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 부모가 해주신 질문이지만 프리메드 과정에 있는 자녀를 둔 부모에게도 드리고 싶은 조언은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들어 주자는 것이다. 이는 모든 부모의 의무지만 특히나 의대진학을 원하는 자녀를 둔 가정이라면 집에 있는 자녀든 아니면 기숙사에 있는 자녀든 먹거리를 잘 챙겨주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본다. 어린 자녀라면 건강한 생활습관과 식습관이 주안점이 되어야 하겠고, 기숙사에 있는 자녀라면 기회 있을 때마다 잘 챙겨 먹여야 하겠다. 상황이 허락한다면 학기 중에 한번쯤은 기숙사에 방문해 데리고 나가서 챙겨 먹이는 것도 좋겠다. 부모가 방문하여 맛난 음식을 함께 먹을 수 있다면 그 음식물이 주는 영양가 못지 않게 심리적 안정과 함께 재충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부하기 너무 힘들다는 투정을 하면 그 투정을 안타깝게 받아주는 것도 부모의 역할이고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더 중요한 역할이다. 육체적 건강은 많은 경우에 정신적 건강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현대병의 원인 중에 스트레스가 주범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의대진학을 목표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프리메드 학생들의 스트레스를 충분히 이해하고 풀어주도록 노력하는 부모가 그리 많아 보이지 않기에 안타까운 마음에서 드리는 조언이다. 오히려 자녀의 눈치를 보는 부모는 많다. 힘든 공부를 하는 자녀라 신경 거스르지 않기 위해 하고 싶은 말도 참는다는 것이다. 이것도 자녀를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이지만 차라리 혼낼 때는 혼내더라도 힘들 때 힘들다는 말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에 더 신경 쓰면 좋겠다. 특히 전과목 A를 받고 있는 학생일수록 어디 가서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을 것이다. 부모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고, 이는 자녀의 정신건강을 챙겨서 육체건강까지 강건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비법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금전적 및 시간적 투자가 따라야 되지 마음만으로는 잘 되지 않는다. 시험 기간에 먹거리를 우편으로 보내주며 “우리 딸/아들 힘들지?” 같은 문구 하나가 대화를 여는 비책이 될 수도 있다. 주말에 시간을 내서 학교를 방문하며 특별한 질문, 특히 성적에 대한 질문 없이 맛있는 것 함께 먹고 싶어서 왔다며 먹거리에 대한 대화를 나누며 함께 시간을 보낸다면 모처럼 어리광부리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따뜻한 시간이 될 것이고, 그 다음에는 마음을 연 대화가 따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얘기를 하든 끝까지 들어주자. 어차피 자식과 싸워서 이기는 부모는 별로 없거니와 기왕 좋은 분위기를 연출해 놓고 말다툼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그냥 무조건 들어주자. 반론을 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으므로 자녀가 모처럼 힘들다고 하든 부모에 대해 불만을 토하든, 아니면 프리메드 진로 자체에 대해 의구심을 갖든 일단은 들어주고 나서 돌아오는 길에 곰곰히 그에 대한 답을 찾아서 자녀와의 대화를 그 이후에 이어가자. 특히 피해야 할 말들은 “너만 프리메드 공부하냐?”, “너는 세상없어도 의대에 가야 한다.” 이 두 가지로 정리된다. 만고강산 불변의 진리 중에 하나가 “옆집 자녀와 비교하지 마라.”이다. 아니 부모들도 마찬가지 아닌가? 옆집 아내 혹은 옆집 남편과 비교하는 말을 들으며 기분 좋게 대화를 이어나갈 사람은 많지 않은데 우리 자녀들이, 특히 영민한 자녀가 그런 표현을 들으며 부모와 긴 대화를 즐겁게 이어가기는 어렵다. “그래, 힘들지. 그래도 참고 이겨나가자.”라는 맥락의 답이 굳이 형식적인 대꾸가 아닌 상대가 계속 말하게 해주는 비법이라는 작은 지혜를 활용하자. 또한 무조건적인 의대진학 강요는 열심히 하려고 마음먹은 자녀까지도 반항심에 그만 두게 할 수도 있는 위험한 방식일 수 있다. 자녀의 성격에 따라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의대생들은 자기 의지가 강한 경우이며, 자기 의지가 강한 사람들의 공통점 중에는 남이 시켜서 하는 것을 별로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점이 있다.

상호간에 마음이 열려야 자녀와의 대화에서 진의를 쉽게 간파해서 건강한 몸과 마음을 챙겨줄 수 있다. 생전 통화도 안 하던 아빠가 어느 날 불쑥 전화해서 아빠가 다 들어줄 테니 고민이 있으면 얘기하라고 하면 어떤 자녀가 마음을 열고 힘들다는 얘기를 할 수 있을까? 부모자식 간에도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이런 부모의 노력이 자녀에게 스스로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는 감사함으로 다가가야 타인에게 관심과 사랑을 나눌 줄 아는 따뜻한 의사가 될 인성을 갖추게 되겠고, 이러한 사랑 받기와 사랑 나누기에 익숙한 가치관은 인터뷰 동점자 처리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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