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고교생 가정과 일부 대학생 가정에서 갖고 있는 가장 원론적인 고민이다. 공부는 곧잘 하고, 특히 과학분야에 관심을 갖는 자녀의 장래를 생각하다 보면 의대진학이라는 진로가 한 번쯤은 대부분의 가정에서 언급되기 마련이다. 이때 만일 학생 스스로가 특별한 계기를 통해 확신을 갖고 의대진학을 하기를 원한다고 말한다면 부모의 입장에서 이를 돕는 것은 즐거운 일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고 그냥 막연히 그 길을 가겠다고 하면 걱정이 앞서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누군가가 이 학생은 의대진학이 잘 어울린다고 말 해주는 경우는 흔하지 않은 일이니 답답한 일이다. 많은 부모들이 필자에게 그런 기대를 갖고 있으므로 필자 나름대로 활용하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의대진학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사항은 학생 스스로 환자를 돕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과학과목이 좋은 것도, 부모가 의사라는 사실도, 부모가 자녀의 의대진학을 강력히 원하는 마음도 모두 2차적인 문제이다. 학과목마다의 성취도는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있고, 부모의 직업이 자녀의 인생을 좌우해서는 안 된다고 믿으며, 또한 부모의 바램이 자녀의 인생을 장악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믿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학습능력이 있는 학생이라면 본인이 원하는 커리어를 향해 노력할 때 가장 좋은 결과를 낸다고 믿는 것이 주된 이유이다. 물론 기본적인 학습능력과 더불어 학생의 인성 및 기초체력도 무시해서는 안되겠다. 여기서 기본적인 학습능력은 영어 독해력을 의미한다. 독해력이 떨어지는 고교생이라면 지금이라도 이 분야를 집중적으로 함양시켜야 하겠고, 대학생이라면 독해력 증진의 가능성을 심각하게 타진해서 진로를 결정해야만 한다. 일단 독해력이 뒷받침 된다면 어떤 과목이든 의욕과 시간투자에 대한 문제라고 단언하기 때문이다. 학생의 인성 및 기초체력도 중요한 문제다. 타인의 고통보다는 자신의 목표만을 생각하는 학생에게 의대진학은 어울리지 않으며 자기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들다면 역시 의대진학은 재고할 문제다. 물론 체력은 시간을 투자해서 끌어 올릴 가능성이 있지만 인성을 바꾸는 것은 가장 어려운 일이 되겠다. 스스로의 인성을 확인하기도 하며 의대진학, 아니 의사로서 평생을 살아가고 싶다는 확신을 얻는 최선으로 의료봉사를 꼽는 이유는 단기간에 많은 것들을 느끼고 생각할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곳이 제 3세계든 할렘이든 아니면 히스패닉 커뮤니티의 Free Clinic이든 그 장소가 중요하지는 않지만 학생 스스로 그곳에서의 의료봉사에 참여하여 땀을 흘리며 봉사한 이후에 자기 마음을 돌아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하물며 현직 의사들도 자신을 위한 힐링과정으로 여기며 참여하는 의료봉사의 기쁨이 참기쁨으로 다가오는 학생이라면 의대진학을 열심히 준비해서 행복한 사회인으로 살아가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래의 글은 지난 12월 중순에 본인의 자녀를 포함한 프리메드 학생들과 함께 필리핀에 의료봉사에 참여하신 현직 의사 학부모가 보내온 것으로 이런 분이 의사라는 것이 참 다행이라고 믿기에 여러 가정과 함께 나누고자 자녀의 실명을 제외하고 원문 그대로 소개한다.
“안녕하세요, 남 선생님? 어제 필리핀에서 오후에 도착하여 오늘부터는 일상으로 복귀 했습니다. 더운 곳에 있다가 돌아왔는데 서울 날씨가 조금 풀린 상태라 다행히 추위를 많이 느끼진 못했습니다. 이번에 의료봉사를 가족들이 모두 다녀와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습니다. 예전에 봉사활동을 하신 분들이 “자신들이 주거나 했던 일 보다 더 많이 받아서 온다는” 의미를 잘 몰랐는데 이번에는 조금 그 의미를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한 번의 경험으로 어떤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지만, 저와 아내, ㅇㅇ이를 포함한 학생들이 느끼는 점이 많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겨울이고 크리스마스 시즌이라서 그런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환자를 보고 오지 못한 것이 안타깝기는 했지만, 다시 한 번 아니, 제가 시간과 기회가 되는대로 몇 번이라도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상상하기 힘든 처절한 삶과 가난의 현실, 의료 혜택의 부재를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고 제 자신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같이 봉사활동을 했던 학생들도 모두 착하고 성실하여 함께했던 시간들이 즐거웠고 모두 따뜻한 성품을 지닌 의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좋은 기회를 마련해 주신 선생님께 저희 가족을 대표해서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즐거운 성탄과 새해를 맞이하시길 기원합니다.”
여러 가정에서 이번 방학 혹은 다음 방학을 이용하여 자녀와 함께 행복한 추억 만들기 및 진로결정을 위한 봉사경험을 해보기 바래본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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