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가 꼭 불리하다고 여길 필요는 없다. 부모님들이 한국에서 대학진학을 할 당시의 분위기를 연상하시면 그리 다르지 않은 분위기라고 여겨진다. 누구나 다 한번에 원하는 결과를 얻지는 못 하므로, 또 한번의 기회는 소중한 것이겠다. 어떤 이는 지원한 모든 학교로 부터 거절을 당해서 재수를 결정할 수도 있겠고, 다른 이는 본인이 목표한 특정 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므로 재도전을 하지만 그 또 한번의 기회를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처음 도전에서 부족했던 점들을 보강한다면 재수는 더 좋은 결과를 줄 수도 있는 도전이며, 의대에서도 재수생들을 의도적으로 싫어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많은 의대 재수생들이 안고 있는 문제는 재수를 결정하는 시기적인 것이다. 대다수의 재도전하는 학생들은 의대입시에 대한 결과가 다 끝난 3월이 지나서야 다시 도전할 마음의 결정을 하다보니 본인의 더 나은 모습을 만들 시간적인 여유가 넉넉치 않게된다. 매년 6월이면 새로운 의대입시가 시작되므로 마음의 결정을 한 순간으로부터 몇 개월이 안 남게 되는 것이다. 재수를 하면 불리한 것이 아니라 충분히 마음의 상실감을 추스르고서 재정비 할 시간은 없고, 마음은 급하다 보니 오히려 그 좋은 기회를 살리지 못 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의 재수는 거의 일년을 활용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사실과 전혀 다른 입시일정이라는 것을 깨우치시는 것이 재도전의 첫번째 관문이라는 사실을 재차 강조한다.
여기서 부모님들이 간과하시면 안 되는 점이 자녀들의 심리상태이다. 설혹 부모님이 한국에서 대학에 진학하실 때 재수를 하셨던 분이라도 세월이 30여년 지난 기억이다 보니 잊고 계시기 쉬운 것이 낙방의 쓰라림이다. 재수를 안 겪으신 부모님이라도 친한 친구들의 고통을 지켜보신 경험을 상기하시기 바란다. 대학을 졸업할 나이의 성인이 된 자녀라고 해서 마음이 무쇠같아 낙방의 절망감은 없을 것이라고, 미국에서 자란 아이들이 무슨 그런 고통을 느끼냐고 막연히 생각하시는 부모님들을 자주 뵙기 때문에 드리는 당부이다. 자녀가 얘기를 안 한다고 해서 고민이 없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과 동일한 얘기가 되겠다. 일단은 마음이 추스러져야 이성적으로 본인의 부족함을 판단해서 그 부분을 보완할 계획을 수립할 수 있고, 계획이 수립되어야 그에 다른 보완과정을 밟을 수 있겠고, 보완을 한 모습을 새로히 보여줘야만 의대에서도 새로운 평가를 내려서 입학 허가서를 보내줄 수 있겠다. 마음이 불안정한 상태라면 차라리 바로 다음 해가 아닌 그 다음 해의 입학을 노려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겠다.
단점을 보완하는 과정에서 가장 흔한 모습이 MCAT 성적이 안 좋아서 나쁜 결과가 나왔으므로 많은 시간을 MCAT 준비에 할애하는 것이다. 참으로 답답한 모습이며 소중한 젋은 날이 아깝게 쓰이고 있어서 안타깝기 그지없는 경우가 참 많다. 물론 일부 학생들은 다른 조건들에 비해 MCAT 성적이 터무니 없이 낮은 경우도 있겠고, 이런 경우라면 MCAT 성적을 올리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두는 것이 맞겠다. 하지만 대다수의 경우는 MCAT 성적이 부족한 것보다 훨씬 더 큰 문제를 안고 있으므로 의대진학에 실패를 하게 된다. 그래도 학생들의 일반적인 모습은 유사하다. 십년전이나 지금이나 어쩜 그리 재도전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MCAT 학원부터 등록을 하는 지 모르겠다. 참고로 MCAT 보다 100배 이상 중요한 사항은 본인이 왜 의사가 되고자 하는 지에 관해 정확한 이유를 스스로 찾는 것이다. 환자를 돕는 봉사경험을 통해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면 백점짜리 이유가 되겠고, Research를 통해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면 90점짜리 이유가 되겠고, 공부를 열심히 하며 그 이유를 찾았다면 80점짜리 이유가 되겠다. 언급한 점수는 부모님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허수이며, 이는 중요성에 대한 비교를 돕기 위한 숫자일 뿐이니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말기 바란다. 학습능력도 분명히 중요한 부분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학습능력이 뛰어난 학생은 의대 지원생 중에 너무 많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학습능력이 뛰어나지 않은 학생은 거의 없는 것이 옳은 표현이 되겠다. 이렇게 어려서 부터 학습능력이 뛰어난 학생들 중에 환자중심의 사고방식을 갖춘 학생만을 선발하는 것이 바로 의대입시과정이다.
의대진학시에 재수는 절대로 불리한 조건이 아니다. 하바드 의대도 공식적으로 재수까지는 허용하며, 많은 의대들이 세번 이상 재도전하는 학생들도 받아주고 있다. 첫 도전에서 의대에 합격하는 학생들은 60% 남짓이며 두번째 도전에서 합격하는 학생들이 35%나 되니 재수는 해볼만한 것이나, 심리적인 안정과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본인을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겠다.
남 경윤 / 의대진학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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