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언급한 대로 내년 8월 의대에 입학할 신입생을 선발하는 입시가 6월 2일에 시작되었다. 즉, AMCAS(American Medical College Admission Service)를 통해 일차 지원서를 접수시키는 과정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선착순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Rolling Admission에 대해 필자가 심한 강조를 한 덕에 많은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 간에 갈등이 유발된 것을 느낄 수 있다. 여러 가정에서 자녀가 6월 2일에 원서를 제출하지 않아서 걱정이라며 얼마나 불리해 지는 것인 지에 대해 문의를 해 오고 있기 때문에 느끼는 현상이다. 이에 각 가정의 평화를 위해 아래와 같은 부연설명을 한다.
6월 2일에 원서를 접수시키지 않았어도 의대에 진학할 수 있다. 가장 좋은 선택사항일 뿐이지 필수사항은 아니라는 것이다. 롤스로이스가 비싸고 좋은 자동차이지만 모든 가정이 롤스로이스를 탈 필요는 없고, 누구나 탈 수 있는 것도 아닌 것과 같은 이치이다. 준비된 학생만이 누리는 특권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또한 이제 원서접수가 개시된 지 불과 며칠 안 지난 상황에서 자녀들에게 6월 2일에 원서접수를 안 했으면 세상이 끝난 듯 걱정을 한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으니 조금 자제해도 좋겠다. 6월 중순까지 접수 시킨 학생이라면 선착순에서도 크게 밀려나지 않을 것이다. 생각만큼 6월 2일에 접수를 시킨 학생이 많지 않고, 이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필자의 학생 중에도 6월 5일에 접수시킨 학생이 부모의 걱정을 많이 들었다고 하는데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 오히려 6월 7일에 접수시킬 원서를 보고 준비가 안 되었으니 다시 작성하라고 시킨 경우도 있다. 준비가 제대로 안 된, 즉 본인이 왜 의대에 가고 싶은 지에 대해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학생이 서둘러 칸을 채워 원서제출을 한다면 자살행위다. 게임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염두에 두되, 본인의 준비상황에 맞춰 원서를 제출해야 하겠다. 단, 이 게임은 상당히 신중한 플레이어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는 극히 어려운 게임이라는 것을 절대로 명심시키자. 학생이 명문대학에 다녔다는 사실만으로 절대로 이길 수 없는 게임이라는 사실과 절박한 마음이 보이지 않고 설렁설렁 글을 써서 원서를 제출하고자 한다면 일년도 좋고 10년도 좋으니 절대로 의대에 진학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생길 때까지 기다렸다 의대에 지원하게 하는 것도 현명한 결정이라고 보인다. 이 마음가짐이 동네 주립대학에서 3.7을 받은 학생도 의대에 진학할 수 있게 만들기도 하고, 아이비리그 4.0도 의대에 낙방하게 만드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오랜 세월 학생들의 의대진학을 도우며 하버드 의대를 비롯한 많은 명문의대에 장학금을 받고 진학하는 학생들을 매년 배출하고 있으며 또한 의대입시 재수/삼수생들을 성공적으로 의대에 진학시키고 있는 의대입시 전문가인 필자도 절대로 도울 수 없는 부류의 학생은 본인은 의대진학을 원하지 않고 부모만 자녀의 의대진학을 원하는 경우이다. 인터뷰 과정을 통해 이런 학생은 돕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중간에 마음이 변하는 경우가 간혹 생기다 보니 난감해 진다. 이런 경우라면 최선의 방법은 기다려 주는 것이다. 그저 부모가 강제로 원서를 내게 한다면 의대진학에 실패한 기록과 기억만 남기 쉬우므로 신중하게 접근하자. 부모가 보기에는 아직도 어린 아이로 보일 것이지만 대학을 졸업한 장성한 자녀의 생각을 존중해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자녀가 단지 성격적으로 게을러서 차일피일 하며 원서제출을 안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본인이 원하는 길이 따로 있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본인은 준비가 안 되어 있다고 믿으므로 울 해 지원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갖고 있는 것인지를 정확히 알아야 상황에 맞는 조언과 대처를 할 수 있다.
어차피 6월 2일은 지났다. 지금부터는 하루라도 빨리 지원하는 것과 함께 왜 지원하지 않고 있는 지에 대해 진솔한 대화를 해보자. 선착순 제도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자녀의 마음 속에 다른 마음을 품고 있을 수도 있고, 부모는 모르는 부족한 부분이 존재할 수도 있으므로 올 한 해를 더 준비해서 이기는 게임을 해야 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부정하지 말고 자녀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보자.
남 경윤 / 의대진학 전문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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