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어려운 질문이고 한 가지의 모범답안이 존재하지 않는 질문이다. 하지만 정답에 가까운 답은 아마도 부모가 먼저 의대진학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갖추고서 대화에 임하며 대화의 시기를 잘 선택해서 풀어나가며 기다릴 줄 아는 것이라고 믿는다. 학생 스스로도 부담스럽고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의대진학 준비과정이기 때문에 부모든 그 누군가가 의대진학을 대비한 준비가 잘 되고 있냐고 물어본다면 그저 열심히 하고 있다는 답 외에 특별히 명쾌한 답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질문이 중요한 것이고, 어떤 질문을 던졌느냐에 따라 어떤 답이 돌아올는지 거의 정해져 있다. 답을 쉽게 할 수 있는 질문이라면 간단한 답을 할 것이고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져 나갈 수 있겠지만, 너무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질문을 한다면 질문한 부모가 만족하기 어려운 애매모호한 답이 오거나 짜증이 돌아올 것이 쉽게 예상된다.
이번 학기에 듣고 있는 특정과목의 중간고사 결과가 어떠냐는 질문을 한다면 답은 명확할 수 있다. “Organic Chemistry가 많이 어려운 과목이라던데, 너는 지난 중간고사 성적이 어떻게 나왔어?”라고 질문을 한다면 “힘들긴 하지만 다행히 A가 나왔어요.” 혹은 “열심히 하고 있는데도 C가 나왔네요.” 등의 답변을 기대할 수 있겠다. 물론 어떤 경우에는 “몰라.”라며 답변을 회피하는 자녀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런 경우라면 의대진학에 대한 대화는 뒤로 미루고 자녀와의 공통관심사를 만드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겠다. 부모와의 대화는 무조건 짜증나는 일이 되어버린 상태에서 관심을 보이는 것은 오히려 성가시게 간섭을 한다고 받아들여지기 쉽기 때문이다. 아마도 자녀와 양방향 대화보다는 무엇을 해라 혹은 하지 말아라 하는 명령조의 대화가 지난 수년간 이어져 왔었기에 자녀로서는 부모의 말은 일단 거부감을 갖고 대응하기 쉽다. 혹은 그 순간 자녀의 심리상태가 그리 편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것도 염두에 두고 부드러운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기를 잡는 것에 집중해야 하겠다. 자녀와의 대화에 무슨 시기를 잡는 것까지 신경을 써야 하냐고 반문하는 부모라면 아마도 부부간에도 원활한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가정일 것이다. 세상 모든 대화에는 그 시기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사춘기 혹은 집을 떠나있다 모처럼 집에 다니러 온 대학생 자녀와의 대화에서 그 타이밍에 민감하지 않고 대화를 시도했다가는 또 한 바탕 큰소리가 나고 원래의 대화를 시도한 목적 따위는 기억도 나지 않는 일이 되어 버리기 일쑤이다. 부모들이 그들의 가장 친한 친구를 만나도 서로를 존중해 주며 할 말 안 할 말을 가리며 상대를 존중해 주는 대화를 하게 된다. 이런 태도가 친구의 눈치를 보는 것이라고 치부해서는 안 된다. 이는 상대에 대한 배려이고 존중이다. 이러한 이론이 자녀와의 대화에서도 적용되어야 한다. 세상에서 내 목숨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자녀와의 대화를 내가 하고 싶은 때에 내가 원하는 답을 듣는 것에만 치중해서 질문을 한다면 모처럼 쉬러 집에 다니러 온 프리메드 대학생을 다음 번 연휴에 할 일이 많다고 집에 안 오게 만들 수도 있다. 모처럼 온 가족이 하는 식사 자리에서 “요즘 가장 관심을 갖고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 일이 뭐야?”라는 부드럽고 배려하는 듯한 질문들, 즉 부모 나름대로는 많이 신경을 써서 건네는 좋은 질문이라고 믿는 질문들도 음식에 대한 대화와 더불어 가족만이 공유할 수 있는 추억담 등이 먼저 오간 후에 운을 띄워야 자칫 무거워질 수도 있고 공허한 큰 소리만 오가게 될 지도 모를 자녀와의 대화를 막고, 부모자식 간의 애틋한 관심과 배려의 대화로 발전할 수 있겠다.
기다려 주는 지혜도 필요하다. 물론 자녀 눈치만 보다 제대로 못 챙겨줘서 의대를 재수하게 되었다며 안타까워하는 부모를 만나는 것이 다반사이긴 하지만, 적어도 그 때는 자녀가 마음을 열고 부모에게 죄송하게 생각하고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고 본인의 상태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을 할 수도 있는 때가 된 점은 기쁜 일이다. 필자 앞에서는 고분고분하게 본인의 고민을 털어 놓으면서 왜 부모 앞에서는 안 되냐고 섭섭해 하지 말자. 프리메드 학생들이 필자에게는 순순히 고민을 털어 놓은 것은 그들이 의대에 진학하고 싶은 열망이 강하고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지 결코 필자의 인격이 부모들보다 뛰어나서는 아니다. 의대진학 컨설턴트로서의 필자는 어떤 프리메드 학생을 만나도 그들의 고민을 풀어주는 해결사의 모습으로 살고 있지만, 대학 졸업반 자녀를 둔 부모로서의 필자는 다른 여러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자녀와의 대화에서 눈치 보며 타이밍을 엿보고 간혹 마음의 상처도 받으며 참고 기다리고 살고 있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컨설턴트
201-983-2851
kynam@GradPrepAcade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