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 혹은 삼수를 해서라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의대진학을 준비하겠다는 자녀를 둔 부모의 질문이다. 벌써 대학은 졸업했고, 혹시라도 의대/치대에서 재도전하는 학생들을 차별해서 불리한 상황이라면 자녀의 앞날이 걱정되는 것이 당연하다. 의대/치대에서 재도전하는 학생들을 차별하지는 않으므로 학생이 꾸준히 노력한다면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 하지만 차별하지 않는다는 것을 오해하고서 지난 사이클에 제출했던 원서와 거의 유사한 내용의 원서를 다시 제출한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일단 의대/치대가 재도전하는 학생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해야 하겠다. 약 1/3의 학생들이 재수를 거쳐 의대/치대에 진학하고 있으니 이는 걱정할 필요 없이 검증된 사실이다. 재수를 통해서도 안 되면 삼수를 해서라도 원하는 목표를 이루어야 한다. 대학졸업하고 3년이 지났다고 이제는 포기하겠다는 학생에게 의대는 처음부터 그다지 심각하게 접근하는 대상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보완하여 재도전을 할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실행한다면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가능성은 열려있으므로 부모가 옆에서 용기를 주고 금전적이든 정신적이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겠다. 제대로 돈을 벌면서 의대진학을 준비할 수는 없기 때문이고, 봉사에 참여하는 것도 혹은 실험에 참여하는 것도 교통비를 비롯한 경비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물론 본인이 왜 의대에 가고 싶은 지도 잘 모르고 그저 의대진학을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서둘러서 포기시키고 본인에게 적합한 진로를 권해주는 것도 부모가 해야 할 일이다. 특히 3번째 이상 의대/치대에 재도전하는 자녀를 둔 부모라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가능성 여부라도 분석을 하고 제대로 된 전략을 세운 후에 도전하게 하기를 권한다. 무모한 도전은 금전, 시간, 그리고 감정의 낭비만 초래하므로 재도전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재도전하는 학생들이 겪는 심리적 불안감은 학생들로 하여금 문제점을 충분히 보완하지도 않고서 바로 다음 사이클에 또 지원하는 것이며, 이런 경우 지난 사이클과 동일한 결과를 예견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아니 오히려 지난 사이클에는 인터뷰에 불러줬던 학교조차 인터뷰에도 불러주지 않는 속상한 상황이 더 많은 경우에 발생한다. 첫 지원에서 5곳의 의대에 인터뷰를 다녀온 A학생은 바로 합격하지 못 하고 대기자 명단에 올라 그 다음해 봄까지 가슴 조이며 결과를 기다렸으나 끝내 입학허가를 보내준 의대는 한 군데도 없었다. 최종적으로 5월까지 기다리던 A는 결과를 기다리며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과 새로운 봉사활동 한 가지를 추가하는 정도로 원서를 재정비해서 6월 초에 서둘러 원서를 내고 그 결과를 기다렸다. 인터뷰에도 직접 다녀와 봤으니 모든 과정이 아주 편안해 보였고, 새로운 경험을 추가하기도 했으니 이번에는 인터뷰에 가면 작년보다 훨씬 현명한 대답을 할 수 있을 듯 싶어 자신만만했다. 그러나 A를 인터뷰에 불러준 의대는 단 한군데도 없었다. 뒤늦게 필자를 찾아온 A에게 충분한 시간을 갖고 본인만의 매력을 입혀준 결과 A의 세번째 도전은 마지막 도전이 되었고, 지난 주에 하얀 의사가운을 의대학장이 직접 입혀주는 의대 신입생들의 행사장에서 찍은 A의 모습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젊은이였다. 함께 웃으시는 부모님의 모습 또한 뭐라 형용하기 어려운 인생의 무게로 다가왔다. 너무 행복해 보였다.

이번 사이클에도 필자가 지도하는 학생 중에 3번째 도전하는 학생들이 포함되어 있다. 지난 두 번의 도전에서 단 한군데의 인터뷰조차 다녀오지 못 했던 B학생도 본인이 원하는 지원시기보다 일년을 늦추며 충분한 준비를 시켰더니 8월 현재 3군데의 의대로부터 인터뷰 초대를 받았다. 인터뷰에 간다는 것만으로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각 의대가 B의 이번 지원서를 통해 보는 모습이 지난 두 번의 도전에서 보여주던 모습보다는 훨씬 매력적으로 보이고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제 오랜 시간을 준비해온 B가 본인의 꿈을 향해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인터뷰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내년 8월에는 B가 흰 가운을 입고 웃고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받을 것 같다. 매년 A나 B처럼 여러 번의 도전과 실패에도 본인의 목표를 향해 정진하는 학생들이 의대 신입생이 되는 모습은 필자에게도 큰 기쁨이고 감격이다. 생명의 은인이라는 부모들의 극한 감사인사마저도 이런 순간에는 말없이 듣고 있다. 그만큼 큰 기쁨이 그 가정에 깃들었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함께 즐기면 될 일이다. 어떤 가정에도 이러한 기쁨이 깃들 수 있다고 믿는다. 무모하게 바로 다음 사이클에 원서를 또 접수시키는 것만 피하면 된다. 학생은 불안한 상황이라 정상적인 판단을 잘 못하는 시점이므로 절대로 부모가 도와야 한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컨설턴트
703-835-0604
kynam@GradPrepAcade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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