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의대진학을 말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의대진학을 위해 최선을 다 해 준비시키는 방법과 동일하다고 본다. 의대진학을 위해 프리메드 학생이라면 꼭 거쳐야 할 것들을 기계적으로 준비한다기 보다는 의대에 진학하고 나면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할 것이라는 것을 스스로 경험하게 시키라는 것이다. 봉사가 중요하고 리서치가 중요하다 아니다 따위의 틀에 박힌 얘기는 의미가 없는 것이고 의사라는 직업의 실체를 알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의대진학 대비 전략이기도 하거니와 의대진학을 말리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과학과목들이 상대적으로 학점관리가 잘 되고 리서치가 재미있다고 그것이 평생 자기가 할 일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의대에 가겠다고 한다면 큰 일이다. 절대로 대다수 의사라는 직업이 그렇게 부드럽게 구성되어 있으며 학구적인 분위기는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병원냄새가 좋아서 의대에 가겠다는 학생은 차라리 과학과목이 재미있어서 의대에 가겠다는 학생보다는 조금 나은 상태이기는 하지만 이 두 가지는 많은 조건들 중의 일부이므로 어떤 한 가지 측면만을 깊이 없이 경험하고는 최종 목표를 세우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의대진학을 위한 마지막 관문인 인터뷰 과정이 그리 만만한 과정이 아니기도 하거니와 더욱 중요한 것은 학생 스스로가 본인의 인생의 가장 중요한 일 중에 하나인 전공분야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꼭 격어야 하는 필수조건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의대에 진학하겠다는 대학 일학년 아들을 둔 아버지가 어떻게든 의대에 진학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도움을 청해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말릴 수 없고 말려서도 안 된다고 했다. 아버지가 아들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 없는 것이고 학생 본인이 결정할 문제이기 때문이며 충분히 스스로 결정할 능력이 있으므로 본인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명문대학에 진학한 모든 자녀들의 결정능력이 부모가 원하는 만큼의 수준이 아니라는 것도 인정하며 실제로 일부 대학생들은 아직도 고교시절의 버릇을 못 버리고 독립적이고 창조적인 대학생활을 못 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한인 대학생들은 올바른 가정교육과 어려서부터 이어온 신앙생활로 다져진 기본적으로 좋은 인성과 건전한 세계관을 갖고 각자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 하고 있다. 부모들이 자신들을 스스로 믿어야 한다. 약 18년간 열심히 키운 자녀라면 대학생활 중에 본인이 원하는 그 무엇인가를 찾아내서 스스로 그 목표를 성취하고자 최선을 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자녀가 찾아낸 그 무엇인가가 부모가 원하는 그 무엇인가와 다르다고 해서 세상이 무너지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의대를 보내고 싶어하는 부모든 의대를 안 보내고 싶어하는 부모든 이 문제에서는 주연이 아닌 조연이라는 것부터 정확히 이해하고 주연인 자녀가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는 것을 마음으로 그리고 물질적으로 도와주면 되는 것이다. 물론 아버지로서 아들의 인생목표를 조정하고자 하는 가정에는 정확한 명분과 이유가 존재한다. 하지만 그 명분과 이유는 부모입장에서 바라본 것이지 자녀입장에서 바라본 것은 절대로 아니다. 지금 이 질문을 하신 그 아버지는 본인의 아버지가 원하는 인생을 살아왔으므로 후회가 없어서 자신의 아들도 그 길을 가게하고 싶단다. 보릿고개를 걱정하던 시절을 살아왔던 할아버지의 유지를 받아서 가업을 이어가라고 하기에는 학생이 가고자 하는 길을 막는 것은 옳지 않아 보인다.
의대에 진학하겠다는 자녀뿐 아니라 교직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자녀를 둔 가정이라도 똑 같은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일단은 강단에 서서 학생들을 가르쳐 봐야 하며 선생이라는 프로패션 그룹내의 문화가 본인에게 어울리는 지를 몸소 경험해 봐야 한다. 요리사가 되고 싶은 자녀가 있는 가정도 마찬가지고 게임 개발자가 되고 싶다는 자녀를 둔 가정도 마찬가지다. 직접 경험하게 하는 방법으로는 인턴쉽과 해당분야에서의 봉사가 있을 것이다. 어떤 분야를 목표로 삼든 이러한 실질적 경험이 바탕이 되지 않는 목표설정은 아까운 대학시절을 낭비하고서 후회하게 만들 수 있다. 물론 대학을 졸업해 봐야 나이가 21 혹은 22살인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낙망할 필요는 절대로 없지만 가능하다면 대학시절에 자녀 스스로가 관심분야를 경험해 보고서 다음 진로를 맞게 잡고서 대학을 졸업한다면 부모입장에서는 덜 불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녀의 인생항로가 옆 집 자녀와 비교해서 조금 늦어지는 사실 때문에 자녀가 관심을 갖는 분야를 못 하게 막는 것처럼 이기적인 부모의 역할은 없다고 본다. 특히 의대진학을 바라는 대다수의 학생들은 봉사하는 삶을 살고자 하는 학생들이다. 금전적인 안정을 원한다면 그 길을 가지 않아도 될 많은 우수한 한인학생들이 어려운 싸움을 하며 의대에 진학하고 있는 것으로 우리 한인사회의 밝은 미래를 예견해 볼 수 있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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