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이에게는 쉬워 보이는 것도 내게는 유독 답이 안 보이는 경우가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스스로 모든 상황들을 스스로 대처해 나가는 맥가이버 형 인간들이 가끔 보이지만 이런 사람이 일반적인 모습은 절대로 아니다. 어떤 학생들은 스스로 공부도 알아서 챙기고, 어떤 학생들은 아침에 일어나는 것조차 스스로 해결하지 못 해서 쩔쩔 매기도 한다. 아니 자녀들의 이야기에 국한되지 않고 부모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인생을 두 배 이상 오래 살았다고 해서 세상 모든 일들을 스스로 잘 대처하는 맥가이버 능력이 생기지는 않았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 그런데 부모본인에게도 있는 문제점을 본인의 유전자를 받고 태어나 비슷한 성향을 지니고 태어난 자녀에게는 없어야만 한다고 믿는 마음에서 자녀와의 갈등이 시작되고, 부모 자신도 불행해 지는 경우를 주변에서 자주 목격하고 있다. 자녀가 혹시라도 스스로 의대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몰라서 부모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하고 있거나, 진로를 정하지 못 하고 있다면 자녀가 환자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까지가 부모의 몫이다. 그렇게 해도 안 된다면 의대진학은 자녀에게 걸맞지 않는 진로일 확률이 높다.
옆집 가든이 나무와 꽃들이 조화로운 모습으로 어우러져서 보기 좋게 잘 꾸며져 있고 잔디도 잡초 하나 없이 잘 관리가 되고 있다면 한 가지는 확실하다. 그 집 주인은 가드닝에 관심이 많고 에너지를 많이 쓰고 있을 것이다. 시간, 돈, 지식탐구 등이 투자되어야 누가 봐도 근사한 가든을 만들고 유지하며 살아가게 되지 관심만 있고 실제로 에너지를 쓰지 않는다거나 아니면 관심 자체가 없는 경우에는 눈에 띄는 가든을 갖기는 힘들겠다. 아니 나쁜 경우로 눈에 띄지 않으면 다행인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전문 가드너의 도움을 받는 경우라도 마찬가지다. 가든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없다면 전문 가드너의 도움을 받을 생각도 하지 않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유의할 사항은 집주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그의 가든이 꾸며져 있느냐는 점이다. 주변의 눈으로 보면 근사한 가든이 형성되어 있더라도 정작 집주인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멋진 관상용 가든보다는 텃밭을 꾸며서 농사를 지어 직접 기른 채소들로 밥상을 꾸미고 다른 이들에게 무공해 채소를 선물하는 기쁨을 꿈꾸며 살아가지만 가든을 꾸미다 보니 보기 좋은 나무와 꽃들로 가득 차 있다면 자신을 위한 가든이 아닌 그저 보기만 좋은 가든에 에너지를 쓰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혹은 마당에 풀장, 농구코드, 골프연습시설 등을 꾸며 놓고 집에서 여가를 즐기며 살아가는 꿈을 꾸고 있을 지도 모르지만 그저 관상용 가든이 꾸며져 있다면 과연 행복한 에너지 활용이 되고 있겠는가? 자녀가 바라는 삶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찾도록 돕는 것이 부모의 도리이자 역할이라고 믿는다. 물론 의대진학을 유도하는 것까지는 나쁜 부모라고 볼 수 없지만 시도해 봐도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자녀를 억지로 부모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간다면 의대진학 후에도 어떤 일이 벌어질 지는 모를 일이다. 남들이 모두 칭찬하고 부러워하는 가든을 바라보며 한 숨 쉬며 살아가는 집주인의 모습이 의대에 진학한 자녀의 마음이 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의사라는 직업은 참 힘든 직업이다. 사람을 직접 대면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직업 중에도 특히 힘든 분야인 이유는 아픈 사람들을 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책임감도 엄청나다. 암환자에게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을 전하고 마음이 편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고, 수술을 집도한 환자가 사망했을 때 맨 정신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설마 암환자가 이번 달에 병원에 많이 찾아 왔으니 다음 달에는 근사한 새 차를 살 수 있겠다고 미소 짓는 의사는 많지 않을 것이고, 만일 그런 의사가 있다면 환자의 입장에서는 그리 즐거운 일이 아닐 것이므로 이런 가능성이 있는 학생이라면 다른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 우리 모두를 위해 나은 일이라고 믿는다. 아픈 이들과 그 가족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학생이 학습능력도 갖추고 있어야 의대진학이 이루어 지는 것이고 좀 더 건강한 사회가 되는 것이므로 미국의대들은 이런 의무감을 갖고 학생을 선발한다. 자녀의 의대진학을 위해 부모가 해야 할 첫 번째 임무는 자녀를 환자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곳이 어디든 상관없다. 병원이든 호스피스든 아니면 장애우 캠프나 제 3세계 의료봉사도 좋다. 가족 중에 누군가가 질병에 시달린 개인적 경험이 있더라도 그 아픈 경험을 개인적 경험에서 대중적 경험으로 발전시켜 줘야 한다. 그래야 자녀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도울 수 있겠고, 행복한 모습의 자녀를 보며 언젠가 행복한 마음으로 자녀를 남겨두고 떠날 수 있게 되지 않겠는가?
남 경윤 / 의대진학 전문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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