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조금은 생소하게 들릴 수 있겠으나 분명히 미국내 전체 의대의 절반가량인 77곳의 의대에서 Early Decision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대학입시에서는 아주 활발하게, 아니 필요이상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는 ED이 의대입시에서는 많이 활용되지 않는 이유는 대학입시를 거친 대학생들이 ED의 의미를 정확히 알고 의대입시에 임하고 있으므로 쓸데없이 “아니면 말고”식의 사고방식으로 ED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각하게 고민하고 자신의 장단점을 분석하여 ED에 원서를 내는 학생들은 합격률이 일반전형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니 심각하게 고민해 볼 문제이다.
이렇듯 합격률이 월등히 높아지는 의대 Early Decision이 의미하는 바를 먼저 정확히 알고 전략을 세워야 하겠다. ED란 “현재 나의 준비상황으로 진학할 수 있는 레벨의 학교들 중에 이 학교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할 만큼 마음에 드는 학교에 진학하고자 하는 확실한 의중을 학교에 전달하는 방법”이다. 현재 잘못된 정보가 말해주는 대학입시에서의 ED는 “미리 합격하면 마음이 편하고, 합격률도 좋다니까 한 번 해볼까” 정도로 알려져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어떤 경우에는 ED에 합격하고서도 다른 대학에서 합격통지를 받고 어떻게 하면 ED로 합격한 학교에 진학하지 않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는 가정도 있으니 교육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하지 못 하겠다. 미국의 모든 교육제도 중에 월등히 우수한 입시제도를 자랑하는 의대입시에서는 이런 일은 제도적으로 불가능하게 되어있다. ED 프로그램에 지원한 학생은 그 결과가 나오기 이전에는 다른 의대에 지원을 할 수 없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ED로 학생을 선발하는 의대의 입장에서는 지원자의 확실한 의중을 알 수 있다. “아니면 말고”식의 마음가짐으로 다른 모든 의대에 원서를 내지도 않고 ED 원서를 낼 학생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ED에 지원한 학생들은 “난 이 학교가 제일 좋아요. 만일 안 된다면 큰 불이익을 얻겠지만 그래도 상관없어요.”라는 본인의 의사를 의대에 전달한 셈이므로 의대에서는 학생을 선발할 때 한결 수월해 진다. 주립의대의 경우에는 대부분 해당 주의 주민이라는 사항을 확인하는 것에 민감하다는 것을 제외하면 상당히 우호적인 선발과정을 거치게 된다. 물론 캘리포니아나 뉴욕처럼 주립의대에 진학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주들에서는 조금 다른 얘기가 된다. 캘리포니아 주립의대들은 ED를 허용하지 않고 있고, 뉴욕주립의대들은 ED가 있기는 하나 활성화 되어 있지가 않다. 뉴저지나 조지아주가 그나마 한인학생들이 많이 사는 주 중에는 주립의대들의 ED가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주이니 참고하자.
실질적으로 주립의대들이 자체 주민인 학생들에게 좀 더 유리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활용하고 있는 ED는 외형적으로는 타주민들도 지원할 수 있게 되어 있으나 이는 말리고 싶은 일이다. 현실적으로 타주민을 ED에서 선발하는 주립의대는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립의대들은 다른 얘기다. 비근한 예로 UPenn 의대는 Yale 의대와 함께 명문의대 중에 ED를 활용하는 몇 안 되는 사립의대이며 사립의대이다 보니 펜실베니아 주민이든 아니든 문제가 될 것이 없는 상황이며, 실제로 최근 타주민인 학생이 ED를 통해 UPenn 의대에 진학한 적이 있다. 이 학생의 경우에는 지극히 현실적인 성향을 띄고 있으므로 열심히 준비했으나 다른 명문의대에 대한 욕심을 접고 UPenn 의대가 갖고 있는 장점이 본인이 추구하는 목표와 정확히 일치한다고 판단하였으므로 ED로 지원하여 합격하고 진학한 경우이다. 이 학생뿐 아니라 현재 진행되고 있는 2015년 의대신입생 선발과정에서 9월 초 현재 뉴저지 의대와 조지아 의대에서 이미 합격통지를 받은 필자의 학생들 모두가 좋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저렴한 학비 뿐 아니라 임상측면이 강한 해당 의대의 교육과정이 마음에 들어 거주하는 주의 주립의대에 지원하여 성공한 케이스들이다. 한 학생은 오히려 필자가 조금 아깝다는 생각에서 합격소식을 알려온 전화통화 중에 아쉽지 않냐는 질문을 했고, 학생은 전혀 아쉽지 않고 본인이 원하는 것을 이루게 도와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바로 이런 학생들만을 위한 프로그램이 바로 의대 Early Decision 프로그램인 것이다. 위에서 소개한 ED를 통해 의대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큰 위험요소를 감수하며 ED로 지원했다. 그것은 ED에 지원한 학생들은 10월 1일이 되기 전에는 다른 의대에 원서를 제출하지 못 한다는 제약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Rolling Admission 제도인 의대입시에서 만일 ED에 합격하지 못 하면 다른 학생들 보다 4개월을 늦게 지원해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이므로 이들의 합격소식은 특별히 더 기쁘게 다가왔다. 자녀의 의대 ED, 최선의 선택이 될 수도 있고, 최악의 선택이 될 수도 있다. 내년에 의대에 지원할 자녀를 둔 가정이라면 자녀가 해당 의대에 진학하고 싶은 마음과 조건이 제대로 준비되어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자.
남 경윤 / 의대 진학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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