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에서 정보력은 강력한 무기이다. 의대진학을 고려하는 가정이라면 역시 의대진학에 관한 많은 정보를 알고 있어야 유리하지만 무분별하게 숫자에 치우쳐서 숲을 보지 못 하고 나무만 보고 쓸데없는 곳에 시간낭비를 하는 학생이나 부모가 있어서는 절대로 안되겠다. 통계자료는 마네킹에 입혀져 있는 옷으로 간주해야지 그것이 내 몸에도 멋지게 어울릴 것이라는 망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저 요즘 바지를 길게 입는지 짧게 입는지 하는 정도에서 마네킹에 입혀진 옷을 통해 정보를 얻고 본인 스스로의 스타일과 성향에 맞춰 옷을 골라 입듯 통계자료들을 활용해야 유익한 정보가 된다. 가끔은 통계자료만 신뢰하다 무모한 자신감에 빠지는 학생도 있고, 너무 주눅들어 소신껏 지원하지 못 하는 경우도 있어 안타깝다.

전체를 이해하지 못 하고 실수를 저지르는 안타까운 경우는 학생뿐 아니라 일부 어드바이저들도 저지른다. 경험이 없는 프리메드 어드바이저들은 아는 것이 없으니 의대연합회인 AAMC가 제공하는 자료만 뒤지게 되며, 입만 열면 합격률이 몇 퍼센트라는 등의 얘기만 늘어놓는다. 어떻게 하면 그 학생의 장점과 단점을 분석해서 합격할 수 있게 고민하는 것보다는 자신이 뭔가 많이 알고 있다고 허풍을 떨고 싶은 마음에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숫자들만 늘어 놓는 것이다. 예를 들어 특정 의대에 합격한 학생들의 MCAT 성적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고 대처하는 것이 나쁘지는 않지만 최하위 10%와 최상위 10%를 제외한 성적만을 발표하는 관행에 미루어 이 통계자료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할지는 의심스럽다. 지난 사이클에 Johns Hopkins 의대에 합격한 학생들 중 중간에 위치한 80% 학생들의 학점은 3.71에서 4.0 사이고 MCAT 성적은 32점에서 40점 사이로 발표되었고, 같은 도시에 위치한 매릴랜드 주립 의대의 경우는 학점 3.24에서 3.9 사이고 MCAT 29점에서 36점이라고 발표되었다. 학점이 3.85이고 MCAT 35점인 한인 남학생이 의대에 원서를 낼 때 이 통계자료가 얼마나 유효할까? 그 영향력은 극히 제한적이다. 본인만의 특별한 경험들을 토대로 감동적이고 확신에 찬 지원서를 꾸몄다면 Johns Hopkins 아니라 어디라도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합격할 것이고, 그저 남들이 다하는 병원봉사 적당히 하고 제 3세계 봉사 약 2주일 다녀왔으며, 리서치라고는 재학중인 학교에서는 하지도 못 하고 외부에서 기웃거린 정도로 지원했다면 어떤 의대에도 진학하지 못 할 것이다. 이런 학생에게 학점이든 MCAT 성적이든 숫자는 아무 의미가 없다. 몇 명이 지원해서 몇 명이 합격했다는 개도 안 물어갈 통계자료나 늘어놓는 어드바이저라면 만나지도 말아야 시간낭비라도 하지 않게 된다. 본인의 관심분야를 어떻게 하면 사회에 도움이 되게 활용할지를 고민하는 학생은 굳이 몇 명이 지원해서 몇 명이 합격했다는 것에 연연하지 않지만, 남을 돕는다는 기쁨보다는 그저 안정된 직업으로 의대진학을 목표하는 학생들은 그런 통계자료를 줄줄 외우고 다닌다. 그러면서 본인의 학점이 얼마고 MCAT이 몇 점인데 Johns Hopkins에 합격할 확률이 몇 퍼센트냐는 질문을 한다. 본인이 관심분야가 Urban Community의 Health Inequality에 대한 개선책이라고 말하며 이런 관심이 도심 빈민지역에서의 의료봉사를 통해 유발되었고 그래서 Free Clinic에서 어떤 봉사를 계속하며 어떤 소신을 갖게 되었다는 내용을 말하며 Johns Hopkins 의대가 본인에게 어울리냐고 묻는 학생과는 너무 비교가 된다. 아이비 리그 4.0 학생도 해당 의대의 Vision과 어울리지 않는 Vision을 갖고 있다면 해당 의대에 합격할 수 없는데 통계자료만 뒤적이며 숫자에 능한 학생이나 어드바이저라면 이 학생은 모든 의대에 합격할 확률이 있다고 오판할 것이다. 핵심을 모르며 저지르는 우매한 실수에 학생들이 피해를 볼까 걱정이다.

한인 학생들이 얼마나 힘든 싸움을 해서 의대에 진학하는 지를 숫자만으로는 알 수 없다. 성적관리, 봉사 및 연구 등을 심각하게 한 한인학생들 간의 경쟁을 몇 명이 지원해서 몇 명이 합격했다는 단순한 숫자로는 설명할 수 없다. 한인 프리메드 학생들의 평균 학점이 얼마인지 또는 원서를 내어 보지도 못 한 한인 프리메드 학생들의 숫자를 집계해서 발표하는 기관은 어디에도 없으며 의대에 합격한 한인 학생들이 재학한 학교의 수준 또한 발표되지 않고 있다. 혹시 누군가가 의대진학 경쟁률이 그리 높지 않다고 얘기하면 아마도 미국에서 학부 공부를 안 해본 사람이 통계자료 속에 숨어있는 보이지 않는 깊은 의미를 모르며 입 방정을 떠는 것이니 무시하기 바란다. 의대연합회에서도 이러한 심층적인 통계자료를 제공하지 못 하는데 피상적인 정보로 자녀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일은 최악의 부모가 되는 길이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컨설턴트
703-835-0604
kynam@GradPrepAcade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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