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태어난 백인에게도 힘든 목표가 의대진학이라는 것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동양계 학생들에게는 더욱 어려운 과정이라는 것도 자명하다. 열심히 준비한 프리메드 학생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 동양계 학생들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유학생들에게는 더욱이 어려운 관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를 부모는 없을 것이다. 이제는 그나마 유학생이 정말로 미국의대에 진학할 수 있냐는 초보적인 질문은 더 이상 받지 않고 있지만 어떻게 해야 유학생이 미국의대에 진학할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굳이 한국계 유학생 자녀를 둔 부모에게만 도움이 될 답변이 아니라 한인 2세 자녀를 키우는 많은 한인 가정에도 도움이 될 듯 싶어 정리해 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영어실력을 함양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사실이다. 부모와 비교해서 잘 하는 그런 영어실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가 경쟁할 대상들과 비교했을 시에 우월한 영어실력을 의미한다. 우리 아이는 아이비 리그 대학에 다니고 있는데 무슨 영어실력을 새삼 언급하냐고 반문하는 많은 부모가 있을 것이다. 아이비 리그 대학에서도 잘 하는 영어실력을 갖추지 않고는 의대진학이 그리 수월하지는 않을 것이다. 법대에 가려면 영어를 잘 하고, 의대에 가려면 과학과목들을 잘 해야 한다는 초보상식은 버려야 한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얘기해서 법대에 가려면 영어시험을 잘 볼 수 있는 실력이 있으면 기본은 할 수 있지만, 의대에 가려면 영어시험도 잘 봐야 하지만 영어로 자신의 의사를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 있는 언어구사능력도 갖추어야만 한다. 왜냐하면 미국의 어떤 의대도 인터뷰를 거치지 않고 학생을 선발하는 의대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발음까지 완벽하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그 점은 어쩔 수 없는 한계로 인정하고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어차피 남부출신 백인의 영어발음도 동부의 백인들에게 어색하게 들리기는 마찬가지이므로 약간의 어색한 발음은 괜찮다. 하지만 단순히 날씨나 묻고 본인의 희망사항만을 묻는 인터뷰가 아닌 전문지식에 대해서도 고급스러운 대화를 나누어야 할 의대 인터뷰에서는 어떤 질문에도 명확한 본인의 의사를 표명할 수 있는 언어구사력을 갖추어야 하겠다. 물론 조금 부족한 언어구사력을 갖춘 학생들도 특별지도를 통해 의대에 진학시키고 있지만 인터뷰에 보내놓고 필자도 가슴조리게 되니 그 당사자나 부모의 마음고생은 가히 표현하기 힘들다. 조기유학을 오든 특목고를 졸업하고 유학을 오든 그것은 각 가정에서 결정할 문제지만 미국의대가 목표인 학생이라면 영어실력 배양에 아낌없는 노력이 요구된다. 필자가 의대진학을 돕고 있는 유학생 중에는 조기유학을 와서 보딩스쿨을 졸업하고 명문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의 비중이 과학고, 민사고, 외고 등을 졸업하고 유학온 학생들에 비해 높은 편이지만 영어 구사력은 개인의 노력에 따라 결정되더라는 결론이다. 중학교부터 미국에서 보딩스쿨에 다녔다고 해서 모두 한국에서 특목고를 나온 학생들 보다 뛰어난 영어구사력을 갖추고 있지는 않다. 본인의 노력이 성장한 지역보다 더 중요하다고 느낀다. 미국에서 태어난 학생이라고 해도 한인타운에서 자란 학생 중에는 시험성적, 발음, 구사력 모든 면에서 한국에서 특목고를 졸업하고 유학온 학생보다 부족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추천사항은 미국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도 대학 졸업반인 딸아이와 대화를 원활히 하기 위해 젊은 세대에게 잘 알려진 드라마를 보고, 그런 음악을 듣고자 노력한다. 즉 공유하는 문화가 없이는 소통이 될 리가 없다는 것이다. 인터뷰에서 주로 나오는 기본적인 질문들에 대해서는 필자가 충분히 지도할 수 있지만 돌발적인 질문이 나올 경우에는 문화적 공유가 없이는 원활한 대화가 어렵다. 외워서 할 수 있는 것들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의대라는 최고등교육을 받고자 하는 학생이 미국문화에는 문외한이라면 매력적으로 보이기 힘들 것이다. 빅뱅의 붉은 노을이 원래 이문세가 불렀다는 것을 안다면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볼 수 있듯, Cup Song(When I’m gone.)이 Anna Kendrick이 부르기 이전에도 유명했던 노래와 게임이었다는 배경을 알 정도라면 미국의대 인터뷰에서 어떤 돌발적인 질문이 주어지더라도 자연스럽게 대답할 확률이 높다. 굳이 인류학을 수강하지 않았더라도 본인 주변에서 벌어지는 인간사에 너무 무지하다면 어떻게 환자를 돌보는 고귀한 직업을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 미국의대에서 학생을 선발할 때 가늠하는 가장 고차원적인 기준이 되겠고, 실제로 의대 인터뷰 중에 음악이나 영화에 대한 질문과 대화가 이어지는 것은 생소한 일이 아니다. 유학생이나 한인학생들 중 일부가 공부만 열심히 하느냐고 잊고 사는 부분이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컨설턴트
201-983-2851
kynam@GradPrepAcade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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