있기 마련이다. 물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받아 든 성적에 맞게 목표를 수정하는 학생도 있으니 의대진학의 격변기를 이겨내고 있는 자녀들에게 성적의 고저를 떠나 그들의 수고에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내야 할 때이다.

MCAT 31점인데 이번 사이클에 아무 의대에서도 인터뷰 초청을 안 했으니 이제 어떻게 해야 하냐는 부모의 안타까운 질문에서 보듯 새로운 MCAT은 의대재수를 해야 하는 학생들에게도 큰 부담이다. 평소 같으면 절치부심하여 내려놓았던 준비서적을 다시 잡으면 되지만, 지금은 새로운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수강해야만 하는 과목도 늘었고 문제의 형태도 변했기에 부담은 더 커졌다. 특히 우리 한인학생들의 경우에는 평소에도 취약한 영어독해에서 프리메드 학생들에게 익숙한 자연과학 분야에 관한 글을 예문으로 주고 문제를 풀게 하는 일이 사라지고, 모든 예문이 인문과학 분야에서 출제될 것이라는 발표가 가장 무거운 명제로 보인다. 바이오켐 과목을 수강하지 않은 학생이라면 지금이라도 수강하면 그만이지만 르네상스 고전문학을 지금 책을 보기 시작한다고 해서 그 효용가치가 얼마나 클지는 미지수이므로 의대진학의 원론적 문제점은 영어독해력으로 귀결된다. 이번 사이클 지원이 시작되는 6월 첫 주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새롭게 MCAT 준비를 시작한다는 것은 무모할 수도 있다. 학생에 따라 다르지만 새로운 시험을 보지 않으려고 몇 시간씩 비행기를 타고 가서 1월 시험을 보고 온 학생이라면 대부분 큰 부담으로 다가 올 것이다.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 그나마 대학을 졸업한 자녀라면 시간적 여유가 4학년 학생보다는 많겠다. 하지만 졸업한 학생들 중에는 소속된 연구실이나 직장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이런 경우에는 4학년 학생보다도 더 시간적 여유가 없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쉽게 하던 일을 그만두게 하기도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이럴 때 부모가 해줄 조언 중에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가장 현명하게 들린다. 조급하면 결과가 더 안 좋은 경우를 부모들은 중년에 이르기까지 많이 겪었을 것이다. 20대의 일년은 너무도 소중한 시간이다. 그 소중한 일년을 더 진학준비에 매달리기 원하는 청춘은 없지만, 소중한 일년이므로 신중하게 활용해야 한다. 중년이 된 부모가 보기에 그 일년은 남은 자녀의 인생이 행복해질 수 있는 귀한 시간일 것이므로 필요하다면 원점에서 다시 준비하게 하는 지혜를 빌려줄 때가 바로 지금이다.

과연 MCAT 성적만이 문제가 되어서 자녀가 의대진학을 못 하는 것인지에 대한 검증도 부모의 몫이다. 대학시절 학점이 현저히 낮다든지, 아니면 성적은 나쁘지 않지만 자녀가 다닌 대학이 최고명문대학들에 비해 입학이 수월한 편에 속하는 대학이라든지 한다면 MCAT 성적은 다른 학생들에 비해 훨씬 비중이 더 커지는 것이 맞다. 하지만 MCAT 성적과 별개로 지원서 내용이 전체적인 균형이 잡혀 있어야만 인터뷰에 참여할 수 있고 개성이 있어야 합격한다. 성적과 리서치의 연관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하는 한인학생들이 너무 많아서 특별히 이 점을 강조한다. 대학시절 학점이 전 인종을 포함한 의대입학생 최저 평균점인 3.6점대에 못 미치는 학생이라면 현실적으로 리서치 중심의 의대에 진학하기 어렵다. 모든 의대가 임상을 중요시 하지만 특별히 연구도 함께 중요시 하는 의대를 리서치 중심의 의대라고 분류하며 누구라도 그 이름을 아는 학교들이 바로 그런 의대일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대학성적이 안 좋은 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의대진학준비를 할 때 가장 많이 하고 있는 것이 연구실에서 연구실적을 쌓는 것이다. 연구경험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성적이 안 좋은 학생이 목표로 삼아야 할 의대에서는 연구실적보다는 직접 환자들과 접해본 여러 형태의 경험을 더 중요시 하는데도 불구하고 연구에 몰두한다는 것이 안타깝다. 이것이 균형 잡히지 않은 모습이다. 개성은 차치하고 균형도 안 잡혔는데 인터뷰에 초대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미련한 욕심이다. 크레딧도 안 좋은데 다운페이도 별로 없이 학군 좋은 동네에 넓은 새집을 사겠다는 부모가 아니라면 자녀와 균형에 대해 대화하는 것이 성공적인 의대진학의 초석이 되리라 믿는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컨설턴트
201-983-2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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